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기획:文개혁'言' ②공영방송-下] 심영섭 언론인권센터 이사 "개혁 핵심은 지배구조 개편"
입력: 2017.06.17 12:07 / 수정: 2017.07.05 10:28

심영섭 언론인권센터 이사가 지난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언론인권센터 사무실에서 더팩트와 공영방송과 문재인 정부에 관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심영섭 언론인권센터 이사가 지난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언론인권센터 사무실에서 더팩트와 '공영방송과 문재인 정부'에 관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을 넘어섰다. 1기 내각 인선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현재까지 보여준 '파격', '소통'에 국민들은 환호한다. 문 대통령은 대선과정에서 200개가 넘는 공약을 국민에게 약속했다. 공약의 핵심 키워드는 '개혁', '국민'에 맞춰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더팩트>는 ▲경제 ▲언론 ▲방송 ▲사법 ▲소비자 ▲여성 등 6대 분야를 선정, 관련 분야 시민단체, 학계, 직능단체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전문가들의 제언을 통해 시대적 과제를 짚어보는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이 연재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개혁 정책에 대한 전망과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윤소희 기자] "공영방송 개혁 핵심은 지배구조 개편이다."

심영섭(49) 언론인권센터 이사는 정권의 입맛에 따라 비정상적 운영을 보여온 공영방송 개혁 핵심 과제로 지배구조 개편을 들면서 "공영방송 개혁을 위해선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지배구조 개편 등 구조 개혁이 장기적 관점에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대적 과제로 떠오른 공영방송 개혁은 문재인 정부가 강한 개혁 의지를 갖고 있는 만큼 과연 이번에는 이뤄질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특정 공영방송사의 '권언 유착'을 언급하며 '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하며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역대 정권에서 매번 실패했던 공영방송 개혁을 문재인 정부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개혁과제 중 하나인 공영방송 개혁의 방안 등을 듣기 위해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언론인권센터 사무실에서 심영섭 이사를 만났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비영리 민간단체인 언론인권센터는 언론보도로 피해를 입은 시민들의 권익을 옹호하는 시민언론단체다. △언론에 의한 인권침해 피해자 등에 대한 상담 및 피해자 구조 지원 △언론 관계 법제와 연구 및 조사, 학술 지원 △시청자, 독자 및 미디어 이용자 권리 확보 및 교육 등이 주요 업무다.

심 이사는 언론인권센터 정책위원이며, 제20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위원과 언론인권상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 '언론보도 2차 피해, 이제는 끝내야 한다' '인터넷 신문의 오늘과 내일' 등 토론회와 세미나를 통해 언론과 미디어, 인권에 대한 소신을 펼친 바 있다. 또 '스마트 미디어 시대 언론 지원 정책' '언론인권 길라잡이:방송·언론인 인권교육 교재' '세계 공영방송의 지배구조와 관리감독 시스템' '언론에 당해 봤어?' 등의 저서 활동을 통해서도 공영방송과 언론의 개혁을 주장했다. 이외에도 심 이사는 언론과 미디어의 문제점을 꼬집고 언론인 및 언론 피해자 인권 향상에 애쓰고 있는 인물이다. 시민들이 미디어를 주체적으로 바라보고 언론권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의의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 3월 MBC 100분 토론에서 정권이 방송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지배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MBC 뉴스데스크 방송 화면 갈무리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 3월 MBC '100분 토론'에서 "정권이 방송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지배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MBC 뉴스데스크 방송 화면 갈무리

인터뷰에 앞서 질의 내용(공영방송과 문재인 정부의 개혁)을 간단히 설명하자 심 이사는 한숨부터 내쉬며 "공영방송을 개혁한다는 건, 정상화 시킨다는 건 제 기능을 못해왔다는 거죠. MBC도, KBS도 여전히…"라고 첫 마디를 내뱉은 뒤 이렇게 말했다.

