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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이 '더팩트'와 가진 신년 인터뷰에서 "새해엔 정치가, 국민들이 서로 함께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한 해였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다./국회=임영무 기자 |
[더팩트 ㅣ 국회=오경희 기자] '너와 나.' 한국 정치를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이렇다. '보수와 진보' '여와 야' '호남 대 영남'…. 이분법적 사고가 정치와 우리 사회를 지배해 왔다. 국회를 떠올리면 화합보다 대립이 익숙하다.
하지만 박형준(54) 국회 사무총장은 '우리'를 이야기했다. <더팩트>와 가진 신년 인터뷰에서 박 사무총장은 "우리 사회가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이끌고 간다고 해서 끌려가는 시대는 끝났다"면서 "육면체의 색깔을 하나로 맞추는 큐브 게임을 하듯, 사회적 합의로 국가를 경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사무총장은 '함께 나아가자'는 의미의 공진국가(共進國家)를 신년 화두로 내세웠다. 진영 논리를 뛰어넘어 질적 성장과 혁신, 정치·사회적 합의, 공감과 배려, 삶의 질 개선 등을 함께 추구하자는 것이다.
공진국가로 나아가려면 '리베로' 같은 리더가 필요하다. 수비와 공격을 자유자재로 펴며 경기 흐름을 조율하는 좋은 리베로가 있는 팀은 좋은 슈터도 많다. 지금껏 정치는 이 같은 몫을 못했다. "숲과 나무를 함께 봐야 한다"는 그도 리베로처럼 뛰고 싶다. 20대 총선에 거리를 뒀다.
박 사무총장은 "지난해 국민들의 심정을 표현하자면 참 답답한 해였다. 새해엔 눈에 핏기를 없애고 서로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면서 함께하는 방법을 고민했으면 한다"고 바랐다. 인터뷰는 새해를 앞둔 지난달 30일 국회 사무총장실에서 이뤄졌다.
◆ "취임 당시 '암약'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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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임했을 당시 세월호 참사로 '암약'해야만 했다"는 심경을 취재진에게 털어놓는 박 사무총장. |
-국회 사무총장으로 취임한 지 4개월째다. 다사다난했던 갑오년, 어땠나.
국회 사무총장을 맡게 되리란 생각을 이전에 하지 못했다. 정의화 국회의장과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다가 의기투합을 해서 일을 하게 됐다. 국회 하반기에 일을 했는데 와서 보니 생각보다 할 일이 많고, 의미 있는 일이 많았다.
제가 사무총장이 됐을 때 세월호 참사로 국회가 장기간 표류하는 시점이었다. 제가 사무총장으로 내정됐는데도 암약(暗躍)할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정 의장이 좋은 리더십을 발휘해 잘 타결했고, 연말 국회도 모든 일들이 정상화 돼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나름대로 의미있는 한 해였다.
-'암약'할 수밖에 없는 힘든 일이 많았지만, 그래도 성과를 꼽는다면.
하나는, 올해(2015년)부터 국회 온라인 뉴스 미디어가 출범하는 것이다. 국회에서 생산된 지식과 정보를 맞춤형으로 국민에게 전달하는 게 목적이다.
또 하나는 '국가미래연구원'을 부설하는 내용의 제정안을 제출했다. 우리나라 같은 대통령 5년 단임제 하에선 정부나 출연기관이 미래 전략을 연구, 수립하기가 어렵다. 기후변화, 에너지, 복지 등의 정책과 전략은 20, 30년을 내다보면서 짜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가 연구 결과를 내놓으면 여야가 대립한다. 국회 안에 여야가 공동으로 의제를 설정하고 연구를 진행하는 싱크탱크가 있어야 한다. 국회는 정당과 의원의 연속성이 있어 장기 연구에 정부보다 유효하게 기능할 수 있다.
올해 2월 법안 통과가 목표다. 국가미래연구원은 최소한(40명 정도)의 연구원으로 운영하고, 연구는 외부 전문인력이 참여해 프로젝트 베이스로 진행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 "정의화 국회의장과 '의기투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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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사무총장이 정 의장과 호흡이 잘 맞았다며 지난 한 해 19대 국회를 평가하고 있다. |
-정의화 국회의장과 의기투합을 했다고 언급했는데, 호흡은 잘 맞았나.
