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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은퇴 1년, '강달프' 강기갑의 넉넉한 한가위 Only

강 전 대표가 흙 묻은 작업복을 입고 능숙하게 트랙터를 운전하며 가을 농사를 마무리하고 있다./사천=이새롬 기자
강 전 대표가 흙 묻은 작업복을 입고 능숙하게 트랙터를 운전하며 가을 농사를 마무리하고 있다./사천=이새롬 기자

[사천(경남)=오경희·김수경 기자] "자연이 주는 보물 찾기(농산물 수확), '이 맛'에 농사하죠."

'정치 외도'를 끝내고 본업인 '농부'의 삶으로 돌아간 지 1년, 강기갑(60) 전 통합진보당 대표는 요즘 밭을 일구고 수확한 농산물을 가공식품으로 만드는 재미에 푹 빠졌다. 농사꾼에서 '초보 공장장'으로 또 한번 변신한 뒤 시행착오도 톡톡히 겪고 있다. 지난해 9월 통진당 분당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정계를 떠난 지 벌써 1년이 흘렀다. 추석을 앞두고 <더팩트>은 지난 12일 강 전 대표의 귀향 소식을 전한 지 5개월 만에 다시 그의 농장을 찾았다.

농부로 돌아간 강기갑 전 통합진보당 대표가 지난 12일 직접 수확한 호박을 들고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농부'로 돌아간 강기갑 전 통합진보당 대표가 지난 12일 직접 수확한 호박을 들고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강 전 대표는 고향인 경남 사천읍 한 작은 마을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이곳에서 부인 박영옥(47)씨, 자녀들인 3남 1녀와 함께 살고 있다. 서울에서 사천까지는 승용차로 4시간40분. 읍사무소에서 5.6km나 떨어진 시골마을 안에서도 외딴 산 밑에 위치해 있다. 농장에 들어서자 "식사는 했나요"라며 강 전 대표와 아내가 취재진을 맞는다. 때마침 식사를 하고 있는 부부의 밥상엔 직접 기른 농산물이 가득하다. 식사를 마친 뒤 곧바로 메밀을 심을 밭으로 향했다. 트레이드 마크인 흰색 두루마기 대신 흙 묻은 작업복을 입고, 자연스레 트랙터에 오른다.

능숙하게 밭을 고르는 강 전 대표.
능숙하게 밭을 고르는 강 전 대표.

1년 새 그의 트랙터 운전 솜씨는 '수준급'으로 늘었다. 크고 작은 돌덩이가 많은 탓에 트랙터로 돌을 걸러 낸 뒤 쇠스랑으로 일일이 밭을 간다. 최근 김장을 위해 배추 400포기를 심었다. "이웃에 나눠주기도 하겠지만, 워낙 오가는 손님이 많다"며 "이를 모두 김장하는 데 쓸 예정"이라고 한다.

농장은 꽤 넓다. 3만 평이 넘는 임야와 과수원이 있다. 5개월 전 '매실 자랑'을 늘어놓던 그는 지난 6월 1000주의 매실을 수확하고 현재는 배추와 무, 고추, 가지, 호박 등 각종 농산물을 기르고 있다. 농장을 거닐며 그 자리에서 농산물을 따 건넸다. "농산물을 수확하는 게 보물찾기 하는 것 같다. 농사는 자연과 하늘이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 맛에 농사짓는다"고 시원스레 웃는다.

강 전 대표가 자신의 이름과 얼굴이 들어간 매실청을 들고 취재진에게 누가 더 잘 생겼노?라며 농담을 하고 있다.
강 전 대표가 자신의 이름과 얼굴이 들어간 매실청을 들고 취재진에게 "누가 더 잘 생겼노?"라며 농담을 하고 있다.

농사 짓는 재미에 빠진 만큼 추석을 앞두고 부쩍 바쁘다. 수확한 매실로 매실즙·잼 등 가공식품을 만드는 일에 더욱 힘을 쏟고 있다. 최근 매실즙을 담는 봉투 제작 기계를 새로 구입하고 자신의 얼굴과 이름이 들어간 포장 상자도 준비했다. 이른바 '강기갑표 추석선물 세트'를 야심차게 준비했다. 매실청 한 병을 한 손에 들고 자신과 사진을 번갈아 가리키며 "누가 더 잘생겼노?"라고 묻는 그의 얼굴에 희망이 묻어난다.

하지만 '초보 공장장'으로서의 시행착오도 겪고 있다. 추석을 맞아 선물세트를 준비했지만 "그 구성이 나흘 전에야 완성돼 판매를 많이 하지 못했다"며 "충분하게 한다고 일찍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까 엿장수 마음처럼 잘 안되더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러니 농사만 짓는 우리 농민들이 뭘 해보려고 해도 쉽지 않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자신의 농장에서 기르는 개들 가운데 용맹한 범돌이(왼쪽)와 호돌이를 소개하는 강 전 대표.
자신의 농장에서 기르는 개들 가운데 용맹한 범돌이(왼쪽)와 호돌이를 소개하는 강 전 대표.

손수 농사일과 공장 일을 도맡아 한 덕분에 강 전 대표는 건강을 많이 회복했다. "이래 봬도 건강하다. 내가 장군이야"라는 우스갯소리를 하며 "내 팔을 보라. (팔 전체가) 새까맣지 않냐"며 팔을 걷어붙였다. 고된 농사일로 잔 근육이 자리를 잡고 있다. 통진당 분당 사태 때 단식을 하면서 몸무게가 51~52kg까지 줄었고, 건강이 악화됐다.

강 전 대표의 부인 박영옥 씨(왼쪽)가 인터뷰를 하고 있는 강 전 대표와 취재진에게 드셔보시라며 햇밤과 포도를 내놓고 있다.
강 전 대표의 부인 박영옥 씨(왼쪽)가 인터뷰를 하고 있는 강 전 대표와 취재진에게 "드셔보시라"며 햇밤과 포도를 내놓고 있다.

강 전 대표는 이번 추석에 온 가족이 함께 모여 함께 연휴를 보낼 예정이다. 아이들의 이야기가 나오자 한결 부드러운 표정을 지은 그는 "내가 여기 있으니까 자주 모인다"며 "두 달에 한 번은 같이 모여서 오순도순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다시 국회로 돌아갈 생각은 전혀 없다. "내가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해야 할 일은 해야 하는 사람인데 여한 없이 국회에서 할 일은 다 했다"며 "본업으로 돌아온 지금 농사가 내게 주어진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계를 떠난 '강달프'. '호통'과 '공중부양'으로 화제를 모았던 그는 이제 가을걷이에 바쁘고 자연이 준 선물에 넉넉한 웃음을 짓는 농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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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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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9.17 11:54 입력 : 2013.09.17 12:2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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