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사기 혐의 구속' 차가원, 수많은 피·땀·눈물은 어쩔텐가
  • 정병근 기자
  • 입력: 2026.08.04 13:30 / 수정: 2026.08.04 18:10
지난해 12월부터 드러나기 시작한 실체
사기 혐의로 구속 영장 발부
여전히 미정산 미지급 등 수많은 피해자 남아
법원이 300억원대 사기 혐의를 받는 차가원 피아크그룹 회장 겸 원헌드레드 대표에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사진은 지난 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모습. /서예원 기자
법원이 300억원대 사기 혐의를 받는 차가원 피아크그룹 회장 겸 원헌드레드 대표에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사진은 지난 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모습. /서예원 기자

[더팩트 | 정병근 기자] 굵직한 음악 레이블 3개사를 이끌던 차가원 대표가 사기 혐의로 구속됐다. 그 금액대가 무려 300억 원에 이른다. 문제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피해자들이 더 많다는 사실이다. 사기 혐의도 사기 혐의지만, 더 주목해야 할 차가원의 만행이 여전히 수두룩하게 쌓여 있다.

3일 서울중앙지법 부동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혐의를 받는 차가원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더팩트>가 지난 1월 차가원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피소됐다고 보도한 지 7개월 만의 일이다.

차 대표는 자사 소속 연예인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사업을 주식회사 노머스에 제안해 계약을 체결하고 242억 원의 선수금을 받은 뒤 실제 사업을 이행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이로 인한 전체 피해 규모는 약 300억 원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차 대표가 이중계약을 맺었고 사업을 이행할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보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다. 경찰은 차 대표가 거액의 채무가 있는 상태에서 연예기획사 사업을 시작했고, 이후 계약 쪼개기 방식으로 채무를 돌려막기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차 대표가 2023년 MC몽과 원헌드레드를 설립한 뒤 빠르게 빅플래닛메이드와 INB100 등을 흡수했는데,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는 얘기다. 또 태민, 백현, 첸, 시우민, 이승기, 더보이즈 등을 무분별하게 영입하면서 때로 적정선을 훨씬 뛰어넘는 계약금을 줘 업계의 의문을 샀던 것에 대한 답도 그 안에서 유추해볼 수 있다.

백현(왼쪽)과 태민은 미정산 등을 이유로 전속계약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뒤 차가원 대표를 떠났다. /더팩트 DB
백현(왼쪽)과 태민은 미정산 등을 이유로 전속계약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뒤 차가원 대표를 떠났다. /더팩트 DB

차 대표를 향한 의문은 그가 MC몽을 매개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들어왔을 때부터 있었다. 이후 여러 가수들을 공격적으로 영입하며 탬퍼링(계약이 남은 이에게 접근해 계약 파기를 유도하는 행위) 의혹이 불거지고, 여러 업체들과 계약하며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여러 말들이 흘러나왔다. 차 대표를 향한 의문은 점점 커졌다.

그 의문은 <더팩트>가 지난해 12월 차 대표와 MC몽과의 수상한 돈 거래([단독] "차가원에 120억 지급하라"…MC몽, 떠난 이유 돈이었나)와 선수금에 의존한 비상식적인 회사 운영([단독]'의상비 108억·선수금 720억'…차가원의 '기형적 회사 운영')을 보도하면서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차 대표 측은 운영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백현과 이승기를 자신의 소유 빌라에 고액 전세로 입주시키는 과정에서의 문제([단독] 이승기·백현, 차가원의 라누보 '깡통전세'로 들어갔나), 소속 가수들 미정산([단독] 백현·태민·더보이즈 10억씩…차가원, 가수 쥐어짜고 '50억 미정산') 보도로 경영의 문제가 구체화됐다.

더 심각한 건 그 다음이다. 가수들이 피해자인 건 맞지만, 이들 대부분이 차가원과 손을 잡은 건 더 나은 조건을 찾아간 그들의 선택이었다. 그러나 그 사이 회사 직원들은 생계 위협([단독] 차가원, 직원 생계 위협…4대보험 미납에 월급도 위태)까지 받았다. 이들에게 차 대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닌, 어쩔 수 없이 벌어진 일이다.

