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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0회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8일 오전 서울역 3층 대합실에 마련된 남영동 사전투표소를 찾은 시민들이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고 있다. 사전투표제는 기존 부재자투표의 불편을 개선, 별도의 사전 신청 없이도 신분증만 있으면 주소지와 관계없이 전국에 설치된 사전투표소 어디에서나 투표가 가능한 제도다./서울역=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서울역=신진환 기자] "13일은 여행을 가야 해서 미리 투표하러 왔어요."
20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닷새 앞둔 8일 오후 4시 서울역 3층에 설치된 사전투표소 앞에 20여m의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모두 사전투표를 하기 위해 기다리는 시민들로, 특정한 성별과 세대에 편중되지 않았다.
이들은 줄을 서서 기다리는 중에도 인상을 찌푸리거나 발길을 돌리지 않았다. 간간이 행인들을 보면 스스로 비켜서서 통행을 방해하지 않았다. 성숙한 시민의식이 돋보였다.
뜻밖에도 사전투표 열기는 뜨거웠다. 길게 늘어선 줄이 줄어드는가 싶더니 어느새 대기하는 사람이 순식간에 늘어났다.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던 한 20대 여성은 "어떤 후보가 가장 나은지 잘 몰라서…"라며 마지막까지 자신의 지역구 후보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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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오후 서울역 3층 대합실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 시민들이 투표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서울역=이철영 기자 |
서울역 특성상 여행객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선거일(13일)에 투표할 수 없는 각자의 사정으로 미리 투표한다고 했다. 특히 20·30세대의 투표 행렬이 눈길을 끌었다.
남자 친구와 함께 투표장을 찾은 이모(25·여) 씨는 "여행을 가려고 기차를 기다리다가 우연히 투표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돼 남자 친구와 함께 왔다"며 "막상 선거일에 투표하려면 귀찮을 것 같기도 해서 할 수 있을 때 미리 하려 한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김모(33·여) 씨는 "거주지는 서울이지만, 전입신고를 못 해서 투표하려면 광주까지 내려가야 한다. 마침 대전에 내려갈 일이 있어 역에 왔다가 꼭 투표해야 할 것 같아서 들렀다"고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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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한 시민이 사전투표소 위치를 안내하는 입간판을 바라보고 있다./서울역=신진환 기자 |
서울 도봉구에 사는 이모(30) 씨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주어진 선거권을 쉽게 포기하면 되겠느냐"며 "저의 소중한 한 표가 지역 발전을 위한 밑거름이 됐으면 좋겠다"고 투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전투표 안내원은 시민들이 투표장에 들어서기 전 "신분증을 꺼내 제시해주세요"라고 알렸다. 시민들은 안내원의 지시에 따라 신분증을 손에 쥐고 투표장으로 입장했다.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역 특성을 고려할 때 사전투표소에 얼마나 많은 시민이 몰렸을까. 투표안내원 강모 씨는 "어림잡아 3000명 이상의 시민이 투표하러 온 것으로 추정된다"며 "점심시간인 12시 이후부터 40분~50분 동안 가장 많이 몰렸다"고 설명했다.
일부 시민들은 투표소 옆에 설치된 TV 뉴스를 시청하면서 정치권을 향해 불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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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오후 서울역 3층 대합실에 마련된 사전투표소 옆에서 시민들이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서울역=신진환 기자 |
서울 성북구에 사는 김모(54) 씨는 "정치인들이 서로 잘났다고 하는데 국민의 눈에는 형편없다"며 "그나마 사회가 엉망이 되는 걸 막기 위해 투표는 꼭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 김포에 사는 조모(47·여) 씨는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약속은 지겹다"며 "구태 정치가 바뀌지 않을 것 같지만,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제 권리를 다했다"고 멋쩍게 웃었다.
개인 사정 등으로 선거일에 투표할 수 없는 유권자를 위한 제도인 사전투표는 8일부터 이틀간 4·13 총선의 사전투표를 전국 3511곳에서 일제히 시행한다. 총선에선 사상 첫 실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8일 오후 5시 현재 총 선거인수 4210만398명 가운데 209만1447명이 사전투표에 참여, 4.97%의 투표율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