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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으로 변신한 여스타들.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조혜련, 이시영, 이화선, 홍수아, 구하라, 이효리/사진=캡쳐, 더팩트 DB, 스포츠서울 제공 |
[박소영인턴기자] 미모의 여스타들이 온실 밖으로 뛰쳐나오고 있다.
얼굴과 몸매만 가꾸던 여스타들이 '청순녀' 이미지를 버렸다. 최대한 여성스럽게 보이기 위해 방송에서 수줍게 웃던 그들이 앞다퉈 몸을 던지고 있다. 지난 17일 배우 이시영(29)이 복싱대회 우승을 차지해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미모의 여배우가 복싱처럼 과격한 운동에 도전하는 것은 과거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마찬가지다. 여리고 수줍은 한떨기 꽃같던 여스타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격렬한 게임에 참여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야구장에서 시구를 할 때도 화려하게 꾸민 모습이 아닌 진지한 자세의 '개념 시구 연예인'이 호감을 얻는 시대다.
예쁘기만한 여스타들의 시대는 갔다. TV 안팎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여스타들은 여성스러움을 벗어던지고 멋진 인생을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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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한 운동에 도전한 여스타들.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조혜련, 이화선 홍수아, 이시영/사진=더팩트DB, 스포츠서울 제공 |
◆ 가녀린 척 하기 바빴던 여스타들이 격한 운동을
2000년대 중반은 여스타들의 몸매 가꾸기 비디오가 홍수를 이뤘다. '이소라의 다이어트 비디오'를 필두로 옥주현, 한은정, 최윤영 등 스타들의 요가·필라테스 비디오가 유행이었다. 당시 몸매 좋은 여자 스타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도전해 볼만한 분야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던 중 개그우먼 조혜련이 여자스타로는 이색적으로 '복싱 비디오'를 선보였다. 평소에도 과격한 운동을 즐기던 그가 복싱 다이어트 비디오를 냈을 때 "여자 연예인이 어떻게 저런 걸 해"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복싱은 남자들이 하기에도 체력적, 기술적으로 힘든 운동이다. 복싱뿐이 아니다. 구기종목은 물론 카레이싱 등 격한 스포츠는 여스타에게 어울리지 않은 영역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눈빛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시영은 최근 전국여자신인아마추어 복싱선수권대회 48kg급 결승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가 복싱 대회에 참가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인터넷에선 연일 화제가 됐다. 예쁘장한 외모가 최우선이어야 할 여배우가 얼굴이 다칠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격투 종목에 출전한다는 것은 과거에는 상상도 못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카레이싱에 도전한 여배우도 있다. 이제는 배우보다 '카레이서'라는 수식어가 더 친숙한 이화선(31)은 슈퍼모델 출신이다. 늘씬하고 도시적인 외모의 그는 지난 2005년 카레이서에 도전해 여러 대회에 출전했다. 지난해에는 한 챔피언십에서 많은 남성 레이서를 제치고 2위에 오르는 저력을 보이기도 했다.
과거 프로야구 경기에서 시구하는 여자 연예인들은 한껏 꾸민 모습으로 높은 힐을 신고 공을 던지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배우 홍수아(25)는 남달랐다. 깔끔한 유니폼 차림에 운동화를 신고 등장한 그는 '개념 시구 연예인'의 원조가 됐다. 특히 망가지는 표정에도 굴하지 않고 피나는 시구 연습으로 시속 85km의 구속을 자랑해 두산 베어스 명예 선발투수로 등극, '홍드로'로 사랑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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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에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여스타들.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윤은혜, 이효리 '씨스타' 보라, '카라' 구하라/사진=캡쳐 |
◆ 몸 사리던 女 아이돌…예능 판도 바꿔
예능 프로그램 속 여스타들도 달라졌다. 퀴즈쇼나 토크쇼, 커플맺기 프로그램처럼 지적이고 여성스런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베이비복스'의 막내 윤은혜(27)의 등장은 신선함 그 자체였다.
지난 2005년 SBS '일요일이 좋다-X맨'에 출연한 그는 다른 여자 연예인들이 이미지 관리를 위해 몸을 쓰는 게임에 소극적이었던 것과 대조적이었다. 씨름이나 닭싸움 등 힘이 필요한 게임을 휩쓸어 '소녀 천하장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당시 대부분의 여자 아이돌에게 천하장사 캐릭터는 낯설고 부적합한 이미지로 여겨졌다. 그랬던 그들이 요즘은 몸을 쓰는 예능 프로그램을 주도하고 있다.
'전직 요정' 이효리(32)는 예능에서 화장기 없는 얼굴과 털털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무대 위에서는 카리스마 넘치는 '섹시 아이콘'이었지만 예능에서는 갯벌서 뒹굴고 계곡에 빠지는 등 몸을 사리지 않은 투혼으로 많은 '천하무적' 이미지를 쌓았다.
걸그룹 멤버들도 마찬가지다. '카라'의 구하라(20)는 2년 전 명절 특집 프로그램에서 뛰어난 달리기 실력으로 '구사인 볼트'라는 별명을 얻었다. 넘어지면서까지 열심히 하는 그의 모습은 당시 큰 화젯거리였다. 인형같은 외모에 힘쓰는 게임도 마다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모습은 팬들과 그의 사이를 더 가깝게 만들었고, 인기도 급상승했다.
대부분의 아이돌이 TV 속에서 열심인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얻게 되자 '아이돌 육상·수영 선수권 대회' 같은 '체육' 예능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지난해 추석특집 '아이돌 육상선수권 대회'에 이어 올해 초 설 명절까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사랑 받았다. 특히 그룹 '에프엑스(f(x))'의 루나(18)는 자그마한 체구로 높이뛰기 부문 금메달을 획득해 시청자들의 호감을 샀다.
'씨스타' 보라(21) 역시 같은 방송에서 여자 50m 달리기 부문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며 '육상돌'임을 증명했다. 그는 지난 추석 때 '아이돌 스타 육상대회' 여자 100m 달리기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바 있다. 방송이 끝난 후, 몸을 사리지 않고 열심히 하는 아이돌의 모습이 훈훈했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과거 상상하기 힘들었던 여자스타들의 변화. 이는 대중의 인식변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저 화면 속 여신으로만 머물기보다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적극적으로 도전하고, 일반인의 일상처럼 뛰고 달리고 덤벼드는 모습은 대중에게 괴리감보다 친숙함으로 다가왔다. 온실을 뛰쳐나와 현실을 달리고 있는 여자스타들, 그들의 변화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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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기자들이 풀어 놓는 취재후기 = http://press.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