물론이다. 정 의장이 국회를 화합과 타협의 장으로 만드는 노력을 많이 했다. 여와 야를 가리지 않고 중립적인 위치에서 국회가 정상적으로, 생산적으로 가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 일들을 하는데 저도 지원하고 의논하며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19대 국회를 지켜보면서 여야가 잘한 일과 못한 일을 평가해 달라.
2014년, 헌법에 지정된 제날짜에 올해 예산이 통과됐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제도 탓이긴 하지만 우리 정치가 진영의 정치, 대립의 정치의 특징을 오랬동안 가져오지 않았나.
그런데도 정치적 타협의 중요성, 여야가 싸우지 않고 대화로 문제를 푸는 전통을 지난 가을 국회는 보여줬다. 세월호, 예산, 공무원연금개혁 국민대타협 기구 구성 등 큼지막한 타협을 이룬 해였다. 제발 이 같은 상황이 일시적이지 않고 올해도 이어갈 수 있었으면 한다.
◆ "'공진국가' 모델로 나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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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존의 '발전 국가' 모델이 아닌 앞으로 '공진 국가' 모델로 가야 한다고 강조하는 박 사무총장. |
-정치적 '타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발간한 저서에서 '공진(共進)국가' 모델을 제안한 것도 같은 맥락인가.
제가 좌파 운동권 이론가와 신문기자, 부산 경실련 기획위원장, 사회학과 교수, 국회의원, 청와대 정무수석 등을 거치며 다른 사람보다 다양한 장에서 다양한 시각을 갖고 일했다. 이 과정에서 일관되게 유지했던 것은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와 사회를 긍정적으로 바꿔 볼 것인가란 생각이었다. 책을 "보고서이자 반성문"이라 자평했던 이유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우리나라가 발전했던 방식으론 더 이상 앞으로 나가기 힘들다. 지금까지는 100m 달리기로 빨리 뛰는데만 초점을 둬서 이를 위한 근육을 늘려왔다. 하지만 이제는 마라톤을 준비해야 한다. 그러려면 근육도 연성 근육으로 바꿔야 하고 호흡도 바꿔야 한다. 마라톤은 혼자 뛸 수 없으니까 여러 사람이 함께 뛰어야 하고, 그런 식으로 국가 발전 모델을 바꿔야 한다. 기존의 빨리 뛰는 방식을 '발전국가' 모델, 앞으로 함께 뛰는 것을 '공진국가' 모델이라 표현한 것이다.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가로 가려면 총량이 얼마나 발전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삶의 질이 더 중요한 시대로 바뀌었고, 삶의 질을 중시한다는 것은 결국 개인이 대한민국에서 살면서 자아실현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게끔 만들어줘야하는 그런 체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구성원들도 자기 이익만 요구하지 않고, 숲(전체)을 보면서 자기가 속해 있는 조직 세력 또 단체의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숲과 나무를 함께 보면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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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사무총장이 인터뷰 도중 잠시 차를 마시고 있다. |
-기존의 '발전국가' 모델과 '공진(共進)국가' 모델의 차이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기존의 발전 국가 모델에선 어느 하나만 발전시키면 됐다. 예를 들어 마술 박스에서 보자기 하나를 뽑으면 보자기가 쭉 이어져 나오는 그런 방식이다. 대통령이나 지도자가 '나를 따르라'하면 따라가는 것이다. 지금 그런 모델은 가능하지 않고, 국민들이 원하지도 않는다.
이제는 함께 논의하고, 머리를 맞대고, 이해를 구하고, 공감을, 얻고 그러면서 수평적인 협력을 통해서만 뭔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대다. 루빅스 큐브 게임처럼 빨강·노랑·하양·초록 등 육면체가 있다면, 어느 하나만 맞춰선 다른 면 색깔이 안 맞게 돼 있다.
