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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천 칼자루를 휘두른 이한구 전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이 총선 참패 후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칩거 중인 상태에서 집안의 화초를 돌보는 모습이 19일 '더팩트' 취재진에 단독 포착됐다./분당=문병희·이덕인 기자 |
[더팩트ㅣ분당=신진환 기자] "나라가 건들건들하는데…."
새누리당 공천의 책임자였던 이한구(70)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19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자택 화단(정원)을 일구면서도 '나라'를 걱정했다. '나라가 건들건들하는데'라는 말 한마디에서 이한구 전 위원장이 현 정국을 바라보는 심경의 일단을 엿보게했다.
이 전 위원장은 새누리당 공천을 마무리한 직후 이날 처음으로 언론에 근황이 노출됐다. 이 전 위원장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달 24일 공천을 확정한 뒤 가진 기자회견이 마지막이었다.
체크무늬 남방에 정장 바지 차림으로 텃밭에 나온 이 전 위원장은 당황한 기색 없이 무덤덤하게 낮은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더팩트> 취재진을 맞이했다. 그는 온전히 나무와 꽃에 시선을 두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그는 '총선 참패 이후 친박 책임론을 둘러싼 계파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데 전면에 나설 의향이 없느냐'고 직격 질문에 "나라가 건들건들하는데…그만 돌아가 달라"고 손사래를 가볍게 쳤다.
이어 그는 '나라가 건들건들한다는 의미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그것은 나중에 알게 되겠죠"라고 짧게 말하며 식물들을 살피러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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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구 전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이 19일 집안의 화초를 돌보는 가운데 '더팩트' 취재진과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짧은'인터뷰를 가졌다./ 분당=문병희·이덕인 기자 |
'나라'를 걱정한 이 전 위원장의 속내는 무엇일까. 새누리당의 총선 참패로 과반 의석에 실패하면서 박근혜 정부의 후반기 국정 동력이 상실된 것에 대한 것일 수도 있다. 또 16년 만에 '여소야대'로 구성된 국회에 대한 걱정이나 당내에서 총선 책임론을 두고 계파 간 갈등, 무소속 탈당파들의 복당 문제 등 복합적인 해석이 속내에 담겨 있을 수도 있겠다.
정치 현안과 관련한 질문에는 입을 굳게 다문 이 전 위원장은 '화단을 언제부터 일궜냐'는 질문에 "20년쯤 됐죠. 여기에 있는 식물은 제가 다 직접 키운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기자들에게 더는 할 말이 없다"며 더 이상의 인터뷰를 거절했다.
이 전 위원장이 몇몇 언론과 전화인터뷰를 한 적은 있다. 하지만 기자와 대면 인터뷰형식을 띤 것은 총선 후 이번이 처음이다. '짧은'인터뷰에서, '기자들에게 더 할 말이 없다'는 태도에서 현재 그의 복잡한 심경을 우회적으로 읽게 했다.
새누리당 안팎에서는 이 전 위원장이 주도한 이른바 '개혁 공천' 후유증이 20대 국회에서 제1당의 자리를 내준 원인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이 전 위원장이 현역 물갈이를 앞세워 비박계와 친유승민계 의원들을 대거 낙천시켜 당내 갈등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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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천 칼자루를 휘두른 이한구 전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이 총선 참패 후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칩거 중인 상태에서 집안의 화초를 돌보는 모습이 19일 '더팩트' 취재진에 단독 포착됐다./분당=문병희·이덕인 기자 |
하지만 이 전 위원장은 지난 15일 조선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자신이 이끌었던 '개혁 공천'은 옳았다면서 김무성 전 당 대표 등 지도부에 책임을 넘겼다. 그럼에도 당내에서는 계파 간 총선 책임에 대한 갈등의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른 실정이다.
이어 연합뉴스와의 17일 전화인터뷰에서는 "유승민 등 복당 허용하면 (새누리당이) 또 '이념 잡탕당'이 될 것"이라며 자신의 공천신념에 대해 같은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앞서 지난 15일 당 전국위원회 의장직 사의를 표명했다. 이후 칩거하면서 외부 노출을 삼가고 있다. '나라'를 걱정하는 이 전 위원장이 조만간 전면에 나서서 당내 갈등의 불씨를 잠재울지 거취가 주목된다.
봄꽃을 매만지는 이 전 위원장에게 총선 이후 봄은 왔으나 아직 진정한 봄은 그에게 오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