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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박예은 "클레오 기억 지우고 싶다, 꼭두각시 같았다"
13년 만에 돌아온 클레오 출신의 박예은./남윤호 인턴기자
13년 만에 돌아온 클레오 출신의 박예은./남윤호 인턴기자


[심재걸 기자] 2000년대 초반 뭇남성들의 마음을 흔들어놨던 1세대 걸그룹 클레오. 세 멤버 중 인형같은 외모로 유난히 큰 인기를 모았던 박예은이 13년 만에 신곡을 들고 돌아왔다.

세월의 무게는 여고생 박예은을 30대 초반으로 만들었지만 <더팩트>과 만난 그녀는 앳된 모습 그대로였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속내를 가감 없이 털어놓을 수 있는 용기였다. 자그만한 입에서 박예은은 가슴 깊숙이 있던 고민과 번뇌를 다 꺼내놓았다.

뽀얀 피부가 매력적인 박예은./스타메이드엔터테인먼트 제공
뽀얀 피부가 매력적인 박예은./스타메이드엔터테인먼트 제공

-13년 만에 돌아왔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지난해 '컴백쇼 가요톱10' 이후 제의가 많이 들어왔다. 고민하다가 작업을 했는데 뿌듯하고 하길 잘한 것 같다. 연예인이 하고 싶어서 돌아온 것은 아니고. 음악이 정말 좋아서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그동안 뭐하면서 지냈나.
영화나 잡지 모델, 패션 전문 프로그램의 패널 등에 조금씩 모습을 보였다. 패션에 관심이 많아서 쇼핑몰도 두 번 성공을 거뒀다. 미국으로 건너가서 VJ 활동을 하기도 했고, 지난해 '컴백쇼' 제의가 들어와서 그 때부터 국내에 머물렀다.

-신곡이 심수봉의 '그때 그사람' 풍이다.
어려서부터 심수봉 스타일을 좋아했다. 간드러진 목소리를 동경해왔고 나 역시 콧소리가 자신있었다. 편곡은 마르코 씨가 했는데 팝페라 앨범 위주로 해오던 분이 이번에 도와줘서 고급스럽게 잘 나온 것 같다. 심수봉이 목소리 좋다고 칭찬하면서 다음에 만나자고 해줘 기분 좋았다. 친구들은 노래를 듣고 왜 굳이 이랬냐고 하지만 그냥 내가 원하는 걸 하고 싶었다. 다들 예쁘고 좋은 노래 하고 싶겠지만 난 예쁜척하는 게 싫고 아예 안 웃어도 되는 어두운 게 좋다.

오해와 따가운 시선으로 공황장애를 겪고 있다고 고백한 박예은./남윤호 인턴기자
오해와 따가운 시선으로 공황장애를 겪고 있다고 고백한 박예은./남윤호 인턴기자

-웃는 게 싫다는 말인가.
그렇다. 2년 전부터 웃을 일도 없다. 그저 상당히 예민하고 자책하는 것도 심해졌다. 2009년 스캔들 이후 대인기피증이 생겼다. 당시 참 많은 배신감을 느꼈다. 나는 가만히 있는데 홈페이지의 아무글이나 가져가서 사실처럼 포장했다. 상대가 야구선수였는데 헤어지고 나서 그렇게 좋아하던 야구장에도 못갈 처지였다. 광팬들이 나를 알아보면 내 자리쪽으로 계속 무언가를 던진다. 그 때부터 신경안정제를 먹기 시작했고 한 달 내내 집에만 있던 적도 많았다. 혼자있는 게 좋아졌다.

-다시 대중 앞에서 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은데….
하루는 안무 연습을 들어가는데 어떻게 할지 모르겠는 거다. 안무 선생에게 그냥 나 잘 안 보이게 해달라고 부탁할 정도였다. 그 때도 공황장애, 대인기피증, 조울증으로 안정제를 복용하고 살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음반을 낸 이유는 뭔가.
나는 솔직히 '연예인이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음악이 하고 싶었다. 조만간 홍대에서 인디밴드를 결성할 계획이다. 건반과 보컬을 맡을 예정이고 이번 싱글은 정거장 역할이다. 클레오 때는 예쁜척하고 웃어야 했지만 그렇게 안해도 되니 좋았다.

동안 미모 반짝 반짝
동안 미모 '반짝 반짝'

-그렇다면 박예은에게 클레오란 어떤 의미로 남아있나.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이다. 고2 때 연습생으로 시작해 고3 때 데뷔했다. 원하는 음악을 했던 것도 아니고 꼭두각시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무용이나 피아노를 했다면 좋았을 것 같고 클레오는 다른 사람이 했었으면 더 잘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나는 그저 평범하게 살았어야 했다. 내가 지금 겪고 있는 고통도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것 아니겠나. 그러나 이제라도 내가 원하는 음악을 하게 돼서 좋다.

-아직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사람은 누구나 고정관념이 있다. 나도 그렇게 편견에 휩싸여있다가 내가 몰랐던 다른 부분을 깨달았을 때 상당히 부끄럽다. 사람들이 부끄러움 느끼라는 게 아니라 만약 나처럼 다른쪽으로 좋은 면을 보게 된다면 그것만으로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중국, 일본 활동도 예정됐다고 들었는데 거시적인 계획은 어떻게 되나.
좌우명이 '내일은 난 몰라'다(웃음). 오늘 주어진 일에 열심히 하고, 나 때문에 고생한 분들을 위해 할 일을 다 하자는 주의다. 거창하게 할 것 없이 물 흐르듯이 살아가고 싶다.

shim@tf.co.kr
더팩트 연예팀 ssent@tf.co.kr



2013.02.15 17:30/ 입력 : 2013.02.15 18:14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