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정병근 최현정 기자] MC몽과 차가원 대표가 공동 설립하고 지금은 차 대표가 이끄는 원헌드레드는 빠르게 덩치를 키웠다. 외형적으로는 그렇지만 내실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핵심 레이블인 빅플래닛메이드엔터의 2024년 감사보고서 분석 결과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상황은 더 악화 기로고 그 과정에 '기형적인 자금 흐름'이 포착된다.
지난 5월 30일 등록된 재무제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빅플래닛메이드에 대한 회계법인의 감사의견은 '적정'이지만, 이는 재무제표가 회계 기준에 따라 작성됐다는 의미일 뿐이고 재무 상태가 건전하다는 건 아니다. 빅플래닛메이드의 자본 총계는 2024년 12월 31일 기준 회사의 부채(약 532억 원)가 자산(약 342억 원)보다 약 180억 원 더 많다.
눈여겨 볼 대목은 2024년 의상비 지출이다. 무려 108여억 원으로 매출액 188여억 원의 약 57%다. 이는 업계 평균보다 최소 5배 이상의 비율이다.
빅플래닛메이드는 사실상 선수금(가수들의 공연 음반 등에 대해 미리 받는 금액)으로 연명하는 상태다. 빅플래닛메이드보다는 사정이 낫지만 첸백시(첸 백현 시우민)가 소속된 INB100도 상황이 위태로운 것은 마찬가지다. 수익 대부분이 선수금인데 남은 돈은 거의 없다. 돈이 들어오는 족족 어딘가로 빠져나갔다는 의미다.
빅플래닛메이드에는 가수 태민(샤이니) 이무진, 가수 겸 배우 이승기, 개그맨 이수근, 걸그룹 비비지, 배드빌런 등이 속해 있고 INB100에는 엑소 백현 첸 시우민이 있다. 회사의 기형적인 자금 흐름 속에서 이들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활동을 펼칠 수 있을지, 활동에 대한 정당한 수익을 취할 수 있을지 우려되는 부분이다.
원헌드레드를 비롯해 빅플래닛메이드 최대 주주는 차가원이다. INB100 최대 주주는 원헌드레드다. 사실상 모두 차가원 원헌드레드 대표가 지배하고 있는 차가원의 회사다.
<더팩트>가 차가원이 MC몽을 상대로 120억 대여금 반환 청구를 진행한 것에 이어 두 사람의 관계를 보도한 건 이들 회사의 납득하기 어려운 자금 흐름과 운영 그리고 무엇보다 소속 연예인들에 대한 우려에서 시작했다.
#2024년 의상비 지출 108억..수상한 거래

지난 5월 30일 등록된 재무제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빅플래닛메이드의 자본 총계는 2024년 12월 31일 기준 회사의 부채(약 532억 원)가 자산(약 342억 원)보다 약 180억 원 더 많은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일반적으로 주식회사가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면 경영이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사실상 파산만 앞두고 있는 상황으로 여겨진다.
첸백시(첸 백현 시우민)를 제외한 아티스트 대부분이 빅플래닛메이드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다. 빅플래닛메이드의 파산은 사실상 원헌드레드의 파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물론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특성상 단 하나의 성공 사례만으로 재무 상황이 크게 개선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빅플래닛메이드는 영업이익을 낸 적이 없는 회사다.
2021년 7월 회사 설립 이래 빅플래닛메이드는 2022년에는 약 68억 원, 2023년에는 약 5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가장 최근인 2024년의 당기순손실액은 약 116억 원으로, 실적이 개선되기는커녕 전년도 대비 두 배 이상 손실액이 늘었다. 완전 자본잠식에 영업손실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악화 기로다.
빅플래닛메이드가 수익을 전혀 올리지 못한 건 아니다. 빅플래닛메이드는 2023년 약 112억 원의 영업수익을 기록했고, 2024년에는 약 188억 원의 영업수익을 거둬들이며 매출액 자체는 약 76억 원 증가했다. 문제는 영업비용이다. 2024년 영업비용은 약 307억 원으로 2023년의 170억 원 대비 약 137억 원이 증가했다.
