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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승준의 쿨~한 만남] <15> 장진 감독 "SNL 19금 섹시유머, 갈 데까지 간다"

진솔하고 대담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장진 감독(왼쪽)과 곽승준 위원장./ 이새롬 기자
진솔하고 대담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장진 감독(왼쪽)과 곽승준 위원장./ 이새롬 기자

우리 시대의 리더와 뉴스메이커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현재를 살고 있는가. 또 어떻게 미래를 설계하고 있는가. "따분한 보수는 가라"며 '쿨 보수'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곽승준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장관급)이 변화와 개혁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고 있는 사람들과 특별한 만남을 갖는다. 20~40대가 주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는 <더팩트>과 '쿨한 융합'이라는 목표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고 있는 곽승준 위원장이 펼치는 색깔 있는 대화는 이슈메이커들의 또 다른 면모를 볼 수 있는 새로운 장이 될 것이다.<편집자 주>

영화감독 가운데 대중에게 이름이 널리 알려진 이가 몇이나 될까. 더군다나 유수의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받거나 천만 관객을 넘긴 흥행작을 배출한 감독이 아니라면 일반인들이 연출자의 이름을 알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 장진(41) 감독은 그 어느 경우에도 속하지 않지만 국내에서 가장 대중과 친숙한 영화감독 중 한 사람이다.

사실 장진 감독에게 '영화 감독'이란 타이틀만 붙이기에는 그의 경력이 매우 화려하고 다채롭다. 199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에 당선하며 등단한 장진 감독은 영화와 연극 연출 외에도 방송진행자, 극작가, 배우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고 최근엔 소설 집필까지 시작했다.

장진 감독의 작품을 보노라면 대중의 공감을 이끌면서도 동시에 상식을 뒤엎는 날카로운 반전이 있다. '장진식 코미디'라고 명명되기도 하는 허를 찌르는 그의 작품 스타일은 인터뷰 도중에도 습관처럼 자연스럽게 묻어나왔다. 최근엔 케이블채널 tvN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 코리아'의 진행 및 대본, 연출을 맡아 색다른 웃음의 영역을 보여주고 있는 '기발한 이야기꾼' 장진 감독을 <곽승준의 쿨~한 만남> 열다섯 번째 주인공으로 초대했다.

SNL에서 자기 자신이 철저하게 망가지는 셀프디스도 서슴치 않는 장진 감독.
'SNL'에서 자기 자신이 철저하게 망가지는 '셀프디스'도 서슴치 않는 장진 감독.

◆ "대중에게 사랑 받은 톱스타들, 'SNL'로 오라"

- 요즘 가장 핫한 프로그램은 뭐니뭐니해도 'SNL'이다. 시즌1, 2의 인기에 힘입어 이제 계속하는 걸로 바뀌었던데 축하한다. 이제 'SNL'을 20~40대뿐만 아니라 오피니언, 정치인들까지 보기 시작했다. 타깃을 그렇게 의도한 것인가?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채널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 즉 채널권이라고들 말한다. 예를 들어 평일 저녁 8~9시 채널권은 무조건 엄마에게 있다. 주말 오전엔 아이들이다. 그런데 토요일 밤 11시 케이블이면 이건 절대적으로 잠 안 오는 아빠, 큰누나, 큰형이다.

- 라이선스를 받아왔지만 미국 원작과도 약간 다르다. 또 풍자도 연기력이 튼튼해야 하는데 배우들의 연기력이 기가 막힌다.

맞다. 'SNL'은 다른 코미디 프로그램이나 예능 프로그램과는 차별화된 부분이 명확하게 존재한다. 다른 프로그램은 오픈코미디가 가능한, 흔히 이야기를 하는 한국적 코미디 연기를 하시는데 이건 정통 연기가 돼야 한다.

-'SNL코리아'를 보다보면 장진 감독이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 스스로 망가지고 자신을 제물로 바치기도 하며 '셀프디스'를 한다. 희생정신이 대단한데 웃다가도 왠지 모르게 허전하고 슬플 것 같다.

전혀 그것에 개의치 않는다. 특히나 그 주에 다른 꼭지나 ENG가 약하거나 재미없을 때 한 주의 소식을 전하는 '위크엔드 업데이트'를 더 세게 바꾸자고 먼저 주장하는 편이다. 토요일 저녁 생방송인데 내가 하는 이 코너가 그나마 가장 근접한 시간대까지도 바꿔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장진 감독에게 SNL코리아에 대해 질문하고 있는 곽승준 위원장.
장진 감독에게 'SNL코리아'에 대해 질문하고 있는 곽승준 위원장.

