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기획:文개혁'言' ①공영방송-上] 공공성 회복이 관건, 이제는 국민 품으로
입력: 2017.06.16 04:00 / 수정: 2017.07.05 10:25
대한민국 공영방송에는 KBS(한국방송공사)와 MBC(문화방송), EBS(교육방송)가 있다. 공영방송의 출범 연유는 공공성에 있지만 권력을 대변한다는 내부 구성원과 시민사회단체의 지적을 받아왔다.  /KBS MBC EBS 로고
대한민국 공영방송에는 KBS(한국방송공사)와 MBC(문화방송), EBS(교육방송)가 있다. 공영방송의 출범 연유는 '공공성'에 있지만 권력을 대변한다는 내부 구성원과 시민사회단체의 지적을 받아왔다. /KBS MBC EBS 로고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을 넘어섰다. 1기 내각 인선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현재까지 보여준 '파격', '소통'에 국민들은 환호한다. 문 대통령은 대선과정에서 200개가 넘는 공약을 국민에게 약속했다. 공약의 핵심 키워드는 '개혁', '국민'에 맞춰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더팩트>는 ▲경제 ▲언론 ▲방송 ▲사법 ▲소비자 ▲여성 등 6대 분야를 선정, 관련 분야 시민단체, 학계, 직능단체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전문가들의 제언을 통해 시대적 과제를 짚어보는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이 연재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개혁 정책에 대한 전망과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윤소희 기자] 44년(1973년 KBS 공영방송 전환 기준)의 역사를 가진 공영방송이 변화의 기로에 섰다. '권언 유착'의 오명을 씻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공영방송의 사전적 의미는 '목적을 영리에 두지 않고 시청자로부터 징수하는 수신료 등을 주 재원으로 오직 공공의 복지를 위해서 행하는 방송'을 말한다. 출범 사유가 '공공성'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공영방송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역대 정권을 거치며 정체성과 당위성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공공성과 다양성이란 취지를 훼손하고, 권력 유지의 수단으로 활용됐기 때문이다. "권력의 시녀"란 비판이 내부 구성원들과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가장 큰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전임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을 비판하며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이새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전임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을 비판하며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이새롬 기자

새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는 전임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을 비판하며, '공영방송 개혁'의 칼을 꺼내들었다. KBS와 MBC, EBS 등 공영방송 사장을 사실상 정권 입맛에 맞는 인사로 임명할 수 있는 현 구조를 바꾸겠다는 게 핵심이다.

문재인 정부뿐만 아니라 역대 정권에서도 출범 초기 공영방송 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무위에 그쳤다. 신태섭 민주언론시민연합 전 상임대표·동의대 교수는 14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하던 게 사실"이라며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공영방송의) 독립성이 보장되게끔 했으나, 이명박 정부부터 다시 하수인으로 전락해 박근혜 정부까지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언론계와 시민사회단체, 전문가들은 한국의 방송문화 제도 전반에 새로운 혁신의 계기가 필요하며, 방송의 공공성과 다양성에 대한 근본적인 사고 전환의 시기가 다가왔다고 입을 모은다. 즉, 본바탕인 '공공성의 회복'을 의미한다.

◆ "역대 정권 입맛대로" 자율성과 독립성 잃은 공영방송

공영방송은 태생부터 정권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한국 최초의 방송인 KBS는 그 출범의 모태가 일제 총독부의 관치(1972년 2월 16일 경성방송 라디오 JODK) 방송이었고,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방송은 여전히 정부 독점하에서 운영됐다. 공영방송으로 전환된 1973년 역시 박정희 정부가 군림한 유신독재의 그늘 아래 놓여 있었다.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이후 1980년 정권을 잡은 전두환 전 대통령은 언론을 완벽하게 장악하기 위해 '언론정화작업, 언론통폐합, 언론기본법 제정'이라는 세 가지 작업을 진행했다. 이로 인해 1980년, 언론인 대량 해직 사태가 발생했다. 이후 언론기본법은 위헌적 요소가 많아 1987 11 폐지됐다.