"공영방송을 설치한 이유는 상업방송이 제공하지 못하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시청자의 다양한 목소리, 기대를 싣기 위해서 입니다. 하지만 국민을 위한 게 아닌 자신의 정치를 위해, 정권에 충성하는 방송이 된 지 오래죠. 공영방송은 시청자에게 외면받고 있어요."

심 이사의 지적처럼 최근 공영방송에 대한 시청자의 신뢰도는 '바닥'이다. 지난 2일 여론조사 업체 <리서치뷰>의 조사결과(5월 28~31일 조사, 전국 만 19세 이상 휴대전화 가입자 1050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0%p)에 따르면 'KBS와 MBC가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공영방송으로서 역할에 충실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74%가 '충실하지 못했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 "공영방송, 정권에 충성할 수밖에 없는 구조"

그렇다면 공영방송은 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걸까. 공영방송은 공공의 이익을 지향하는 방송이다. 즉, 공영방송이 국민의 외면을 받은 건 공정성, 정체성이 공영방송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심 이사는 이사회와 임명권자라는 공영방송의 인적 구조가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단언했다.

"이사회는 임명권자의 이익을 대변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사회에 재정적으로 과도한 특혜를 주거든요. 두 번째 삶을 살 수 있는 정도라고 하니까요. 보상을 준다는 건 일종의 충성을 이끌어내는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공영방송 사장은 정부와 여당에 의해 임명된다고 한다. 현행법상 KBS 이사회는 7:4, MBC 이사회는 6:3의 여야 비율에 따라 사장을 지명하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여당이 추천하는 인사가 임명권자의 이사회의 과반을 넘는다. 결국 정권이 임명권자가 되는 셈이다.

공영방송 지배구조의 개선은 대선 때마다 후보들이 주장했고, 정권마다 공약으로 나온 '단골 메뉴'지만 실제로 성과를 이룬 건 없었다. 이번 정부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이 지배구조 개선책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심 이사는 "구체적인 공약에서 어떻게 고치고, 이렇게 바꾸겠다는 게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지배구조 개선은 법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어렵고 장기적인 과제로 남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심영섭 이사는 공영방송의 개혁 필요성을 주장하며 이사회 구조 및 인원수 조정과 소위원회 생성 등을 방안으로 제시했다. /KBS 제공
심영섭 이사는 공영방송의 개혁 필요성을 주장하며 이사회 구조 및 인원수 조정과 소위원회 생성 등을 방안으로 제시했다. /KBS 제공

◆ "이사회 구성 조정하고, 시청자 설득해야"

심 이사의 말이 이어졌다. 공영방송의 신뢰도 회복은 결국 지배구조 개편과 직결된다는 것이 그의 핵심 주장이었다.

"다양한 플랫폼 등장으로 절대적이던 시청률이 떨어졌죠. 시청률과 신뢰도가 모두 추락한 공영방송이 시청률을 끌어올릴 순 없더라도, 최대한 신뢰도는 회복해야 합니다. 국민이 돌아오기엔 공영방송과 사이가 너무 멀어졌어요. 정부에서도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줘야 하는데, 그 첫걸음이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겁니다. 재원도 공정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마련돼야 해요."

심 이사가 제안하는 정부의 제도적 장치는 그야말로 '개혁'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는 "이사회 구조를 바꾼다면 적절한 수를 고려하고 명예직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 금전적 혜택과 역할도 뚜렷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사회 내부 소위원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심 이사는 "지금처럼 한 달에 두 번 정도 만나 앉아서 싸울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소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어야 하고, 시청자 위원회는 제재 기능 없이 의견만 전달하는데, 경영 감독을 할 수 있는 소위원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위해 이사회 자체 인원수도 10명 남짓한 지금과 달리 30~50명으로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심 이사는 공영방송 신뢰도 제고를 위해선 공영방송 스스로가 '공영방송의 역할'을 국민들에게 납득시켜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건 '우리에게 공영방송이 왜 필요한가'로 국민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KBS의 경우는 수신료를 내고 있는데 2500원이 적당한지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왜 내는지, 그걸 받아가는 공영방송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충분히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청자는 방송의 소비자죠. 예전에는 소비자가 갈 곳이 없었어요.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재건축할 때 밥집이 하나밖에 없어서 거기서 밥을 먹을 수밖에 없었는데, 재건축이 끝나면 엄청나게 많은 상가가 들어서죠. 그다음부터는 골라 먹을 수 있어요. 버스나 지하철이 연결되면 선택권은 광범위해집니다. 시청자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지금은 공영방송을 안 봐도 볼 게 너무 많아요. 공영방송이 채워줄 수 있는 부분은 채워줘야 시청자가 찾아옵니다."

