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기획:文개혁'言'⑩ 경제-下] 권오인 경실련 국장 "재벌개혁, 통합적 협력체계 필요"
입력: 2017.06.27 08:20 / 수정: 2017.07.05 10:46

문재인 정부는 경제분야 최우선 국정과제로 일자리 창출과 재벌개혁을 꼽고 있다. 사진은 지난 23일 4대 그룹 정책 간담회에서 만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왼쪽부터),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하현회 (주)LG 사장,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문병희 기자
문재인 정부는 경제분야 최우선 국정과제로 '일자리 창출'과 '재벌개혁'을 꼽고 있다. 사진은 지난 23일 '4대 그룹 정책 간담회'에서 만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왼쪽부터),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하현회 (주)LG 사장,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문병희 기자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을 넘어섰다. 1기 내각 인선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현재까지 보여준 '파격', '소통'에 국민들은 환호한다. 문 대통령은 대선과정에서 200개가 넘는 공약을 국민에게 약속했다. 공약의 핵심 키워드는 '개혁', '국민'에 맞춰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더팩트>는 ▲경제 ▲언론 ▲방송 ▲사법 ▲소비자 ▲여성 등 6대 분야를 선정, 관련 분야 시민단체, 학계, 직능단체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전문가들의 제언을 듣는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이 연재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개혁 정책에 대한 전망과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문재인 정부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재벌개혁'의 쌍두마차로 내세웠다. '진보 성향'의 장하성 정책실장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우선적으로 임명하면서 대선 후보시절 공약인 '재벌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재벌의 순환출자 및 불·편법 경영권 승계 근절, 불공정 갑질 근절, 독과점 구조 개선 등이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 핵심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처럼 '정경유착'에 따른 권력형 비리 근절도 문 대통령의 재벌개혁 '리스트'에 포함돼 있다.

문 대통령의 재벌개혁 의지는 대선 후보 시절 수차례 강조한 데 이어 지난 5월 10일 취임선서식에서도 "선거과정에서 약속했듯이 재벌 개혁에 앞장 서겠다"며 거듭 약속했다. 문제는 재벌개혁이 얼마나 현실적·성공적으로 이뤄질까 하는 점이다. '재벌개혁'이라는 화두는 역대 정권에서도 정권 초기 '상시 메뉴'로 올랐지만 성공한 적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에서는 '재벌개혁'이 가시적 성과를 거둘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재벌개혁이 시대적 과제로 떠올랐고,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 공약인 재벌개혁의 성과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성적표가 달라질 수도 있어서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 방향과 실천과제는 어떤 것이 있을까. <더팩트>는 경제 분야 국내 대표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이 바라보는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에 대한 제언을 들어봤다. 인터뷰는 지난 23일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팀장(국장)과 서면으로 진행됐다.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팀장은 23일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재벌에 대한 근본적인 구조개혁 없이, 단순히 감시와 행정집행 강화로만 할 경우엔 근본적인 경제력 집중 해소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은 권 팀장이 지난해 6월 2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생명빌딩 앞에서 열린 최저임금 인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 /이덕인 기자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팀장은 23일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재벌에 대한 근본적인 구조개혁 없이, 단순히 감시와 행정집행 강화로만 할 경우엔 근본적인 경제력 집중 해소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은 권 팀장이 지난해 6월 2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생명빌딩 앞에서 열린 최저임금 인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 /이덕인 기자

◆ "재벌 중심 구조, 부작용 다양…자구노력 불가능"

권 팀장은 우선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 방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 방향은 경제력 집중 심화와 세습으로 만들어온 재벌 중심의 잘못된 경제구조를 개혁함으로써 오히려 성장의 발판을 만들자는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이 재벌을 해체하거나 옥죄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친(親)기업 성향이 강했다. 이로 인해 정권을 잡고 있던 약 10년간 재벌들의 이권 챙기기가 가속화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민 정서 역시 재벌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다. 권 팀장은 재벌 중심의 구조는 과거 정부에서부터 굳어져 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팀장은 "한국의 재벌은 본격적으로 1970년과 1980년대의 정부의 수출 주도 정책 및 중화학공업 육성 정책 등에 따른 고도성장 과정에서 체제가 본격화되었다"며 "이 과정에서 정부로부터 정책금융지원과 세제 지원 등이 이루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SOC(사회간접자본) 등의 확충은 재벌의 성장을 가속했다"면서 "이로 인해 우리 경제구조는 재벌 중심의 구조로 바뀌었고, 다양한 부작용을 낳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벌로의 경제력 집중 ▲부와 경영권 세습 ▲시장의 공정한 경쟁체제 붕괴 ▲재벌에 의해 대부분 일자리 창출을 담당하는 중소기업의 혁신과 경쟁력 확보 부재 ▲금산분리 문제 ▲정경유착 심화 등을 재벌 중심 구조의 부작용으로 꼽았다.