그리고 같은 해 전두환 정권의 장기 집권(직선제 개헌을 하지 않겠다는 4·13 호헌 조치)을 저지하기 위해 나선 6·10 항쟁 직후, 차기 집권을 노린 노태우 민주정의당 대표는 6·29 선언을 통해 직선제 개헌을 통한 정권이양과 자유언론 창달 등을 내세웠다. 하지만 막후에서는 '보도협조'라는 이름의 언론통제 시스템을 운영했다.

문민정부를 수립한 김영삼 전 대통령도 '권언(權言)' 유착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우리가 남이가!"로 유명한 이른바 '초원복집 사건'으로 언론 플레이를 했고, 이로 인해 정권을 거머쥐었다. 초원복집 사건은 1992년 제14대 대통령 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정부 기관장들이 선거(김영삼 당선)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지역감정을 조장하기 위해 모의한 것이 도청에 의해 드러나 문제가 된 사건이다. 당시 언론은 사건의 본질인 부정선거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니라 상대 진영인 정주영 통일국민당 대선 후보 측의 도청 의혹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김대중(왼쪽)·노무현 전 대통령은 각각 방송개혁위원회를 구성과 새 방송법 제정, 방송통신위원회 구성으로 공영방송의 독립성 확보와 공익성 강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더팩트 DB
김대중(왼쪽)·노무현 전 대통령은 각각 방송개혁위원회를 구성과 새 방송법 제정, 방송통신위원회 구성으로 공영방송의 독립성 확보와 공익성 강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더팩트 DB

이 같은 정권의 언론장악 시도를 막기 위해 공영방송 내부의 자정노력도 있었다. 노태우 정권을 기점으로 KBS노조(1990년)와 MBC노조(1992년)는 '방송장악 반대'라는 슬로건으로 대규모 방송민주화운동을 벌였고, 그 결과 1998년 김대중 정부에서 방송개혁위원회를 구성해 3개월간 운영하며 방송의 독립성 확보하고 공익성 강화에 힘쓰기 시작했다.

2000년에는 새 방송법을 제정해 공영방송의 경영자와 감독자 선임에 정부가 관여하지 못하게 하고, 공영방송의 예산과 인사, 기본 운영방침의 결정권을 독립적으로 부여했다.

공영방송의 독립성이 꽃 핀 시기는 노무현 정부 때다. 노 전 대통령은 "공영방송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공공성 강화 노력이 필요하다"며 방송통신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부터 공영방송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다시 한 번 무너지기 시작했다. 공영방송의 민영화 문제가 불거졌고, 2010년 UN특별조사관이 방한한 뒤 발표한 조사 결과에서는 '지난 2년 동안 한국 공영방송의 독립성이 축소됐다'는 내용과 개선 권고를 받았다.

박근혜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대선 후보 시절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공약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취임 후 출범한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해직 언론인 원상회복 △방송 지배구조 개선 △제작 및 편성 자율성 보장)는 8개월 만에 종료됐고, 공영방송 사장 선출시 특별다수제는 시작도 못한 채 무산됐다.

한국언론학회 저널리즘 연구분과 간사를 맡고 있는 김성해 대구대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는 14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공영방송은 기본적으로 국민의 신뢰를 먹고 사는 건데, 신뢰는 정권으로부터 독립이 얼마나 보장되는가에 따라 평가가 이뤄진다"며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들어서는 정부를 향한 비판적인 목소리를 전혀 내지 못했기 때문에 저널리즘으로서의 존재가치를 잃어버렸다"고 평가했다.

KBS 이사회는 방송위원회에서 추천한 11명의 비상임이사, 7:4이 여야 비율로 구성돼 있다. MBC는 9인 체제로 여당 추천 6명·야당 추천 3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KBS 사이트 갈무리
KBS 이사회는 방송위원회에서 추천한 11명의 비상임이사, 7:4이 여야 비율로 구성돼 있다. MBC는 9인 체제로 여당 추천 6명·야당 추천 3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KBS 사이트 갈무리

◆ 문제는 공영방송 지배구조…"법·제도 단계적 손질해야"

역대 정권에서 공영방송을 좌지우지할 수 있던 것은 '지배구조' 때문이다. 현재 KBS 이사회는 여당 추천 7명·야당 추천 4명,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회는 여당 추천 6명·야당 추천 3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사회는 다수결로 사장을 임명한다. 대통령과 여당이 추천하는 인사가 임명권자의 이사회의 과반을 넘는다. 결국 정부여당이 임명권자가 되는 셈이다.

