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기획:文개혁'言'⑧ 소비자-下] 강정화 한소협회장 "소비자 문제 총괄 독립기구 절실"
입력: 2017.06.24 04:00 / 수정: 2017.07.05 10:45

강정화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회장은 12일 서울YWCA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갖고 문재인 정부에서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예방하기 위해서 독립된 소비자 행정기구와 소비자 피해 구제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덕인 기자
강정화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회장은 12일 서울YWCA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갖고 "문재인 정부에서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예방하기 위해서 독립된 소비자 행정기구'와 소비자 피해 구제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덕인 기자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을 넘어섰다. 1기 내각 인선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현재까지 보여준 '파격', '소통'에 국민들은 환호한다. 문 대통령은 대선과정에서 200개가 넘는 공약을 국민에게 약속했다. 공약의 핵심 키워드는 '개혁', '국민'에 맞춰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더팩트>는 ▲경제 ▲언론 ▲방송 ▲사법 ▲소비자 ▲여성 등 6대 분야를 선정, 관련 분야 시민단체, 학계, 직능단체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전문가들의 제언을 듣는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이 연재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개혁 정책에 대한 전망과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편집자주>

[더팩트ㅣ변동진 기자] "각 부처에서 발생하는 소비자 문제를 총괄·조정할 수 있는 기구와 피해 구제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강정화(59)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이하 한소협) 회장은 문재인 정부가 소비자 권리 구제 강화 등을 위해 추진해야 할 소비자 정책에 대해 이 같이 제안했다. 강 회장은 '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같은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선 "독립된 소비자 행정기구와 소비자 피해 구제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진단하면서 "소비자 또한 권리와 책임의 균형을 갖춘 의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의 이 같은 주장은 문재인 정부의 소비자 정책과 맥을 같이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소비자정책 독립기구 설치 ▲집단소송제·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대한 국가 책임 인정과 사과 등을 공약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5일 '가습기 살균제 참사'에 대해 대통령이 사과하고,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한 것도 공약 이행의 일환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사고에 대한 진상 규명과 지원 확대 방안, 재발 방지 대책 등은 여전히 검토 중인 사안이다. 그렇다면 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같은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선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 <더팩트>는 지난 12일 서울 중구 서울YWCA에서 강정화 한소협 회장을 만나 '문재인 정부의 소비자 정책'에 대한 제언을 들었다.

강정화 한소협 회장은 1980년부터 지금까지 소비자 권익 증진 활동을 해왔다. 강 회장이 국내 소비자 운동의 대모라 불리는 이유다. 강 회장이 지난 12일 서울 중구 서울YWCA에서<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덕인 기자
강정화 한소협 회장은 1980년부터 지금까지 소비자 권익 증진 활동을 해왔다. 강 회장이 국내 소비자 운동의 '대모'라 불리는 이유다. 강 회장이 지난 12일 서울 중구 서울YWCA에서<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덕인 기자

◆'경제성장' 중심 → '사업자·소비자·행정' 균형 정책 필요

강정화 회장이 생각하는 소비자 권리 확대를 위한 정책은 어떤 게 있을까. 그는 '컨트롤타워'라고 단언했다. 소비자와 관련된 각 정책이 정부부처별로 나뉘어져 있다 보니 '획일적' 정책 추진이 어렵다는 게 이유였다. 강 회장의 설명이다.

