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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영숙 한국은빛소망회 이사장은 지난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매주 두 번씩 독거노인을 위한 식사를 마련하고 있다. |
[소미연 기자] 서울 시내에서 독거노인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다는 독산동. 이곳 어르신들에게 이영숙(61) 한국은빛소망회 이사장은 목사님, 원장님, 때로는 회장님이기도 하다. 호칭은 제각각이지만 이 이사장을 향한 고마움은 모두가 한결같다. 낳고 기른 자식마저도 챙겨주지 못하는 식사를 이 이사장이 사비를 털어 어르신들의 식사를 마련하고 있는 것. 화요일과 토요일 매주 두 번씩 지난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 번도 거르지 않았다.
특히 이 이사장은 150여명의 어르신들이 잡수실 음식을 손수 준비하고 있다. 배식이 있기 하루 전 시장에 가 장을 보고, 집에서 야채 등을 손질해 다음날 오전 일찍이 독산동으로 출발한다. 사실 이 이사장과 독산동은 아무런 연고가 없다. 어려운 어르신들이 많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2007년 독산동에 사단법인 '한국은빛소망회' 사무실을 차리고 배식을 시작했을 뿐이다.
오전 10시30분께부터 시작되는 배식은 12시까지 3교대로 이뤄진다. 50여명의 어르신들이 식탁에 앉으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공간이 협소하기 때문이다. 좁은 통로도 걱정이지만 연로하신 어르신들이 많아 이 이사장과 봉사자들은 식판에 음식을 담아 나르고, 또 식판을 직접 걷어온다. 손발이 많이 필요한 일이지만 "어르신들이 식판을 들고 가다 넘어지기라도 하면 큰일"이라는 것. 이 이사장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다. 이 이사장은 식사를 마친 어르신들의 이야기에 열심히 귀 기울인다. 그러다 자신의 능력껏 어르신들이 필요한 옷과 약들을 사드리기도 한다. 어르신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이 이사장은 자연스레 우리나라의 노인정책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이 이사장은 "우리나라 노인정책이 잘 돼있다고 하지만 사실 체감률은 떨어진다. 고령화 시대로 진입하면서 노인들은 너무 많아졌는데, 정부에서 손을 다 못 뻗치고 있다. 게다가 호적상 아들이 있다고 해서, 사위가 있다고 해서 생활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노인들이 상당수다. 다른 대책이 필요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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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영숙 이사장은 어르신들의 식사 제공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귀 기울여 듣고, 이를 돕고자 다방면으로 고민하고 있다. |
어르신들의 어려움을 살피는 이 이사장 또한 넉넉한 형편은 못된다. 후원을 해주시는 분들도 있지만 기대하거나 의지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후원이라는 게 얼음위로 걸어가는 것 같다. 녹아버리면 어디서 풍덩 빠질지 모르는 일이라 (제가) 늘 움직여야 된다"고 말했다. 그래서 교회 간증을 하고, '나도 살아요'라는 제목의 자서전을 내기도 했다.
자서전엔 이 이사장의 녹록치 않은 60년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부재와 미혼모로서의 아픈 삶, 이후 1970~1980년대 주먹세계를 주름잡았던 서방파 김태촌씨와의 옥중결혼 등 마음 속에서 꺼내기 힘든 이야기를 털어놨다. 이 이사장은 지금도 아들과 김씨를 떠올리면 목이 메인다. 그는 "두 사람은 나에게 시련과 고난이지만 큰 축복의 선물"이라고 고백했다.
어르신들의 식사 준비와 교회 간증으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이 이사장은 본업 또한 게을리 하지 않았다. 무대가 주어지는 곳이라면 어디든 '노래'를 불렀다. 사실 이 이사장은 '그림자'와 '꽃목걸이' 등 히트곡을 낸 1970∼1980년대 유명가수였다.
한번씩 KBS 1TV '가요무대'에 서면 다음 배식일에 어르신들의 말씀이 길어진다. 가수인 줄 몰랐다가 뒤늦게 알아보고 환호하는 것. "스타가 해주는 밥"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지만 정작 이 이사장은 고개를 젓는다. 젊은 시절 화려한 인생을 살았지만 이제와 돌이켜보니 "외모가 아닌 마음이 아름다워야 스타"라는 게 이 이사장의 설명이다.
이 이사장은 오히려 어르신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두 번의 암을 극복하면서 후유증을 겪고 있는 이 이사장을 어르신들이 늘 걱정하며 기도하고 있는 것. 이 이사장은 "여기 오시는 분들 모두가 내 가족과 다름없다. 때문에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바람이 있다면 지하가 아닌 1층의 좀 더 넓은 공간에서 좀 더 많은 어르신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제공=한국은빛소망회>
pink254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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