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기획:文개혁'言' ⑤언론-上] 참여정부 언론개혁 실패가 '반면교사'
입력: 2017.06.21 04:00 / 수정: 2017.07.05 10:43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해직언론인 복직 등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강조했던 적폐 청산 일환으로 언론개혁 작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국제언론단체인 국경 없는 기자회(RSF)가 발표한 2017한국언론자유지수는 63위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해직언론인 복직 등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강조했던 '적폐 청산' 일환으로 언론개혁 작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국제언론단체인 '국경 없는 기자회'(RSF)가 발표한 2017한국언론자유지수는 63위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을 넘어섰다. 1기 내각 인선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현재까지 보여준 '파격', '소통'에 국민들은 환호한다. 문 대통령은 대선과정에서 200개가 넘는 공약을 국민에게 약속했다. 공약의 핵심 키워드는 '개혁', '국민'에 맞춰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더팩트>는 ▲경제 ▲언론 ▲방송 ▲사법 ▲소비자 ▲여성 등 6대 분야를 선정, 관련 분야 시민단체, 학계, 직능단체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전문가들의 제언을 통해 시대적 과제를 짚어보는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이 연재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개혁 정책에 대한 전망과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편집자주>

[더팩트 | 서민지 기자] "권위적인 대통령 문화를 청산하겠다. 준비를 마치는 대로 지금의 청와대에서 나와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 주요 사안은 직접 언론에 브리핑 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취임선서식에서 이렇게 약속했다. 문재인 정부가 촛불 혁명을 기반으로 탄생한 정부인 만큼, 박근혜 정부 시절 '불통'의 상징이었던 청와대를 개방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촛불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것일까.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청와대 인선을 비롯해 참모들과의 회의 등을 언론에 공개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권위적 행보'와 비교되면서 "이게 나라지"라는 국민적 호응을 이끌어냈다.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언론을 통제의 대상으로 보고 언론자유를 공공연히 침해해 왔다.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정책을 비판한 언론인을 '블랙리스트화'해 탄압하고 배제했고, 이 과정에서 국민의 알권리는 철저히 무시됐다.

'언론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망은 수치로도 증명된다. 지난 15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10일부터 12일까지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국민들은 문 대통령의 개혁 1순위 과제로 검찰개혁(24.0%), 2위는 정치개혁(19.9%), 3위는 언론개혁(13.7%)을 꼽았다. 언론개혁이 노동개혁(12.0%)과 재벌개혁(11.1%) 보다 우선 순위에 있었다.(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 홈페이지를 참조.)

언론개혁의 필요성은 비단 우리나라뿐만은 아니다. 국제언론단체인 '국경 없는 기자회'(RSF)가 매년 발표하는 언론자유지수 순위에서 한국은 63위(2017년 발표 기준)에 올랐다. 70위까지 떨어져 역대 최하위를 기록했던 지난해보다 7단계 상승했다. '최순실 게이트'를 파헤친 국내 언론 보도가 반영된 것이다. 다만, 전 세계 언론 자유가 14%로 후퇴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우리사회의 '언론 개혁'의 시급성이 강조되고 있다.

노무현 정권의 취재선진화 방안 취지는 좋았지만 결과적으로 기자실 대못박기 논란이라는 비판이 쇄도했다. 2008년 S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앤조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참여정부의 취재선진화 방안은 국민의 알권리를 제한한 언론탄압이었다는 의견이 45.4%에 달했다.
노무현 정권의 '취재선진화 방안' 취지는 좋았지만 결과적으로 '기자실 대못박기 논란'이라는 비판이 쇄도했다. 2008년 S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앤조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참여정부의 취재선진화 방안은 국민의 알권리를 제한한 언론탄압이었다는 의견이 45.4%에 달했다.

◆ 대통령의 언론관, 청와대 기자실의 배치를 보면 알 수 있다?

미국 백악관 기자들은 대통령과 비서실장, 참모, 대변인과 같은 건물인 '웨스트 윙'에 상주하기 때문에 수시로 자유럽게 집무실을 오가며 취재를 할 수 있다. 미국 대통령의 '언론관'을 보여주는 셈이다. 청와대 기자실의 배치 역시 단순한 공간 배치 차원을 넘어 언론자유의 보장이라는 본질적인 문제이자 최고 권력자의 언론관이 드러나는 철학적 문제로 귀결된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출입기자단의 변화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는 기본적으로 참여정부와 많이 닮아 있다. 참여정부는 역대 정권 중 언론개혁에 가장 공을 들였던 정부다. 특히 '취재 선진화 조치'를 최우선순위에 두고 열을 올렸다.

노무현 정부는 우선 청와대 출입 기준을 대폭 완화했다. 등록만 하면 출입할 수 있도록 해 김대중 정부의 4배에 가까운 기자들이 청와대를 출입하게 됐다. 그전까지 청와대 기자실에 들어가지 못했던 진보매체와 인터넷매체들이 진입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언론사 간 차별, 취재원과 언론의 유착을 방지하고 취재 지원의 효율을 높이고 적극적인 정보 제공을 지향하겠다는 의도로 기자실을 없애고 브리핑을 확대했다. 기자실을 통폐합하고 참모진 사무실 방문 취재를 금지함으로써 소통창구를 일원화한 것이다.