-잘나가다 보니 나쁜 일도 있더라. SBS '짝' 측에서 허락 없이 모방했다는 이유로 'SNL코리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던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만약에 그런 식으로 간다면 온갖 영화, 드라마, 소설 등 예능에서 패러디의 대상이 됐던 모든 프로그램이 피소돼야 한다. 더군다나 '짝'은 팀이지 않나. 팀이고 한 조직 안에서 나온 창작물이다. 한 개인의 창작물도 패러디되기도 하는데 한 기업체의 창작물이라면 너그럽게 수용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하튼 지상파에서 그렇게 관심을 기울여 주시니 고맙고 그 기념으로 한 번 더 하려고 한다. 1억 5000만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거셨더라. 그래서 그 1억 5000만원으로 우리가 이 사회에 할 수 있는 좋은 일들이 무엇이 있는지 나열하려고 한다. 독거노인 몇 분을 돌봐드릴 수 있고, 결식아동들 몇 명에게 밥을 먹일 수 있는지 등 할 수 있는 좋은 일들을 다 말하는 방식으로 만들 예정이다.

결론적으로 '짝' 제작진이 프로그램을 잘 만들고 유명해졌기 때문에 우리가 패러디한 것이다. 기분 좋게 생각하시고 사과를 원한다면 사과를 하겠다. 사실 같은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끼리 전화 한 통이면 끝나는 문제일 수도 있는데 그렇게 법적으로 대응하시니 좀 우스운 싸움이 됐다. 어찌 되었건 '짝' 제작진들이 기분 나빴다면 진심으로 미안하다.

- 호스트가 시즌 1,2보다는 약해진 것 같은데 의도한 부분인가?

사실은 그게 가장 핵심이다. 호스트가 나와서 그의 주도 아래 모든 쇼가 만들어지고 호스트에게 기대는 부분이 많아진다면 결국 캐스팅이 안 되는 순간 끝나는 것이다. '약한 사람이 나와도 이 쇼는 재밌다'가 돼야 쇼가 오래 간다.

- 꼭 초대하고 싶은 호스트 있었나?

흔히들 말하는 대한민국 톱스타들이 한 번 'SNL'와서 자신을 던져줬으면 좋겠다. 광고 몇 편 찍으시고 광고 때문에 이런 데서 망가지기 부담되고 라이브라서 부담되고 바쁜 와중에 일주일에 3~4일을 케이블 프로그램에 시간 내주기 힘드신 분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분들이 한두 분만 시간과 용기를 내서 우리 프로그램에 출연해준다면 굉장히 캐스팅 폭이 넓어질 수 있다.

- 신동엽의 '탐퐁', 박진영의 '겨스퍼' 등 'SNL'에서 다루고 있는 일명 '19금' 섹시유머가 인기다. 혹시 방송심의위원회에서 심의 받고 있진 않나?

심의를 좀 해주셔야 한다. 좀 심하다 싶으면 조치를 취해주셔야 하는데 아무 이야기가 없으시니 우린 계속 가는 거다. 풍자도 그렇고 패러디도 그렇고 대한민국 상업미디어에서 자정능력을 요구하는 건 약간 무리가 있다. 안 그러면 시청자들이 다 심심해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것들을 필터링할 수 있는 외부 집단에서 정교하게 필터링하고 리서치도 해서 우리가 그 수위를 넘었다 하면 경고나 주의 조치를 해줘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수정이 되지 아무도 조심하라고 이야기 안했는데 스스로 조심하면 프로그램이 너무 재미없어진다.

▶ [곽승준의 쿨~한만남] 장진 감독 편
영화를 만들 때 리서치 대신 상상에 의존한다는 장진 감독.
영화를 만들 때 리서치 대신 상상에 의존한다는 장진 감독.

◆ "내 영화, 리서치 대신 상상에 의존한다"

- 'SNL'에서 '여의도 텔레토비(영국 BBC의 인기 아동 프로그램 '텔레토비'를 정치 버전으로 패러디한 VCR 콩트)' 코너도 인기다. 보다보면 텔레토비들이 말도 안 되는 걸 갖고 싸운다. 현실과 비슷한 것 같다.


그걸 보고 대중이 웃고 동감한다면 정치권분들도 생각을 하셔야 한다. '텔레토비'라는 이념들이 벌이는 조악한 정쟁을 대중이 아주 좋아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게 뭐냐면 여태껏 머릿속에 있는 정치권의 모습을 저 인형들이 똑같이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걸 우화적으로 표현해주고 있으니 대중이 움직이는 것이다.

-정치적으로 옮겨 가보겠다. 안철수 원장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을 때 장진 감독이 트위터에 글을 올려 화제가 됐다. '신문 좀 많이 보는 고등학교 문예반 수준의 출마 회견문이었는데. 들으면서 왜 이리 울컥하냐. 젠장, 참 모자름 속에 살았나보다. 상식을 들었는데 눈물이 나니'라고 올리셨는데 무슨 뜻인가?

그의 회견문, 그의 질의응답들을 보면서 특별할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정말 예상된 수준이었다. 정말 고등학교 문예반 수준의 문장력인데 그냥 들으면서 슥 넘어가더라. 안철수 씨가 가지고 있는 굉장히 정석적인 부분, 그걸 프로페셔널하게 말하지 않고 미약하게 떨림이 있고 왠지 서툰, 그러기에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목소리로 말했던 것. '더 낫다'라기보다는 좀 달라보였다.