"국가 정책의 기조를 바꿔야 한다. 그간 경제성장 중심의 정책을 해왔다. 여기에서 온 여러 문제 중 하나가 소비자 문제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는 경제성장 중심의 정책이 아니라 사업자와 소비자, 행정 등에서 균형을 이루고, 함께 살아가는 정책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강 회장은 그러면서 "소비자 문제 해결과 예방을 위해 중요한 점은 각 부처에서 발생하고 있는 소비자 문제를 총괄·조정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정거래위원회는 소비자정책보다 경쟁정책을 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 이는 사업자 간 문제해결 방식"이라며 "경쟁정책을 통해 소비자 권익이 보호된다고 해도 소비자 정책이 최종 목적은 아니기 때문에 소비자 정책 거버넌스, 즉 독립된 소비자 행정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소협은 지난달 25일 '문재인 정부에 바라는 소비자정책 방향'이라는 성명을 내고 공정위의 소비자 업무 한계점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당시 한소협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2008년 2월 정부조직 개편으로 국내 소비자 정책 최고 의결기구가 됐다. 하지만 현재 공정위 상임위원과 비상임위원 중 소비자 전문가는 한 명도 없으며, 5개 조직 가운데 소비자 관련 조직은 소비자정책국 1개국뿐이다. 직접적으로 소비자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부서 역시 2개과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러한 행정조직 체계로는 소비자 정책 수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강정화 한소협 회장은 지난 12일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소비자 피해 구제를 위해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제도적 장치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덕인 기자
강정화 한소협 회장은 지난 12일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소비자 피해 구제를 위해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제도적 장치'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덕인 기자

◆'가습기 살균제 사건' 재발 방지 위해 '법적' 제도장치 마련해야

강 회장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예로 들면서 소비자 피해 구제를 위해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제도적 장치'도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소비자 피해가 다방면에서 일어났다. 따라서 예방이 우선돼야 한다. 그리고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을 때 구제장치가 없는 것도 현실"이라며 "집단소송제를 비롯한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강 회장의 설명이 이어졌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와 같은 문제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원인 파악은 물론 피해 입증, 그에 따른 책임 문제 등이 고려돼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비자 입장에선 피해를 입증하는 것도 너무 어렵다. 갑자기 폐질환으로 사망했는데 도대체 그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 때문인지 다른 원인이 있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강화돼야 하는 이유다."

강 회장은 미국의 사례를 들면서 징벌적 손해배상제 강화의 필요성을 다시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기업의 경제적 활동을 보장하지만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최대 10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허용한다. 뿐만 아니라 주정부가 직접 나서서 배상액을 받기 위한 소송도 진행한다"며 "이런 배경이 있으니 이케아 서랍장 사망사고, 폭스바겐 리콜 사태처럼 기업이 나서서 소비자 피해 배상을 서둘러 하는 것이다. 그러니 1:1로 해결하려는 우리나라 소비자를 얼마나 만만하게 보겠냐"고 지적했다.

강 회장은 특히,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강화한 뒤 이를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비자 피해 구제의 종착역은 '법적 해결' 뿐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는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을 때 최종 해결방법은 법적인 해결"이라며 이렇게 부연했다.

"우리나라 행정적 피해 구제 시스템은 과징금 체계로 돼 있다. 예를 들면 사업자 법을 어기면 배상금을 내는 방식이다. 사업자가 소비자에게 배상하는 시스템은 미비하다. 이 때문에 사법적으로 구제해야 한다. 여러 사람에게 동시에 피해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이를 해결해야 하냐'에 대한 문제가 대두되면서 '집단소송제'와 '징벌적손해배상제'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예를 들어 공정위의 소비광고 처벌만 봐도 엄청나게 많은 돈을 벌었음에도 불구하고 처벌은 고작 과징금 6000만 원 수준이었다."

강 회장의 지적대로 오랫동안 문제가 된 대형마트의 '꼼수' '눈속임' 할인행사는 지난해 11월 공정거래위의 조사로 적발됐다. 업체들은 상품의 가격을 두 배가량 대폭 올린 후 '1+1' 상품으로 판매해 반값행사를 하는 것처럼 표시했고, '초특가' '특별가'를 내세워 원래 가격으로 판매하거나 기존보다 더 높은 가격에 팔기도 했다.

이에 공정위는 4개 대형마트에 경고 조치 후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4개 마트의 과징금을 모두 합해도 고작 6200만 원에 불과했다.

