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경희 기자·김수경 인턴기자] 국회의원실 배정엔 어떤 기준이 작용할까. 국회의원회관에는 국회의원 300명 개개인을 위한 '방'인 의원실이 있다.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보좌진들이 머물며 업무를 하는 공간인 만큼 의원실이 가진 의미는 크다. 그런데 같은 건물에도 좋은 집과 비교적 덜 좋은 집은 존재하는 것처럼 의원회관에도 더 좋은 위치의 의원실이 있다. <더팩트>은 10일 각각의 의원실에 숨어있는 배정 기준의 비밀과 특히 인기 있는 이유를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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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의원회관에는 300명 국회의원들 개개인의 의원실이 있다. / 김수경 인턴기자 |
◆ 비밀 하나, 중요한 것은 '선수'와 나이
보통 의원실을 배정하는 기준은 몇 차례 당선됐는지와 연령이다. 주로 3선 이상의 중진급은 원하는 의원실에 갈 확률이 높지만 반대로 초선의원들은 원치 않는 방에 배정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19대 국회의 초선의원들은 현재 진행 중인 구 의원회원 리모델링 공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화장실이 없는 임시사무실에 머물러야 하는 경우도 있다. 초선 의원인 A의원실 보좌관은 "방 배정을 못받아 상임위원장실에 '전세 살이'를 하고 있다"며 "방 배정 기준이라고 해봐야 나이 어리고 초짜 의원인 것 밖에 더 있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리모델렝 공사가 마무리되면 이사를 갈 수 있어 그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 비밀 둘, '한강 프리미엄'보다 '잔디밭 프리미엄'
비록 초선의원들에게는 선택권이 없을지라도 국회의원들 사이에서 선호되는 의원실의 위치는 있다. 제2의원회관이 신축되기 전에는 한강이 보이는 방향에 위치한 의원실이 인기가 많았다. 여기에 중진의원들이 계단으로 오르내리기 좋은 2~3층을 선호해 이 층을 중심으로 계파가 모여들기도 했다. 그러나 제2의원회관 신축 이후에는 상황이 뒤바뀌었다. 한강 반대 방향인 국회대광장 방면과 고층인 6~10층이 선호되고 있다. 국회의사당 전경과 잔디마당 등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기 때문이다. 구 의원회관 시절에는 선호되지 않았던 국회대광장 방면의 인기가 높아진 이유는 구 의원회관과 제2의원회관을 연결하는 통로 때문에 시야가 가려져 저층에서는 이른바 '한강 프리미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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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원실이 위치한 국회의원회관.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
◆ 비밀 셋, 선호하는 층은 '당마다 달라요'
당마다 '로열층'으로 삼는 층수도 있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퇴 전에 사용하던 620호와 이한구 전 원내대표가 쓰고 있는 618호, 남경필 의원의 619호,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의 622호가 있는 6층을 로열층으로 여긴다. 민주통합당의 주요인사들도 6층에 자리하고 있다. 박지원·박기춘 전 원내대표가 각각 615호와 616호를 나란히 사용하고 있다. 통합진보당 의원들은 주로 5층에 있다. 이석기 의원이 520호, 김재연 의원이 523호, 심상정 의원이 516호를 쓰고 있다.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가 쓰던 518호는 현재 안철수 의원이 배정받아 사용하고 있다.
◆ 비밀 넷, 의원실 번호에 담긴 '의미'
의원실 번호가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경우도 있다. 문재인 의원의 325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일을 뒤집은 번호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일과 같은 번호인 523호는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이 쓰고 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의 615호도 박 전 대표가 6·15 공동선언의 주역이라는 의미를 살리기 위한 것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박 전 원내대표는 구 의원회관에서도 615호를 사용해 왔다. 안철수 의원은 518호에 둥지를 틀었다. 518호는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가 쓰던 방이다. 안 의원의 518호실 배정은 지난 대선 때 안 의원이 호남 민심에 주목했던 점을 들어 특별한 의미가 담긴 것이 아니냐는 반응을 낳았다. 그러나 안 의원 측 관계자는 "국회에서 배정해준 대로 가는 것"이라며 "특별히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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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 의원회관이 2단계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중이다. |
◆ 비밀 다섯, 의원회관은 아직도 '이사 준비 중'
19대 국회가 시작된 지 1년이 넘은 11일 현재, 국회의원회관에는 아직 '제 자리'를 찾지 못한 35명의 의원들이 있다. 아직 끝나지 않은 국회의원회관 리모델링 공사 때문이다. 35명의 의원실은 2단계 리모델링 공사가 끝나면 새로운 의원실로 자리를 옮겨야 한다. 리모델링 공사는 지난 3월 말 1단계를 마치고 현재 2단계 공사가 한창이다.
국회사무처 본청 관리과 관계자는 "지금 현재 화장실 없는 방을 사용하고 있는 의원이 15명, 3단계 공사 예정 부분에 있는 의원이 20명"이라라며 "2단계 공사가 7월 말에 끝나면 의원실을 옮기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의원실 공사는 2단계에서 완료된다"고 덧붙였다. 아직 '제 자리'를 찾지 못한 의원들이 온전한 공간을 얻게 될 날이 머지않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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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수경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