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청와대 문건 파문 배후설의 진실은 무엇일까.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은 "음종환 전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이 배후로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을 지목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음 전 행정관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18일 밤 늦은 시각 서울 종로구의 한 술집에서 만났다. 지난 13일에도 두 사람은 이곳에서 마주쳤다. '더팩트'는 15일 이른바 '행정관의 술집' 여주인 A 씨를 만나 그날의 이야기를 들어봤다(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더팩트DB |
[더팩트 ㅣ 오경희·김아름 기자] 자정 넘은 시각, 두 남성이 한 라이브 바(live bar)에 마주 앉았다. 은밀한 이야기가 오가는 듯했다. 자주 봤던 얼굴이다. 가게 문을 닫을 시간이었다. 단체 손님을 제외하면 손님은 단 둘 뿐이었다.
그래서 여주인은 문제의 그날 밤, 2014년 12월 18일 자정께를 또렷이 기억한다. <더팩트>는 15일 그곳에서 50대 여주인 A 씨를 직접 만났다. 그날 밤 두 사람의 대화는 '진실 공방전'으로 치달으면서 청와대와 여당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를 논란과 범 여권 내 정쟁의 소용돌이로 몰아갔다.
손님은 음종환(46) 전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과 이준석(30)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이다. 두 사람 사이엔 어떤 얘기가 오갔던 걸까. 한날한시 함께한 두 사람의 기억이 엇갈린다.
세간에 알려진 사실을 종합하면, 이 전 비대위원은 "음 전 행정관이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문건 유출 파문'의 배후로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을 지목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음 전 행정관은 "김 대표와 유 의원을 언급한 사실은 있지만, (문건 파문의) 배후라고 한 적은 없다"고 맞섰다.
그날의 진실은 무엇일까. 배후설의 진원지는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라이브 바다. 여주인의 기억 속에서 '이준석 vs 음종환' 진실 공방을 되짚어봤다.
◆ "자정이 넘은 시각, 둘만 남았다"
![]() |
| 지난해 12월 18일 밤 음종환 전 행정관과 손수조 부산 사상구 당원협의회 위원장, 신용한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장, 이동빈 청와대 제2부속실 행정관,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은 서울 종로의 한 라이브 바에서 만났다./종로= 김아름 기자 |
지하로 가는 계단을 따라 하나, 둘 내려가니 7080 음악이 울려 퍼진다. 비밀의 방을 열듯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한 여성과 눈이 마주쳤다. 주인이다. 여주인은 밝은 미소로 취재진을 맞는다.
Q: 12월 18일, 문제의 그날 밤을 기억하나요.
A: 기억한다. 연말연시라 예약 손님이 많았다. 그날(12월 18일) 음종환 전 행정관 일행(손수조(30) 부산 사상구 당원협의회 위원장, 신용한(47)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장, 이동빈(46) 청와대 제2부속실 행정관)이 들어왔다. 밤 11시께였다. 저녁을 먹은 뒤 술을 한잔 하고 온 듯했다. 뒤이어 자정이 가까운 시각,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이 왔다.
자리에 앉아 가게 안을 훑었다. 4~6인석 10여 개의 테이블이 놓여 있다. 여느 가게와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별도의 방은 따로 없다. 가게 규모는 작았고, 내부는 트인 공간이다.
Q: 음종환 전 행정관 일행이 왔었다는 것과 시각을 어떻게 확신하나요.
A: (예약 장부를 들추며) 그날따라 음종환 전 행정관이 늘 앉던 화장실 쪽 후미진 자리에 다른 단체 손님이 앉았다. (예약 장부에 그 단체 손님을 받은 시각이 밤 11시라고 적혀 있는 듯했다.) 하는 수 없이 음종환 전 행정관은 (여주인이 앉는) 카운터 코앞 자리에 일행들과 앉았다. 그리고 자정이 가까울 무렵 이준석 전 비대위원이 왔다. 나머지 세 사람은 20~30분 뒤에 자리를 떴다. 그리고 음종환 전 행정관과 이준석 전 비대위원만 이곳에 남았다.