정부는 대기업의 선제적 변화를 요구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23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4대 그룹(삼성·현대차·SK·LG) 최고경영진과 만나 "최대한 인내심을 가지고 기업들의 자발적인 변화를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자구노력을 기대하는 것으로 읽힌다. 하지만 권 팀장은 대기업의 자정 능력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현재와 같이 총수 일가가 그룹을 황제처럼 소유지배하고, 경제력 집중과 세습을 이어가는 구조가 가능한 상황에서 자구노력은 어렵다고 본다. 정권 초기에는 이미지 경영 차원에서 뭔가 하려는 움직임이 보이지만, 본질은 바뀌지 않았었다. 따라서 스스로의 개혁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 "재벌에 대한 근본적 구조개혁 필요"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팀장은 23일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재벌개혁은 공정위만으로는 불가능하다며 청와대, 기획재정부, 금융위, 국회 등 정부의 개혁 목표에 따른 통합적 협력 체계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는 모습. /문병희 기자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팀장은 23일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재벌개혁은 공정위만으로는 불가능하다"며 "청와대, 기획재정부, 금융위, 국회 등 정부의 개혁 목표에 따른 통합적 협력 체계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는 모습. /문병희 기자

권 팀장은 재벌개혁의 완수를 위해서는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관계 부처의 유기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재별개혁은 일단 공정위만으로는 불가능하다"며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국회 등 정부의 개혁 목표에 따른 통합적 협력 체계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정위의 '역할론'에 대해선 필요성과 당위성을 역설했다. 권 팀장은 "국회를 통하지 않더라도 공정위의 권한만으로도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와 과징금 같은 것"이라며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경우 시행령 등에서 충분히 규제 강화가 가능하고, 과징금의 경우 감경기준을 강화해 실 과징금을 대폭 상향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재벌개혁 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재계의 반발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김상조 공정위 위원장이 4대 그룹 최고경영진과 만나 '소통'과 '선제적 변화'를 주문했던 것 역시 마찰과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칼자루를 쥔 정부가 재계의 눈치를 본 게 아니냐는 시선도 존재한다.

권 팀장은 "재벌에 대한 근본적인 구조개혁 없이, 단순히 감시와 행정집행 강화로 만 할 경우엔 근본적인 경제력 집중 해소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 "양질의 일자리, 재벌 중심 경제구조를 바꿔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23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4대 그룹(삼성·현대차·SK·LG) 최고경영진과 만나 최대한 인내심을 가지고 기업들의 자발적인 변화를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더팩트 DB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23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4대 그룹(삼성·현대차·SK·LG) 최고경영진과 만나 "최대한 인내심을 가지고 기업들의 자발적인 변화를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더팩트 DB

문 대통령은 경제 정책에 있어 재벌개혁과 함께 '일자리 창출'을 천명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소득주도의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취임 이후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설치를 '1호 업무지시'로 내릴 만큼 일자리를 만드는 데 총력을 쏟고 있다.

재벌개혁과 일자리 창출,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복안으로 받아들여진다. 김상조 공정위 위원장은 후보자 시절인 지난달 18일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의 궁극적인 목표는 국민의 일자리를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문어발식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방지하고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시장의 불균형을 바로잡겠다는 포석이다.

실제 권 팀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 현상에 대해 통계를 제시하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현재 중소기업이 우리나라 일자리의 88% 정도를 담당하고 있지만, 1인당 부가가치 생산성과 급여 수준은 대기업보다 각각 32.5%와 56.5%에 그친다고 한다. 그만큼 재벌과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로 짜여 있다. 결국 중소기업의 혁신과 경쟁력 강화 없인 지속가능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어렵다는 뜻이다. 또 다른 지표를 보면, 2015년 자산규모 상위 10대 민간재벌그룹의 매출은 1001조 5580억 원으로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 1558조 5961억 원의 64%에 해당한다. 재벌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절대적 비중을 보여주는 수치이다."

권 팀장은 재벌개혁이 전제되지 않으면 일자리 창출 효과 수준이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그는 "재벌 중심의 경제구조를 바꾸지 않고는 지속가능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어렵다"면서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이 재벌의 횡포로부터 벗어나, 혁신과 경쟁력을 가지고 성장한다면, 양질의 일자리는 따라 오리라 본다. 따라서 일자리 창출은 재벌 중심의 구조를 바꾸지 않고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10일 취임 이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일자리 창출청소노동자들이 지난 4월 2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5회 청소노동자의 봄 행사에 참석해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는 모습. /임세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10일 취임 이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일자리 창출청소노동자들이 지난 4월 2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5회 '청소노동자의 봄' 행사에 참석해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는 모습. /임세준 기자

권 팀장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재벌개혁을 통해 경제구조를 바꾸고 민간 부분 가운데서도 특히 중소기업에서 창출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간 재벌과 대기업들의 비정규직 및 중소하도급업체 및 협력업체 쥐어짜기를 활용해 이윤을 창출해왔다. 이로 인해 임금 양극화가 발생한 점도 있다. 비정규직 문제의 핵심은 적정임금과 직접고용 문제이다. 비정규직을 정확히 정의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것도 낮은 고용부담금을 매긴다면, 큰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본다. 재벌이나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등을 쥐어짜기 못 하게 하는 구조를 바꾸는 게 중요하다."

문 대통령은 재벌 중심으로 집중된 경제력을 완화해 공정 거래를 유도하고 불공정 관행을 없애 '경제민주화'를 이루겠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단기간에 재벌개혁을 이루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구체적 기준과 방향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권 팀장은 이렇게 조언했다.

"정부의 행정집행 강화를 통한 방법은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다. 순환출자 문제, 지주회사 제도 개선 등의 구조개혁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재벌 중심의 경제구조를 바꾸지 않고는 경제민주화는 요원해질 수 있다. 정확한 목표와 계획을 가지고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yaho1017@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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