강정화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들을 만난다고 결정한 것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이덕인 기자
강정화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들을 만난다고 결정한 것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이덕인 기자

◆감정적 보상과 경제적 보상은 접근 달리해야

강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들을 만난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 "피해자가 겪는 감정적인 문제와 '보상'이라는 경제적 부분은 접근을 달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대통령이 직접 피해자를 만난다는 것은 피해에 대해 (책임을) 공감한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나아가 정책으로 문제해결 노력을 보이는 것은 사회적인 해결 방식의 하나라고 본다"고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이어 "이번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럼 피해자들이 제대로 사과를 못받아 감정적으로 피폐해졌을 경우 사회적 해결 접근 방식이 필요할 것 같다"며 "사고에 대한 실질적 보상은 따로 분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강정화 회장은 지난 12일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억울함 때문에 타인에게 함부로 대하는 소비자가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덕인 기자
강정화 회장은 지난 12일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억울함 때문에 타인에게 함부로 대하는 소비자가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덕인 기자

◆"소비자도 소비자다워야 한다"…갑질 금지!

강 회장은 자신의 억울함 때문에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그릇된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쉽게 얘기하긴 조심스럽지만, 소비자들도 소비자다워야 해요. 상식적 인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소비자가 개인의 이익을 최대한 추구하는 것은 맞지만 더불어 사는 세상이기 때문에 사회적 책임감을 갖는 소비자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각종 소비자 문제를 해결하다보면 자신의 억울함 때문에 타인에게 함부로 대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감동 노동자의 문제도 이슈가 되는 것도 소비자 갑질 때문이죠."

아울러 문재인 정부를 향해 "국민 중심의 정책으로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이런(소비자 권리) 주제는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다. 어렵다"면서 "그러나 경제나 모든 정책은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게 목표다. 시장의 경쟁을 활성화하고, 산업발전을 하는 이유도 국민의 삶을 윤택하게 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국민의 삶을 제일 중요한 목표 생각하고 정책을 펴는 게 저희 한소원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30년 넘게 소비자 권익 활동한 강정화 회장, 소비자 운동의 '대모'

지난 2월 22일 제23대 한소협 회장으로 선출된 강 회장은 1980년부터 현재까지 30년 넘게 소비자 권익 증진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해오고 있다. 소비자 권리 운동의 '대모'라 불리는 이유다.

강 회장은 숙명여자대학교 대학원 경제학과에서 소비자경제 박사 학위를 받고, 한소협 조사연구 간사와 한국소비자연맹 기획실장·사무총장,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 센터장을 거쳐 2013년 1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으로 선출됐다. 올해 2월 한소협 회장에도 선출되면서 소비자 관련 핵심 시민단체의 장(長)을 겸직하게 됐다.

강 회장은 또한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소비자정책심의위원회 위원, 항공정책심위위원회 위원, 급여평가심의위원회 위원, 통신요금/약관심의위원회 위원, 공공데이터제공분쟁조정위원회, 국민연금공단 비상임이사, 금융감독원 보험분쟁조정위원회 위원, 신용회복위원회 위원 등을 맡고 있으면서 소비자 관련 전방위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1976년 4개의 발기단체를 시작으로 현재는 10개의 회원단체와 전국 255개 지역단체들이 참여하는 국내 최대 소비자 시민단체다. 한국소비자연맹을 비롯해 한국YWCA연합회, 녹색소비자연대, 한국여성소비자연합회, 소비자교육중앙회, 한국소비자교육원, 한국YMCA전국연맹, 소비자공익네트워크, 소비자시민모임, 한국부인회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시민단체들이 대거 가입돼 있다.

한소협은 △소비자 교육 및 소비자 상담과 피해구제 △상품검사 △소비자의식 조사 및 소비생활 환경실태 조사 △출판물 발간 및 홍보활동 △캠페인, 광고 심의 △정책연구 및 제안 등을 주요 업무로 활동하고 있다.

bd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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