그룹 더보이즈는 원헌드레드와 전속계약 가처분 신청을 하고 나갔지만 차가원 대표가 반발했고, 이에 차 대표의 횡령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사진은 주학년(오른쪽에서 4번째) 탈퇴 전 모습. /더팩트 DB
그룹 더보이즈는 원헌드레드와 전속계약 가처분 신청을 하고 나갔지만 차가원 대표가 반발했고, 이에 차 대표의 횡령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사진은 주학년(오른쪽에서 4번째) 탈퇴 전 모습. /더팩트 DB

뿐만 아니라 노머스처럼 큰 회사만이 아니라, 2차 피해를 우려해 앞에 나서기 어려운 수많은 피해 업체들([단독] 태민·백현·더보이즈, '차가원 업체 미지급금'에 '앞길' 막히나)도 있다. 그로 인해 누군가는 본인 잘못도 없이 업계에서 신뢰를 잃었고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차가원 대표의 만행들이 드러나면서 소속 가수인 태민, 백현, 더보이즈, 이승기 등 소속됐던 거의 모든 가수들이 가처분신청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전속계약을 해지하고 나갔다. 이들은 인기 스타다. 오라는 곳이 많다. 태민은 곧바로 지드래곤이 소속된 갤럭시코퍼레이션에 새 둥지를 틀었다. 다른 이들도 대부분 선택지가 꽤 많다.

그러나 100여 명에 이르렀던 회사 직원들과 그리고 일이 들어오면 할 수밖에 없었던 여러 업체 관계자들은 이번에도 선택지가 많지 않다. 차가원과 일했던 임직원들은 "회사에 있어야 할 수백억 원의 자금이 차 회장 개인 혹은 관계회사 계좌로 넘어간 정황을 파악했다"며 수사 요청을 했고, 고용노동부의 실질적인 행정 조치를 요구했다.

이들은 생활에 직접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스타들만큼 많은 이들에게 닿지 않는다. 결국은 스타들이 목소리를 내줘야 한다.

소속사에 남은 멤버 뉴를 제외한 더보이즈 아홉 명은 차 대표가 전속계약해지 가처분에 반발하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횡령)으로 고소하며 법적 대응을 하고 있다. 또 이승기는 차가원의 빌라 전세와 그의 건설사에 시공을 맡긴 건물을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그 과정에서 차 대표의 잘못을 들춰내려고 한다.

이승기는 차가원 대표의 품을 떠난 뒤에도 그의 빌라에 전세로 들어간 보증금과 그의 건설사가 시공을 맡은 신축 건물 등으로 공방을 벌이고 있다. /더팩트DB
이승기는 차가원 대표의 품을 떠난 뒤에도 그의 빌라에 전세로 들어간 보증금과 그의 건설사가 시공을 맡은 신축 건물 등으로 공방을 벌이고 있다. /더팩트DB

이들이 차 대표와 싸우는 건 결국 본인들을 위해서지만, 이들의 공방으로 인해 더 있을 지 모를 차 대표의 또 다른 잘못들이 밝혀진다면 그 역시 다행스러운 일이다.

차 대표는 이승기와 더보이즈의 발목을 잡고 있지만 태민과 백현의 계약 해지는 상대적으로 쉽게 받아들였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관계자에 따르면 차 대표는 두 가수를 상대로 미정산 외에도 법에 저촉되는 중대한 과실을 범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들은 그 사실을 세상에 알리는 대신 잡음 없는 자유의 몸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들 역시 피해자이기에 침묵을 뭐라 할 수는 없다. 다만 피해를 호소하는 수많은 이의 피 땀 눈물을 생각한다면 더 많은 이들을 귀기울이게 만들 수 있는 그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에 아쉬움이 남는다. 방관이 때론 누군가에게 일종의 가해로 작용하기도 한다.

한편, 차 대표 측은 이번 구속 영장 발부와 관련해 자신과 회사를 둘러싼 여러 의혹은 적대적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제기된 것이라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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