비서동 출입을 제한하는 대신 대변인과 수석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직접 춘추관을 수시로 찾아와 기자들과 만났다. 그러나 '이명박근혜 정권'을 지나면서 '출입 금지'만 남고, 정작 '수시 브리핑'은 사라졌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기자회견 수가 현격히 줄더니, 회견 형식은 대부분 엠바고(보도유예), 오프더레코드(비보도) 위주로 진행됐다. 급기야 박근혜 정권에 들어와선 기자들의 질문을 사전에 취합해 준비된 답변을 프롬프트로 읽는 '일방소통' 방식이 됐다.

이 때문에 노무현 정권의 '취재선진화 방안'은, 취지는 좋았지만 결과적으로 '기자실 대못박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수시로 드나들었던 비서동의 출입이 금지되면서, '특화된 단독 기사'를 쓸 수 없게 됐고, 이는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데 일조했다는 반발이 일었다.

2008년 3월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가 '노무현 정부 언론탄압 백서'를 발간한 것도 노무현 정부의 '취재선진화 방안'이 실패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또한 당시 S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앤조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국민의 알권리를 제한한 언론탄압이었다는 의견은 45.4%였으며, 취재시스템 선진화를 위한 언론개혁이었다는 의견은 24.5%에 그쳤다.(이 조사는 2008년 3월 11~12일 전국 19세 이상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전화로 조사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7%p. 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 홈페이지 참조.)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거치며 누구보다 노무현 정부의 장점과 단점을 파악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문재인 정부의 기자단 운영은 기본적으로 노무현 정부와 비슷한 기조로 가되, 노무현 정부의 언론개혁 정면돌파 방식은 지양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문재인 정부는 청와대 출입의 문턱은 낮추는 대신 기자들의 개별 취재를 제한하며, '메시지 통일화'에 나서고 있다. 청와대 춘추관장에 따르면, 내달 초 춘추관에서 신규 출입 신청을 기존보다 확대해 받을 예정이다.

권혁기 춘추관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최소한의 출입 기준안을 논의해 마련하고 있다. 예를들면, 한국기자협회 가입한 회사 등이다"면서 "모두 받아주고 싶지만, 국회 등록 업체는 600여 개이며 출입기자는 1500여명인데 국회는 좌석이 500여 개다. 그러나 청와대는 기자석이 150석밖에 안 되기 때문에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내 언론개혁을 담당할 인선이 점차적으로 완성되고 있다. 언론개혁사령탑인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및 방송통신위원 내정만 남겨두고 있다.
청와대 내 언론개혁을 담당할 인선이 점차적으로 완성되고 있다. 언론개혁사령탑인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및 방송통신위원 내정만 남겨두고 있다.

◆ 文정부 '언론개혁' 드라이브…"언론인 스스로 개혁 의지 보여야"

정부여당은 해직언론인 복직 등 문 대통령이 후보시절 강조했던 '적폐 청산'의 일환으로 언론개혁 작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 기간 ▲이용자 중심의 미디어 복지 구현 ▲지역방송 활성화 ▲건강한 신문언론 발전 ▲한류 르네상스 실현 ▲일정 매출 규모 이상의 미디어 기업에 대한 사회적 책임과 투명성 강화 ▲미디어 공공성 확보 등을 공약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적폐청산이 중요한 과제인데 검찰개혁, 재벌개혁도 있지만, 언론개혁을 빼놓을 수 없다"면서, MBC 이용마 해직기자를 언급하며 "정부와 여당에서 방송의 정상화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뤄야 한다"며 언론개혁의 의지를 확고히 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사회분과는 지난 2일 오후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 박석운 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 등 언론노조,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만나 언론 개혁, 정책 등에 관한 의견을 청취하며 적극적인 개혁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언론 개혁을 두고 "권력이 언론을 장악하려 한다는 시도에 굉장한 우려를 표시한다"며 당내에 언론장악시도저지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기로 했다.

정우택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9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지금 공영방송 사장을 정권 또는 노조를 통해 갈아치우려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이 검찰과 언론 장악으로 변질한다면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면서 "언론도 권력 수하가 되기 위한 언론 장악으로 가는 것인지 대단히 우려스럽다. 두 눈을 부릅뜨고 이 정부가 하는 행태를 지켜보겠다"고 강조했다.

나경원 한국당 의원 역시 지난 11일 "여당의 '언론 코드화'가 지금은 달콤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본인들에게 독이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면서 민주당이 시도하는 '언론개혁'을 언론흔들기로 규정하고 반박했다.

나 의원은 "YTN사장이 사표를 낸데 이어 민주당에서 KBS, MBC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주의 후퇴가 크게 걱정된다"면서 "결국 언론을 그들의 코드로 장악하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언론기관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언론기관을 줄 세워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학계 전문가들은 여야 대치 속에 언론 스스로 언론개혁에 나설 의지가 있는지를 묻는다. 무엇보다 언론개혁을 통해 누리는 언론의 자유는 언론인 스스로 쟁취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충고한다. 정권을 잡으면 언론을 장악해야 정권을 무난히 유지할 수 있다는 습성이 있기에 문재인 정부의 언론개혁 작업이 올바로 착수되고 있는지 '워치독(watchdog) 역할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언론 역시 스스로 형성해 온 기득권을 내려놓고, 자신이 쳐놓은 기득권 장벽인 기자단 카르텔을 과감하게 혁파하려는 노력도 요구한다.

문철수 한국언론학회 회장은 지난 13일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에 요구되는 '언론개혁'의 사안은 언론의 공공성 회복이 최우선"이라면서 "문 대통령은 언론장악보다는 언론 스스로의 개혁을 위해 정부가 지원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언론 스스로 개혁의지가 없다면, 정부의 개혁 의지는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 언론 스스로 개혁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mj7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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