◆ "20~30분 간 대화를 나눴다"
![]() |
| 음종환 전 행정관과 이준석 전 비대위원은 카운터 바로 앞 여주인이 앉아있던 맞은 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이날 여주인은 음 전 행정관은 왼쪽 테이블과 떨어진 곳에 앉았으며 이 전 비대위원은 간이 의자에 앉았다고 말했다./종로=김아름 기자 |
여주인은 당시 음종환 전 행정관과 이준석 전 비대위원이 앉았던 자리를 가리켰다. 카운터 바로 앞. 여주인과 그들의 거리는 불과 한걸음도 채 되지 않았다.
Q: 당시 그들이 앉았던 자리와 카운터가 가까워서 어떤 얘기를 나눴는지 들렸을 것 같은데요.
A: 라이브 바라 음악소리 때문에 잘 들리지 않았다. (바 안 음악 볼륨은 꽤 컸다.) 다만 음종환 전 행정관이 이준석 전 비대위원을 조용히 타이르는 듯했다. (이준석 전 비대위원은 이날 음종환 전 행정관이 자신의 방송 출연과 관련해 "내게 반 협박조로 '방송 출연 못하게 한다'고 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음종환 전 행정관은 "이 전 비대위원이 (오히려) '방송에 출연시켜 달라'로 청탁한 적 있다"고 반박한다.) 두 사람의 대화는 20~30분 가량 이어졌다.
Q: 당시 폐쇄회로(CC)TV를 혹시 볼 순 없을까요. 음종환 전 행정관과 이준석 전 비대위원 간 주장이 다릅니다.
A: 여기는 청와대 인근이라 공무원들이 많이 온다. 폐쇄회로(CC)TV를 공개하면 일반인들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 무엇보다 바 내부엔 폐쇄회로(CC)TV가 없다. 입구엔 있어도 보여줄 수 없다. 그날 밤 기록은 삭제했다. 내가 보여줄 의무도 없지 않는가.
◆ "왜곡이 많은 것 같다"

그의 말대로 이곳과 청와대의 거리는 1㎞ 남짓. 가까웠다.
Q: 음종환 전 행정관도 바를 자주 찾나요.
A: (음 전 행정관은) 자주 온다. 앞서 말했 듯, 바에 오면 화장실 쪽 후미진 자리에 앉는다. 이준석 전 비대위원은 자주 오는 것은 아니다.
Q: 지난 13일 밤에도 여기서 마주쳤다는데(김무성 대표가 '문건 파동 배후는 K와 Y, 내가 꼭 밝힌다'고 수첩에 적은 것이 언론에 보도되자 음종환 전 행정관과 이준석 전 비대위원은 배후설 제기 여부를 두고 진실 공방을 벌이던 중이었다.).
A: 맞다. 음종환 전 행정관은 후배와 지인 3~4명과 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이준석 전 비대위원이 우연히 기자(여기자 3, 남기자 1)들과 이곳을 방문했고, 이를 본 음종환 전 행정관이 "재, 누가 불렀느냐"고 화를 냈다(이에 대해 음종환 전 행정관은 14일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이 전 비대위원이 갑자기 나타났기에 같이 술 마시던 내 후배들이 화해시키려고 불렀나 해서 후배들을 혼낸 것"이라면서 화를 낸 상대가 이 전 비대위원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난 카운터에 앉아 모든 상황을 보고 있었다. 음종환 전 행정관이 이준석 전 비대위원을 보고 욕을 한다든지 소리를 지른다든지 하는 등의 행동은 없었다. 왜곡이 많은 것 같다.
둘 사이의 공방은 진실 게임을 넘어 당청(黨靑)-계파(系派)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이준석 전 비대위원은 지난 6일 음 전 행정관의 발언을 비박계 김 대표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고, 음종환 전 행정관은 문건 유출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국회의원) 배지 달려고 혈안이 돼 있는 인물이다. 그래서 유승민을 만나고 다니고 김무성에게 들이대는 그런 사람이다'고 했을 뿐, 김무성·유승민이 배후라는 얘기는 전혀 안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준석 vs 음종환, '진실 게임'의 끝은 무엇일까.
정치사회팀 tf.psteam@tf.co.kr
폴리피플들의 즐거운 정치뉴스 'P-TO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