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교' 김고은 "다음 작품이 궁금해지는 배우로 남고 싶다"
  • 김가연 기자
  • 입력: 2012.05.04 15:42 / 수정: 2012.05.04 15:42

영화 은교 홍보차 만난 신인 배우 김고은./노시훈 기자
영화 '은교' 홍보차 만난 신인 배우 김고은./노시훈 기자

[김가연 기자] 신인 배우 김고은(21)을 만나기 전. 그에 대한 첫인상은 영화' 은교' 속에 완전히 갇혔다. '은교'로 데뷔하는 김고은은 포털 사이트에 이름을 치면 필모그래피도 '은교' 하나만 나오는 그런 20대 소녀였다. 당차고 도도하고, 거침없는 영화 속 은교를 상상하고 마주한 김고은은 달랐다. 완전한 편견과 선입견이었다.

어둠이 깔리는 저녁시간, 기자를 보고 "안녕하세요"라며 눈웃음을 짓는 김고은에게선 풋풋하면서도 선한 느낌이 먼저 들었다. 명함은 건네자 수줍어하며 웃는 그에게 '어떻게 저렇게 과감한 노출신과 정사 장면을 촬영했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렇게 김고은과 설레는 인터뷰를 시작했다.

영화 은교에서 과감한 노출신을 감행한 김고은.
영화 '은교'에서 과감한 노출신을 감행한 김고은.
영화 '은교'는 박범신 작가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70대 노시인 이적요(박해일)과 그의 제자인 30대 서지우(김무열), 그리고 이들을 자극하는 17세 소녀 은교(김고은)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달 26일 개봉한 '은교'는 소소하게 관객을 모으며 관심을 끌고 있다. 첫 영화 개봉에 김고은은 "마음을 편안히 생각하고 있다"며 "많은 분이 호평해 주시는데 깊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마음을 편안히 하고 있다"라고 비교적 담담하게 말했다.

이 작품은 '해피엔드'와 '사랑니'를 연출한 정지우 감독의 차기작이자 박해일이 70대 노인으로 분장해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현장에서 카메라가 도는 것 조차 어색했다는 이 신인 여배우는 감독과 박해일과의 만남에 대해 어떻게 기억할까. 김고은이 웃기부터하자 더욱 궁금해졌다.

"정 감독님은 샌들에 반바지를 입고 계셨어요. 무언가 감독님 느낌이 굉장히 없었어요. 그냥 동네아저씨를 만난 것과 같은 그런 느낌?(웃음). 박해일 오빠는 달랐어요. 처음에는 노인 분장을 하고 서로 스쳤는데 '잘생기고 나이 많은 조명 혹은 카메라 감독 기사님'이구나 생각했어요. 분장을 벗고 만난 해일 오빠는 달랐죠. 저에게 먼저 '안녕하세요, 박해일'이라고 말씀하시는데 제가 TV에서 보던 그 '박해일'이었어요. 처음에는 '정말 잘 생겼구나'라고 생각했고, 나중에는 배우로서 너무 존경하는 분이었는데 제 앞에 서 있는 것이 굉장히 신기했어요."

박해일과 김고은, 김무열까지 어색했던 세 사람은 영화 속에서 과감한 정사 장면을 촬영했다. 세 배우들은 전라 노출까지 감행했다. '노출은 영화를 위해 필요한 도구'라고 생각했지만 김고은 역시 이 작품을 선택하기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노출에 대해 묻자 이 신인 여배우는 고개를 숙이고 생각을 정리한 채 담담하게 답했다.

"당연히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이 영화를 해야 하나' 마지막까지 고민한 이유 역시도 노출이었어요. 하지만 저한테 굉장한 확신이 있었던 것 같아요. 노출을 강할 것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그것이 영화보다 부각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완성된 영화를 보니 그렇게 잘 그려진 것 같아 만족스러워요."

원작과 시나리오를 읽고 노출때문에 작품 선택이 어려웠다고 밝힌 김고은.
원작과 시나리오를 읽고 노출때문에 작품 선택이 어려웠다고 밝힌 김고은.

김고은은 오히려 노출보다 직접 은교가 되는 것이 더 어려웠다고 한다. 대중이 기대하는 원작 속의 인물을 그려내야 하는데 은교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을 때도 많았다. 머리가 복잡할 때에는 정지우 감독을 찾아가 매달렸다. 끊임없이 대화하며 은교 캐릭터를 완성했다. 그럼에도 이해가 가지 않았던 장면은 역시 서지우가 있는 서재로 내려가서 정사를 벌이는 장면이었다.