때문에 KBS·MBC 노조는 "공영방송 적폐청산"을 주장하며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선임된 경영진의 퇴진을 요구해 왔다. 이 과정에서 전두환 정권 때처럼 언론인 대량 해직 사태가 발생했다. 이들 노조의 싸움은 현재 진행형이다. 최근 고대영 KBS사장 퇴진을 촉구하는 기수·직군별 성명을 잇따라 발표해온 KBS 구성원들은 오는 19일부터 '출근저지 투쟁' 등 본격적인 행동에 돌입한다.

<미디어오늘>이 14일 보도한 KBS 사내 여론조사에 따르면 사원의 88%가 고대영 KBS사장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리서치뷰>가 지난 2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KBS와 MBC 사장과 이사진 거취'에 대해 67%가 "공영방송 위상회복을 위해 퇴진해야 한다"고 답했다.

지난 9년 동안 보수정권을 거치며 공영방송의 신뢰도가 추락한 상황에서, 언론계와 학계 등 전문가들은 현행 이사회 구성방안을 개선해 정치 편향 인사들이 공영방송을 장악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9년 동안 이명박-박근혜 보수 정권을 거치며 공영방송의 신뢰도가 추락한 상황에서, 언론계와 학계 등 전문가들은 현행 이사회 구성방안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진은 지난 4월 13일 SBS와 한국기자협회 공동 주최 대선후보 합동토론회 현장을 찾은 언론노조 회원들.  /국회사진취재단
9년 동안 이명박-박근혜 보수 정권을 거치며 공영방송의 신뢰도가 추락한 상황에서, 언론계와 학계 등 전문가들은 현행 이사회 구성방안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진은 지난 4월 13일 SBS와 한국기자협회 공동 주최 대선후보 합동토론회 현장을 찾은 언론노조 회원들. /국회사진취재단

한국방송학회 미디어제도개선연구특별위원회(이하 미특위)는 지난달 26일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 '문재인 정부에 바라는 미디어 정책 7 대 과제'를 주제로 연 공개 세미나에서 "현행 KBS 이사회 11인, 방송문화진흥회 9인을 각각 15인으로 확대하고, 여야 비율이 8:7로 이루어지도록 관련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이사회의 의결 중 공영방송 사장 선임을 위해서 이사회 3분의 2 특별다수의 찬성으로 사장 후보를 추천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도 이와 비슷하다.

이 같은 개혁방안을 실현하기 위해선 집권여당과 정권의 의지와 결단이 가장 중요하다. 여야가 바뀐 만큼 현 정부도 공영방송 사장에 자기 인사를 앉힐 수 있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심영섭 인권언론센터 이사는 공영방송의 공공성 회복을 위해 방송법 등 관계법률과 제도 등을 '단계적'으로 손 봐야한다고 제언한다. 심 이사는 지난 12일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여야의 비율 조정보다는 완전한 개혁, 내부적인 감시를 할 수 있게끔 이사진의 수를 늘리는 게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성해 교수는 "가장 좋은 키워드는 공영방송과 정권의 관계 정상화, 정상적 관계 복원"이라며 "지금처럼 강압적으로 임명권자를 바꾸고 이사회를 통해 쫓아내는 건 이전 정부와 다를 게 없다. 가장 자연스러운 방식은 공영방송 내부에서 스스로 개선하는, 자율적으로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할 수 있는 여건을 정부가 마련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태섭 동의대 교수(민주언론시민연합 전 상임대표)는 '방송개혁을 위한 법 개정'과 '언론장악에 대한 진상 규명과 징계 및 원상회복'이라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노무현에서 이명박으로 정권이 넘어오면서 법의 테두리가 망가진 건 낮은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높은 수준으로 망가지지 않게 탄탄하게 정책을 잘 제도화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앞에선 '민주주의'를 외치며 뒤에선 독재를 감행해온 행위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을 묻는 게 필요하다. 저항하다 쫓겨난 사람들의 원상복귀와 명예 회복도 필수"라고 강조했다.

heeee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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