
![]() |
|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와 관련해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를 요구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간 이정현(오른쪽) 새누리당 대표가 26일 오후 국회 대표실에서 의원들의 지지방문을 받고 정진석 원내대표 등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국회=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26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무기한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여당의 수장이란 점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일이라 정치권 안팎에서 주목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벌써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30분께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지난 24일 새벽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무기명 투표 중 정 의장이 중립성을 심하게 훼손했다는 항의 차원이다. 이 대표는 '정 의장이 사퇴할 때까지'를 농성 시한으로 못 박았다.
앞서 새누리당은 오전 의원총회를 열어 "24일 새벽 0시 35분, 정세균 국회의장이 '세월호나 어버이연합 중 하나를 내놓으라는데 안 내놔? 그냥 맨입으로? 그래서 그냥은 안 되는 거지'라고 말했다"고 주장하며 당시 녹취록을 공개했다.
농성장은 당 대표실 안에 마련됐다. 이곳에는 매트리스와 본회의장이 보이는 TV 등이 설치돼 있다. 이 대표는 "저는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사람이다. 어영부영하려 했다면 시작하지도 않았다"며 "저는 반드시 정 의장이 그 자리에서 물러날 때까지 아주 강력한 투쟁 의지를 보일 것"이라고 투지를 보였다.
![]() |
|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26일 단식 농성에 돌입한 가운데 농성장인 당 대표실 문이 굳게 닫혀 있다./국회=신진환 기자 |
하지만 오후 3시 20분께 동료 의원들이 응원과 격려하기 위해 대표실을 찾고 떠난 뒤 1시간이 넘도록 문을 닫으면서 취재진들 사이에서 "이럴거면 단식은 왜 하냐"며 볼멘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대개 단식 농성은 국회인 경우 본청 앞 계단, 내부 로텐더홀 등 '공개된 장소'에서 하기 때문이다. 문을 닫으면 이 대표가 농성장에서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다.
이와 관련해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는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말만 남겼다. 보이지 않더라도 음식물을 먹거나 어떠한 '꼼수'를 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8일 동안 단식을 해봤다"는 서청원 의원은 일각에서 '공개 단식으로 하라는 얘기가 나온다'는 질문에 "안에서 하나 바깥에서 하나 단식하는 것은 마찬가지"라면서 "로텐더홀에서 공개적으로 단식했을 때 견학을 온 손님들이 있으니 이런 부분을 생각해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 |
| 단식 농성을 위해 마련한 매트리스에 앉아 있는 이정현 대표./국회=이새롬 기자 |
일부 취재진 사이에서는 '차라리 집에 가서 단식한다고 하면 되겠네' '비공개 단식 농성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는 얘기가 터져 나왔다. 이를 의식한듯 이 대표는 오후 5시께 당 대표실을 나와 대기 중인 기자들에게 "문을 개방하고, 기자들에게 모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20대 국회는 '협치'를 다짐하고, 구태 정치를 청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도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반쪽 국감'으로 실시되면서 국민의 공분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온라인 상에서는 "단식 농성을 하려거든 제대로 하라"는 볼멘소리도 터져 나온다. 단식을 시작하며 '어영부영하지 않겠다'는 이 대표의 약속이 제대로 지켜질지 지켜보는 '눈'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