"분명 은교는 정사를 하기 위해서 서지우에게 갔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에요. 분명 그에 대한 호감이 많이 있었겠죠. 아마 '은교'라는 소설의 영향이 크지 않았을까요? 서지우는 자신을 잘 이해한다고 생각했을 것이에요. 소소한 것에 대해서 서지우에게 이야기하는 이적요 할아버지에 대한 배신감도 있었어요(웃음). 사실 이해는 되지 않았지만 외로움을 많이 타는 은교로 몰입해보니 그런 그의 마음이 이해가 가더라고요"

실제 은교로 몇 달을 살아온 김고은이 생각하는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이 무엇일까. 김고은은 "아마 영화 속에서는 첫 장면이었던 것 같은데 은교가 상처 투성이 채로 이적요 할아버지 집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아있는 장면이에요. 영화 상에는 잘 표현되지 않았지만 은교는 잘 걷지 않고 잘 뛰어 다니는 아이에요. 그날도 가족들에게 상처받고 뒷산을 뛰어다니다가 지쳤는데 이적요 할아버지 집을 발견한 것이죠. 영화의 시작이 되면서 은교의 마음이 흔들리게 되는 그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라고 답했다.

올해로 1991년생인 김고은은 17세 소녀 은교를 연기했다. 극 중 은교는 이전 작품에서는 보기 어려운 개성 넘치는 캐릭터다 10대 소녀시지만, 10대스럽지 않은 묘한 분위기를 가지로 있다. 그리고 그러한 점을 김고은은 완벽하게 표현했다. 은교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어려웠을 것 같다고 하자 김고은은 그렇지 않다며 당차게 대답했다.

"은교의 감정을 빠져나오기는 오히려 쉬웠던 것 같아요(웃음). 제가 이입을 한 것이 아니라 은교를 그냥 바라본 것이죠. 은교는 가족 때문에 상처받은 아이에요. 한창 감수성이 풍부할 고등학교 시절 가족의 부재때문에 힘들어하는 그런 아이에요. 저는 먼 발치에서 은교를 바라봤어요. 촬영 후에는 감정보다는 말투나 행동들이 은교랑 똑같아 진 것 같아서 힘들었던 것 같지만요(웃음)."

영화 홍보 인터뷰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는 김고은.
영화 홍보 인터뷰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는 김고은.

영화 홍보 인터뷰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그에게 진짜 김고은의 삶에 대해 물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재학 중인 그는 원래 '은교'를 하지 않았다면 여행을 다니고 있을 것이라고 입을 샐쭉거렸다.

"저는 원래 갇혀 있는 것을 싫어하는 아이에요(웃음). 예고를 나왔는데 고등학교 시절부터 빡빡하게 연기를 한 것 같아요. 한예종에 올라와서도 2년 정도 공부를 하고 나니깐 여유로운 시간이 필요했어요. 국내나 외국 가리지 않고 여행을 할 생각이었죠. 하지만 저는 지금 여기서 이러고(인터뷰) 있어요(웃음). 다시 은교 제의가 온다면요? 그럼요, 그래도 당연히 해야죠(웃음).

평범한 일반인 김고은이 아니라 배우 김고은으로 변한 뒤부터 그의 삶에는 여러가지가 변했다. 영화 촬영, 예쁜 옷을 입는 것부터 굽이 높은 하이힐을 신는 것, 패션 화보를 찍는 것까지 그야말로 신세계다. 하지만 김고은은 하이힐을 신는 것부터 매우 힘들었다면 귀여운 투정을 부린다.

"제작보고회 당시에 힐을 신고 가야한다고 해서 매우 불안했어요. 걸을 때에도 긴장되서 이야기도 빨리 한 것 같고…. 요즘 무대 인사를 하고 있는데 예쁜 옷 입는 것도 너무 재밌어요. (선이 고운 몸매에 독특한 외모때문에 패션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것 같다고 하자) 패션도 관심이 많아요. '패셔니스타' 욕심이요? 사실 또 제가 패션 감각이 전혀 없는 편도 아니에요(웃음)."

예쁜 여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없다고 밝힌 당찬 신예 김고은.
예쁜 여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없다고 밝힌 당찬 신예 김고은.

마지막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으냐는 매우 낡은 질문을 했다. 하지만 김고은은 자신만의 소신이 담은 연기 철학을 밝혔다. 그리고 그것이 이 배우가 가진 모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인기 있는 여배우를 꿈꿨던 적은 없어요. 예쁜 여배우가 되려면 그런 것을 계속 보여야 하는데 매우 부담스럽거든요. 외적인 것에 쏠리면 정작 연기에 힘들 쏟기에는 어렵잖아요. 사실 지금의 이런 관심도 딱 이 시기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화제가 되는 것 역시 제 성격 어울리지 않아요. 저는 아예 대중의 관심에서 완전히 사라졌다가 다음 작품이 궁금해지는 배우로 남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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