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오는 28일부터 시행되는 가운데 여의도의 명절 풍속이 달라지고 있다. 사진은 올해(위)와 지난해 추석 전 국회 의원회관에 있는 선물들./임영무·배정한 기자 |
[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추석을 앞둔 지난 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1층. 더불어민주당 모 의원실 관계자는 선물을 되돌려 보냈다. 택배를 받기 위해 손수레를 끌고 다니는 이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 관계자는 "의원님이 추석 선물을 일절 받지 말고 돌려보내라고 해서 반송했다"고 설명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추석을 앞두고 국회로 배송된 선물이 쌓여 있다. 내용물을 확인할 수 있는 스티커를 보니 대부분 참기름과 화장품, 김, 버섯, 과일 등 각 지역 특산품들이다. 피감기관이나 산학단체에서 '정성'을 보이기 위해 보낸 선물은 더는 낯선 풍경이 아니다. 다만, 눈길을 끄는 것은 예년보다 선물의 양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점이다.
이날 한 택배원은 "예년과 비교하면 선물이 훨씬 줄었다"며 "정확하진 않지만, 체감상으로는 30% 이상 급감한 것 같다"고 말했다. 청소를 담당하는 한 직원은 "작년 추석을 앞뒀을 때는 손수레에 상자를 한가득 싣고 가는 모습을 자주 봤다. 그런데 올해는 손수레를 끌고 다니는 사람이 확실히 줄었다. 가져가는 짐도 몇 개 안 된다"고 밝혔다.
![]() |
| 지난 5일 추석을 열흘 앞두고 국회의사당 의원회관 택배 보관소에 각 의원실로 배달될 상자들./배정한 기자 |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오는 28일부터 시행되면서 여의도 정치권은 몸을 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실 국회의원은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이 아니고 시행되기 전인 만큼 명절 선물을 받는 데 별문제가 없다. 그럼에도 여론을 의식해 법의 취지를 따르는 모습을 보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에서는 일찌감치 선물을 거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달 26일 "이번 추석부터 명절 선물을 주지도, 받지도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도 당 소속 주요 인사들에게 명절선물 대신 편지로 추석 인사를 대신하기로 했다. 일부 의원들도 선물들을 되돌려보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택배 기사는 "택배사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지난 5일부터 하루 평균 10~15개 정도 반송된다"고 말했다.
의원들의 괜히 구설에 오를까 싶어 움츠러든 탓에 보좌진들은 정작 본인들에게 온 선물도 고스란히 반송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모 의원실 관계자는 "저희 의원님은 피감기관이나 지인들에게 추석 선물을 안 받는다고 일찍 못을 박았다"면서 "밑에서 모시는 저희도 그 뜻에 동참하겠다는 취지에서 조그마한 선물이라도 모두 돌려보내고 있다"고 말하며 멋쩍게 웃었다.
![]() |
| 사진은 지난 5일 국회의사당 의원회관 택배 보관소에 각 의원실로 배달되는 상자들./배정한 기자 |
택배원을 대신해 물건을 대신 전달하는 한 직원은 "어떤 이는 물건을 가져갈 때 고민하기도 한다"며 "수레에 올렸다가 다시 내려놓고 한참을 생각하다가 결국 놔두고 갔다"고 전했다. 물건을 수령해도 되나 말아야 하나를 신경 쓰는 모습은 처음 봤다고 한다. 반면 한 의원실 관계자는 "마지막이라고 와인을 보냈네"라며 서둘러 챙겨갔다고 귀띔했다.
여의도의 명절 풍속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일각에선 아쉬운 목소리도 나왔다. 모 의원실 관계자는 "명절 때 만이라도 작은 정성을 서로 나누는 게 우리 고유의 풍습"이라며 "하지만 마치 '선물을 받으면 죄'라는 인식이 퍼지는 것 같아 안타까운 점도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한편 정부는 지난달 29일 식사·선물·경조사비의 상한액을 시행령 원안대로 각각 3·5·10만 원으로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