여러 색의 면을 하나로 맞추려면 고도의 조정 능력, 문제 해결 능력이 필요한 것인데 그것을 정치가 해야 한다. 정치가 문을 따줘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정치는 취약하다. 5년 단임제나 지역주의 기반의 양당제는 승자독식 구조다. 모든 정당이 국가 미래, 정책에 대한 고민보다 권력획득에만 집중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 개혁이 여전히 중요하고, 국민들이 바라는 사회, 시대가 요구하는 사회, 시대가 요구하는 국가 모델은 옛날과 같은 계몽적 리더십에 의한 국가 발전 모델이 아니고 수평적인 협력을 통한 국가 발전 모델이다. 그러기 위해선 사회적 합의와 타협, 이런 시스템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 "개헌 필수요건, 언젠가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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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발간한 저서 '한국 사회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박형준의 공진국가 구상'에 사인을 하고 있는 박 사무총장. |
-공진국가 모델에서 가장 경계할 요소로 '치어리더'를 꼽았는데.
양당제 하에서 진영론을 보자. 진보냐 보수냐, 호남이냐 영남이냐, 새누리당이냐 새정치민주연합이냐 등 이분법에 갇히면 정치 지도자도 그렇고 정당도 핵심 지지층 중심으로 결집하는 쪽에만 관심을 갖게 돼 있다. 결집을 시키려면 감정을 자극하고 상대를 심하게 비난하는데, 이들이 '치어리더'다. 이들은 자기 지지층에게만 호소, 독려하는 식으로 정치행위를 한다. 각 당이 핵심 지지층의 의견만 듣기 때문이다.
사회의 중간지대와 합의 토대를 넓혀가는 게 필요하다. 숲을 보면서 가는 정치 리더들은 여야를 넘나들며 대화를 할 수 있다. 그러려면 코치가 돼야 한다. 코치는 각 선수들의 장단점을 보면서 하나의 팀으로 결집을 시키니까. 우리나라를 하나의 팀으로 결집시킬 수 있는 화합형의 문제 조정 및 해결형의 리더가 많이 나와야 한다.
-공진국가의 모델을 실현하려면, 당장 무엇이 필요한가.
선거제도 개편과 개헌이 필수요건이다. 언젠가 해야 하고,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당장 안된다 하더라도 이런 생각을 가지고 정치를 하는 세력이 우리 정치를 주도해야 한다. 다만, 책에도 썼지만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이 문제를 놓고 싸우기 때문에 "올해 안 하면 안된다"는 식으로 시기의 문제가 아니고, "차차기에 실행하는 것으로 안을 만들자"는 식으로 시간을 멀찌감치 두고 지금 이해관계를 벗어나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 "20대 총선? 리베로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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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사무총장이 20대 총선 출마 여부와 관련해 "지금은 공진국가를 위한 새로운 정치의 흐름을 만들어나가는데 기여하고 싶다"고 답하고 있다. |
-보수와 진보를 넘나들며 살아왔다. '보수냐, 진보냐'란 질문을 받는다면, 뭐라고 답할 것인가.
1980년대엔 좌파 이론가였지만, 지금은 우파에서 중도를 지향하는 이론가다.
-20대 총선에 대한 생각은 없나.
제가 총선에 나가고, 안 나가고는 프라이어리티(priority, 우선순위)가 아니다. 공진국가를 위한 새로운 정치의 흐름을 만들어나가는데 기여하는 것이 우선이고, 어떤 방식으로 기여를 하느냐가 문제다. 당에 들어가는 게 오히려 그 기여에 방해된다고 생각하는 측면도 있고, 자유로운 위치에서 이런 것들을 해나가는데 지원도 하고, 이론도 제공하고, 누군가는 자유롭게 뛰는 리베로가 많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정적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이야기는 사무총장으로서 할 말은 아닌 듯싶다.
-마지막으로 사무총장으로서 새해를 맞는 각오와 국민께 하고 싶은 말은.
지금 우리 국민들의 심정을 한마디로 표현하라고 한다면 "답답하다"일 것이다. 우리 기업도, 정치도, 국민들 한 분, 한 분 삶도 그렇고. 뭔가 모르게 답답한 마음이 우리 사회를 짓누르고 있다. 혼자서는 이 같은 심정을 절대 해결할 수 없다.
새해에는 뭔가 함께하는 노력, 함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함께하는 그 과정 속에서 답답함도 해소될 수 있지 않을까. 지금 맞고 있는 전환기가 작은 전환기가 아니라 큰 전환기이기 때문에 긴 호흡으로, 눈에 핏기를 없애고 서로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면서 함께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사진=임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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