심영섭 이사는 공영방송와 정권의 유착 관계에 대해 공영방송 이사회를 정부와 여당 중심의 다수파 권력 하에 임명하기 때문에 정권에 충성하는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된다고 말했다.  /남윤호 기자
심영섭 이사는 공영방송와 정권의 유착 관계에 대해 "공영방송 이사회를 정부와 여당 중심의 다수파 권력 하에 임명하기 때문에 정권에 충성하는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된다"고 말했다. /남윤호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문제 해결 의지' 높게 평가"

현 정부에서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공영방송에 대한 개혁 의지를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KBS-MBC 등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 추진 △보도 제작 편성의 자율성 확보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에 쫓겨난 언론인 전원 복직 △언론장악금지법 제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앞선 정부와 다른 기대를 받는 건 공약 발표 한 차례에 그치지 않고 이전부터 수차례 문제를 제기해왔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지난 3월 MBC '100분 토론'에서 전 정권과 MBC를 비판하며 "전 정권이 공영방송을 장악해 국민의 방송이 아니라 정권의 방송으로 만들었다. 정권이 방송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심 이사는 이런 문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 "이때까지 표가 깎이기를 두려워한 정치인들이 말을 안 했던 거다. 선거기간 동안 당연히 죽기 살기로 후보를 안 좋게 보도할 텐데 그런 불의를 감수하더라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지가 있었던 것"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KBS-MBC 등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 추진 △보도 제작 편성의 자율성 확보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에 쫓겨난 언론인 전원 복직 △언론장악금지법 제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새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KBS-MBC 등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 추진 △보도 제작 편성의 자율성 확보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에 쫓겨난 언론인 전원 복직 △언론장악금지법 제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새롬 기자

◆ "대통령 산하 특별자문위 꾸려 개혁해야"

심 이사는 2018년 제7회 지방선거와 2020년 21대 총선 등 정치 일정에 현안이 맞춰질 것에 우려를 표하며 "청와대 특별보좌관처럼 지금부터라도 준비할 수 있는 특별자문회를 꾸리는 것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김대중 정부에서 운영했던 한시적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방송개혁위원회를 '미디어혁신위원회'로 확장하거나, 대통령 산하의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공영방송 개혁'을 의제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각 위원회에서 나온 결과를 실효적으로 운영하면 공영방송의 혁신 과제는 충분히 해결될 거라고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심 이사는 야당에서 여당이 된 문재인 정부에 기대하는 바를 드러냈다. 그는 "야당은 시간이 없기 때문에 이슈를 선점해서 개혁과 투쟁,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 (여당이 된) 지금 필요한 건 반대의 시간이 아닌 긴 시간의 통치"라고 말했다.

"주어진 시간이 5년뿐이지만, 바로 '그 5년' 동안 어떻게 정치를 하고 개혁하느냐가 향후의 또 다른 5년과 다른 시간들을 보장해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야당 시절에 생각한 이슈를 선점하기 위한 방식이 아니라 국가를 개조하고 혁신을 위한 고민을 해야 합니다. 최소한 5년 동안 '어디에 도달하겠다'라는 목표를 설계하고 장기간에 걸친 구조 개혁을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heeee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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