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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전자 보급형 스마트폰 '갤럭시M 스타일' |
[ 이현아 기자] 프리미엄 시장 전략을 고수하던 휴대폰 제조사가 보급형 스마트폰을 내놓고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보급형 스마트폰으로 이득을 보는 것은 소비자들이 아닌, 휴대폰 제조사와 이동통신사(이하 이통사), 정부라는 지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4일 올해 첫 스마트폰으로 보급형 스마트폰 ‘갤럭시M 스타일’을 이통3사를 통해 출시한다고 밝혔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전략을 내세우던 삼성이 저가의 보급형 스마트폰을 출시한 것에 대해 업계는, 정부와 이통사, 제조사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휴대폰 가격표시제와 블랙리스트 제도 등의 통신비 인하정책, 4G LTE 시대 개막 등과 맞물려 얻어진 결과라는 것.
먼저 통신비 인하정책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정부는 저렴한 보급형 스마트폰의 출시로 위신을 세울 수 있게 됐다.
휴대폰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국감에서 ‘통신비를 인하하라’는 특명을 받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휴대폰가격표시제와 블랙리스트제도 등의 통신비 인하정책을 통해 휴대폰 단말기 가격인하에 힘쓰고 있다. 이 가운데 저렴한 보급형 스마트폰 출시는 방통위의 정책의 첫 가시적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1월1일부터 휴대폰가격표시제를 시행하는 반면, 휴대폰 제조사와 이통사에서 제공하는 지원금을 축소해 스마트폰의 출고가를 낮추겠다고 밝혔다. 휴대폰 출고가를 공개해 휴대폰 제조업체의 경쟁을 통해 출고가가 떨어지는 효과를 기대하겠다는 것.
표면적으로 보급형 스마트폰 출시로 휴대폰 출고가를 낮추려는 방통위의 의도는 성공했다는 평가다. 출고가 80만원을 호가하던 스마트폰이 주를 이룬 스마트폰 시장에 50만원대의 스마트폰이 출시됐기 때문이다.
보급형 스마트폰의 출시는 이통사에게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3G로 출시되는 보급형 스마트폰이 4G LTE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대한 소비자 니즈를 더욱 강화시킬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통3사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4G LTE용으로, 보급형 스마트폰은 3G로 공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4G LTE 서비스 상용화에 막대한 투자를 한 이통3사는 투자한 만큼의 성과를 내기 위해 4G LTE 가입자를 끌어오는 것이 급선무다. 그러나 4G LTE망이 완전히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3G 서비스 및 단말기 라인업에 소홀할 수도 없다. 이에 이통3사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모두 4G LTE로 출시하는 한편, 3G망에는 보급형 스마트폰 라인업을 통해 가입자들을 자발적으로 4G LTE로 이동하게끔 유도한다는 전략이다.
방통위와 이통사의 정책과 전략에 따라, 국내 시장에서 프리미엄 스마트폰 전략을 고수해오던 휴대폰 제조사는 보급형 스마트폰 시장에 시동을 걸었다.
제조사는 저가로 스마트폰을 내놓는 반면, 구형 모델에 들어갔던 부품을 탑재해 타산을 맞췄다. 이를 통해 제조사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에는 사용되지 않는 부품 및 제품의 제고처리와 동시에, 고가의 스마트폰 구매에 부담을 느꼈던 피처폰 사용자들의 판매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제조업계 관계자는 “휴대폰가격표시제를 비롯, 오는 5월부터 시행될 블랙리스트 제도와 같은 통신비 인하정책으로 보급형 스마트폰에 대한 소비자들의 니즈 또한 급격하게 늘어날 것”이라며 “삼성전자뿐 아니라 여러 제조사에서 보급형 스마트폰을 속속 선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보급형 스마트폰을 둘러싼 정부와 이통사, 휴대폰 제조사의 이해관계에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소비자들이다. 보급형 스마트폰으로 소비자들의 선택 폭이 넓어지긴 했으나, 휴대폰가격표시제, 이통사의 3G 지원금 축소 등으로 지원금이 줄어 3G 스마트폰이나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의 부담은 오히려 가중됐다.
이에 소비자들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가격을 낮춰 누구나 고성능의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닌, 출시된 지 2년이 다 돼가는 제품의 성능과 비슷한 스마트폰을 단순히 가격만 낮춰 판매하는 것이 무슨 통신비 절감효과냐”며 “지원금 축소로 오히려 스마트폰의 가격은 높아지고, 선택 폭은 더 줄어들었다. 소비자들은 무시한 휴대폰 업계의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말했다.
또한 국내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올라간 가운데, 보급형 스마트폰의 성능에 대한 혹평이 이어지고 있다. 사용자들이 삼성전자가 선보인 갤럭시M의 성능을 구형 모델인 ‘갤럭시S’와 비교하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것.
올해 첫 스마트폰인 삼성전자 ‘갤럭시M 스타일’은 프리미엄 제품에만 들어가던 4인치 능동형 발광다이오드(AMOLED) 디스플레이를 채용했으며, 1GHz 싱글코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채용했다. 운영체제(OS)는 안드로이드 2.3버전(진저브레드)로 ‘갤럭시S’와 대동소이하다. 이에 가격을 낮춘 동시에 성능까지 2년 전으로 돌아간 보급형 스마트폰이 얼마나 소비자들을 끌어 모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