지극히 '상식'인데 그 상식조차도 근간으로 두지 않은 또 다른 스페셜함에 대해 그는 무서워하고 그 상식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니까 사람들이 움직이는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상식의 중요성을 건너뛴 채로 더 특별한 어떤 걸 자꾸 보여주려고 노력하니 말이다. 예를 들면, 잘 차린 뷔페에서 결국에 마지막 배를 채우는 건 흰 밥에 김치다. 다 먹고 나서 '그래도 곡기가 들어가야지'하면서 밥을 먹는데 그 김치가 너무 맛있는 순간에 '아 잘먹었다'는 소리가 나온다. 근데 그게 안 이뤄진 뷔페에선 이것저것 많이 먹은 것 같은데 허전하고 집에 들어가는 길에 '야, 라면 2개 사가자' 이렇게 되는 거다. 비유가 적절한지 모르겠다(하하).

대선과 정치인에 대해 솔직한 대화를 나눈 곽승준 위원장(위)과 장진 감독.
대선과 정치인에 대해 솔직한 대화를 나눈 곽승준 위원장(위)과 장진 감독.

- 4년 전 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를 굉장히 재밌게 봤다. 이제 국민들의 수준이 아주 다양해졌다. 그래서 이번 대선은 사실 이 다양한 국민을 누가 어떻게 진정성을 갖고 포용하느냐에 달려있다. 그러한 특징들을 이 영화에 잘 담았다. 감독님은 청와대에서 일해본 적이 없지만 나는 4년 반을 일했다. 그런데 굉장히 리얼하게 다뤘다. 누구한테 자문을 받았나? 영화에서 보면 청와대 최고 실세가 '요리사'라고 했는데 정확하게 맞았다.

자문을 받은 적은 전혀 없다. 오직 상상에 의존해 '이렇다면 이러할 것이다, 이러지 않을까'라는 생각과 상상에 의존해서 만들었다. 영화에서 청와대 최고 실세는 요리장이다. 정확하게는 식사 운영관이다. 이 사람이 대통령의 고뇌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고 대통령과 가장 마음 속 이야기를 많이 나눌 것이라고 생각했다.

- 이런 자료들은 어떻게 모았나? 그냥 상식적인 선에서 생각한 건가?

어떤 작품에서든 특별하지 않은 이상 리서치를 하지 않고 대신 상상을 한다. 그저 나는 그게 필요했다. 정권이 바뀌어도 청와대에 남아있을 사람 말이다. 나는 영화를 만들 때 리서치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내가 아는 정도가 이 정도고 내가 이걸 쓰면서 말도 안 된다고 생각 안 한다면 대다수의 국민들도 그 정도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개폐회식 총연출자로 위촉된 장진 감독.
2014 인천아시안게임 개폐회식 총연출자로 위촉된 장진 감독.

- 이번에 2014 인천아시안게임 개폐회식 총연출자로 위촉됐다. 정말 명예로운 것이지 않나? 그건 감독으로서 어떤 의미가 있나?

내심 이번에 정말 잘해서 평창(2018평창동계올림픽)까지 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하하). 내가 영화감독이기 전에 공연 연출자고 대한민국에서 이런 스타디움 퍼포먼스를 가장 잘할 수 있는 소양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잘만 하고 많은 분들이 도와준다면 저에겐 정말 명예로운 일이다. 하고싶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않나. 자신이 활발하게 에너지가 올라왔을 때 대한민국에서 이런 대회가 열려야 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가 아시안게임 안하면 못하지 않나. 그래서 참 운이 좋았던 거고 나에겐 굉장히 명예로운 일이다. 내후년 인천아시안게임의 키워드는 '동북아의 평화'다. 이를 위해선 새로 바뀌는 정권의 도움이 필요하다.

- 프로그램 진행하랴 영화 만드랴 아시안게임 연출하랴 바빠서 쉴 틈이 없을 것 같다. '킬러들의 수다' 2편이 나온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

일단 내후년엔 아무 것도 못한다. 아시안게임 연출 때문에 내후년에 하려던 작품들까지 내년안에 다 만들어야 한다. 내년에 두 작품을 계획 중이다. 현재 우리 회사에서 진행 중인 작품이 대한민국이 만들어낼 수 있는 최고의 느와르 영화일 것 같다. 기대해달라.

인터뷰를 마무리한 뒤 판넬을 건네며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부탁드린다고 하자, 잠시 고민하던 장진 감독은 최근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고백하며 꿈을 이루게 돼 행복하다고 했다. 잠잘 시간, 밥먹을 시간도 부족해 보이는 그는 그렇게 또 한 발자국, 누구도 시키지 않은 새로운 발걸음을 스스로 묵묵히 내딛고 있었다.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며 <더팩트> 독자들에게 파이팅을 외친 장진 감독과 곽승준 위원장.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며 <더팩트> 독자들에게 파이팅을 외친
장진 감독과 곽승준 위원장.

<정리=오영경 기자, 사진=이새롬 기자>
더팩트 연예팀 oh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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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9.30 12:20 입력 : 2012.09.30 12: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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