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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동통신사 모바일 멤버십 카드(왼쪽에서부터 KT, SKT, LGU+) |
[ 이현아 기자] 자신이 쌓은 마일리지를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이동통신사(이하 이통사)의 멤버십 포인트가 자신도 모르는 새 사용됐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가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멤버십 포인트는 단순히 제휴사 할인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모아놓은 포인트를 통해 핸드폰 요금 납부, 최신 핸드폰 구매, 상품 결제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일 수 있다. 또한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간단히 해당 이통사의 애플리케이션(이하 앱)만 받으면 카드를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할인혜택 등 다양한 혜택을 얻을 수 있다.
이처럼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 영역은 확대됐지만,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의 허술한 인증시스템으로 불편을 겪은 가입자는 늘어나고 있다, 모바일 멤버십 카드가 보편화되면서 직접 카드를 긁거나 바코드를 보여주지 않고, 카드번호만 불러주면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어 멤버십 포인트 무단 도용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
SK텔레콤의 VIP 고객인 이상훈(33)씨는 VIP의 포인트를 떼어 몇 가지 자동차 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T CarLife라는 자동차 관리 패키지에 가입했다. 그러나 가입한 이후 처음으로 멤버십 포인트를 사용하려고 SK 직영 주유소를 찾은 이씨는 망신만 당하고 돌아와야 했다. 이미 멤버십 포인트를 이용한 서비스를 모두 사용했다는 것.
이 씨는 “콜센터에 전화해 확인한 결과, SK텔레콤은 누군가가 멤버십 카드 번호를 도용해 포인트를 모두 써버렸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포인트 사용이라고 다 문자가 날아오고 조회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며, 포인트는 다시 환원됐으니 사용에 불편 없을 것이라는 안내원의 말에 더욱 기분이 나빴다”며 “요즘 같은 시대에 타인의 카드를 수기로 도용했다는 것이 말이나 되냐”고 반문했다.
지난해부터 마일리지 서비스를 올레클럽 ‘별’로 변환한 KT 또한 똑같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KT의 모바일 결합상품을 사용 중인 가입자 김석진(27)씨는 최근 114로부터 문자를 한 통 받았다. 문자에는 그동안 쌓아두고 사용하지 않았던 올레 클럽 ‘별’ 마일리지를 누군가 음식점에서 사용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KT ARS 안내원은 “이런 경우가 가끔 발생할 수 있다”며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다. 그러나 모바일 카드 바코드를 적외선으로 찍는 것이 아니라, 카드 번호를 잘못 입력할 경우 다른 고객의 모바일 카드가 사용될 수도 있다. 사용된 별을 다시 회복시켜 드리겠다”고 답변했다.
김씨는 “사용된 별은 회복됐지만 개인정보가 무단 도용된 것에 대한 찝찝한 기분은 감출 수 없다”며 “갑작스럽게 사용하지도 않은 마일리지가 빠져나갔다는 문자를 받은 것도 놀랐지만, 사용내역을 취소해주면 그만이라는 안내원의 태도에 더욱 기분이 나빴다. 마일리지를 현금처럼 쓸 수 있게 해놨으면 좀 더 세심하게 고객 정보를 처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멤버십 포인트의 허술한 인증 문제는 LG유플러스도 마찬가지다. 또한 멤버십 포인트를 이용한 인터넷 결제의 경우 정확한 결제 금액이 문자로 통보되지 않을 뿐 아니라, 휴대폰 인증 등의 절차를 따로 거치지 않는다. 이에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유출된 가입자의 경우, 자신도 모르는 새 그동안 쌓아뒀던 포인트가 사라질 수도 있는 일이다.
최근 스마트폰의 보편화와 함께 이통사들은 ‘스마트 월렛’에 힘을 쏟고 있다. 제휴사의 멤버십카드를 한데 모아 앱 형태로 제공할 뿐 아니라, 모바일 상품권을 바로 이용할 수도 있다. 또한 근접무선통신(NFC) 기반 스마트 월렛 서비스에서는 국내 금융기업의 신용카드를 앱 형태로 다운받아 실제 카드처럼 쓸 수 있다.
이통사는 NFC를 이용한 모바일 전자 결제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자사 스마트 월렛 서비스를 일종의 통합 모바일 결제 플랫폼으로 발전시킨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멤버십카드 번호 무단도용으로 불만을 제기한 가입자들은 스마트 월렛 서비스에 앞서 이통사들의 인식부터 변화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멤버십 포인트 불편 사례 가입자는 “고객들이 길게는 수년 간 쌓아왔으며,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고 광고하고 있는 멤버십 포인트를 이처럼 허술하게 관리하는데 현금 결제까지 되는 스마트 월렛 서비스가 활성화 되면 얼마나 큰 피해가 발생할지 알 수 없다”며 “스마트폰 결제를 통한 신규 사업을 고안하기 이전에 고객의 정보보안과 피해를 인지하고 그에 맞는 서비스를 고안하는 것이 가장 먼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통신사 관계자는 “멤버십 포인트 무단 도용에 대한 사실은 고객센터로부터 전해들은 것이 없다”며 “정확한 정황을 확인해봐야 한다”는 이야기만 반복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용하지 않은 포인트가 사용된 사례가 카드 번호를 잘못 입력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인지, 혹은 실제로 카드 번호가 도용된 것인지는 확인을 해봐야 알 수 있다”며 “(멤버십 포인트 본인 인증 시스템에 대해서는) 멤버십 포인트를 사용할 때 본인확인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