수상한 점은 여기서 포착된다. 빅플래닛메이드 영업비용의 상당액을 차지하는 항목은 '의상비'다. 2024년 의상비 지출은 108억 원으로 매출액 188억 원의 절반을 훌쩍 뛰어넘는다. 통상 엔터테인먼트 업계 의상비는 많이 잡아도 전체 매출액의 10%를 넘기지 않는 것과 비교하면 빅플래닛메이드의 의상비는 상식을 한참 벗어나 있다.

심지어 108억 원의 의상비는 빅플래닛메이드 자체에서 비교해도 수상하다. 빅플래닛메이드의 2023년 의상비는 불과 2억1900만 원으로 108억과는 거의 45배 차이가 난다.
물론 2024년 6월 걸그룹 배드빌런을 데뷔시켜 3장의 싱글을 냈고, 태민이 합류해 1장의 미니 앨범을 발매하는 등 회사의 덩치가 커진 만큼 비용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업계에 따르면 신인 그룹의 경우 신경을 좀 쓴다고 해도 멤버별 착장 비용을 80만 원 정도 잡는다. 최정상급의 한 보이그룹은 멤버 착장당 200~300만 원을 쓴다. 그 2배에 이르는 착당 500만 원을 잡더라도 2000벌은 맞춰야 100억 원이다. 고가의 착장을 한 번씩만 입는다 하더라도 소속 가수 몇 팀이 소화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
이는 정상적이지 않은 자금 흐름이 있었다는 의심을 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다른 비용을 의상비에 녹였다면 회계 투명성에서 낙제점에 가깝고, 그 108여억 원을 실제 의상비로 썼더라도 회사 운영상의 심각한 문제다. 그 비용은 고스란히 가수들의 짐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720억 원을 받았는데 현금은 6000만 원
현저히 낮은 현금 자산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재무제표상 빅플래닛메이드의 현금자산은 5000만 원에 불과해 자칫 소속 아티스트의 정산 미이행이나 임금 체납 등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빅플래닛메이드보다는 사정이 낫지만 첸백시(첸 백현 시우민)가 소속된 INB100도 상황이 위태로운 것은 마찬가지다. INB100은 매출액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 흑자 전환까지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수익의 대부분이 '선수금'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 문제다.
INB100의 수익 대부분은 약 430억 원의 선수금이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회사 전체 자산 592억 원의 약 73%에 달하는 거액이다. 특히 INB100은 2023년에도 290억 원 이상을 선수금을 받아 2년간 받은 누적 금액은 720억 원이 넘는다.
선수금은 공짜가 아니다. 미래에 제공해야 할 공연이나 앨범 등의 대가를 미리 받은 것이기에 첸백시는 선수금을 받은 계약상 조건을 이행해야 한다.
만에 하나 선수금으로 받은 금액이 정상적으로 운용되지 않고 어디론가 새어나갔다면 이후 첸백시는 모든 공연과 앨범 활동에서 아무런 수익을 얻지 못하는 상황에 빠질 위험이 있다.
이런 우려는 어느 정도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INB100은 2024년 250억 원대 매출을 올린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현금 보유량은 약 6000만 원에 불과했다. 이는 수익이 들어오는 족족 외부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재무제표만 보더라도 빅플래닛메이드와 INB100은 급격히 침몰하는 것이 확연히 보이는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해 있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에 따르면 두 회사의 2025년 자금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결국 모든 결론은 하나로 모인다. '도대체 무엇이 상황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나'다. 그리고 이에 대한 가장 확실한 대답은 차가원이 가지고 있다. 그의 진실한 해명이 필요해 보인다.
한편 <더팩트>는 29일 오전 재무제표상 의문을 확인하기 위해 빅플래닛메이드에 문의를 남겼으나 아직까지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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