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회장 출마!'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17일 프랑스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FIFA 회장 출마를 선언했다. / 남윤호 기자 |
정몽준 명예회장 "조직이 부패하지 않으려면 지도자가 주기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정몽준(64)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정 회장은 17일 오후(이하 한국 시각) 프랑스 파리 샹그릴라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016년 2월 치러지는 차기 FIFA 회장 선거에 도전할 것을 선언했다. FIFA 발상지이자 강력한 라이벌인 미셸 플라티니 UEFA(유럽축구연맹) 회장의 조국인 프랑스 파리에서 첫걸음을 뗀 정 회장은 개혁에 대한 자신의 비전과 공약을 밝히며 '세계 축구 대통령'을 향한 행보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정 회장은 이날 "이 자리에서 FIFA 회장 선거 출마를 선언하고자 한다. FIFA 회장이 축구 팬들의 야유의 대상이 되어 버린 것이 마음 아팠다. 2011년 유럽의 한 스포츠잡지가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제프 블라터 FIFA 회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는 질문에 응답자의 95%가 '블라터가 축구를 망치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면서 "이제 FIFA가 이런 미래 비전을 실현해야 할 때다.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한 때다. FIFA를 다시 상식이 통하는 곳으로 만들 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조직이 부패하지 않으려면 지도자가 주기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몇십 년간 계속 팽창하고 있는 FIFA의 부패문제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FIFA에 '상식'과 '투명성' 그리고 '책임성'을 되살릴 리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지난달 21일 "FIFA에 새 시대를 열고자 한다"고 출마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그는 지난 6월 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2층 다목적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처음 FIFA 회장 도전에 대한 의사를 처음 나타냈다. 그는 "지난 2002년 월드컵을 개최한 우리나라는 FIFA와 특별한 인연이 있다. 우리 모두 하나가 될 기회를 준 FIFA에 감사하다"며 "하지만 최근 FIFA를 둘러싼 상황은 실망스럽고 안타깝다. FIFA에서 부회장으로 17년 동안 일한 나도 책임을 통감한다.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다 함께 노력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정 회장은 "차기 FIFA 회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 저에게도 물어 보는 사람이 많았다. 신중하게 생각해서 판단하겠다. 국제 축구계 인사를 만나 얘기를 들은 뒤 (출마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는 지난 5월 29일 제프 블라터 FIFA 회장에 대한 부패의혹이 고조될 시기에 "블라터 회장은 즉각 물러나야 한다. 그가 FIFA를 세계에서 가장 돈 많고 막강한 스포츠 단체로 키웠지만 실망스럽게도 FIFA는 세계에서 가장 불신받는 단체 중의 하나가 됐다"며 각을 세웠다.
정 회장은 지난 6월 3일 기자회견 이후 축구계 인사를 만나 대화를 나눴다. 빠르게 출마 여부를 결정하기보다는 신중하게 고민을 거듭했다. 지난달 21일 출마 의사를 확실히 밝힌 그는 23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CONCACAF) 골드컵 참관이 표면적인 이유였지만 세계 축구계 인사를 만나는 자리였다. 정 회장은 지난 7일 중국 우한행 비행기에 올라 동아시안컵에 참가한 중국, 일본, 북한 등 각국 축구인사들을 만나 지지를 호소했다. 이어 8일 한국에 귀국한 뒤 12일 슈퍼컵 결승전이 열린 그루지아로 출국해 유럽 인사들을 만났다.
한편, FIFA는 지난달 20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집행위원회를 열고 차기 회장을 뽑는 특별 총회 개최일을 결정했다. 오는 12월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선거일은 내년 2월 26일로 확정됐다.
지금까지 정 회장을 비롯해 미셸 플라티니(60·프랑스) UEFA 회장, 알리 빈 알 후세인(40) 요르단 왕자, 코임브라 지코(62·브라질), 디에고 마라도나(55·아르헨티나) 등이 출사표를 던졌다.
◆ 정몽준 명예회장 출마 선언문 전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 저는 이 자리에서 FIFA(국제축구연맹) 회장 선거 출마를 선언하고자 합니다. FIFA는 축구에 관한 기구입니다. 하지만 그저 축구 경기를 관리하기만 하는 곳이 아닙니다. 축구계의 거버넌스(governance) 통합관리를 담당하는 곳입니다.
현재 FIFA는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이런 위기 상황을 헤쳐나가려면 FIFA 차기 회장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면서도, 조직을 개혁할 수 있어야 합니다. FIFA의 회장은 기술 관련부문(technical department)의 책임자가 아닙니다.
저는 FIFA 회장이 축구 팬들의 야유의 대상이 되어 버린 것이 마음 아팠습니다. 2011년 유럽의 한 스포츠잡지가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95%가 ‘블래터가 축구를 망치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1904년, FIFA는 이곳 파리에서 시작됐습니다. 그 후 111년 동안 8명의 회장이 배출되었습니다. 사실상 모두 유럽 출신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달라졌습니다. FIFA는 달라진 현실을 반영해야 합니다. ‘계속성(continuity)’도 중요하지만, ‘변화(change)’도 중요합니다.
현재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요?
아시아에는 44억 명의 인구가 살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에는 12억 명의 인구가 살고 있습니다. 두 대륙의 인구를 합치면 세계인구의 80%가 넘습니다. 만약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주요도시들이 유럽 축구 구단들과 견줄 수 있는 구단을 보유하게 된다면 세계축구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상상해 보십시오. 이것이 바로 축구의 미래입니다. 이것은 꿈이 아닙니다. 이제 FIFA가 이런 미래 비전을 실현해야 때입니다.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한 때입니다. FIFA를 다시 상식이 통하는 곳으로 만들 때입니다.
20년 전 처음 FIFA에서 일을 시작할 때부터 저는 투명성(transparency)과 책임성(accountability)을 촉구해왔습니다. 1995년에 했던 연설에서 제가 어떤 말을 했는지 함께 보실까요? 여러분께 나눠드린 “월드컵과 그 미래 (World Cup and its Future)”라는 제목의 글 첫 페이지에 나와있습니다.
“분명히 월드컵 마케팅 및 중계권을 위한 입찰과 계약협상절차는 재검토 되어야만 합니다. FIFA는 더 많은 투명성이 필요합니다. 마케팅과 텔레비전 중계권 계약에 관한 결정 절차가 막후에서(behind closed doors) 소수에 의해 이루어져 왔습니다. 저는 이것이 바뀔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도 제시했습니다.
“예를 들어, FIFA 미디어위원회는 미디어에서 필요로 하는 모든 사항을 고려하고 최적화된 중계방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마케팅과 텔레비전 중계권 계약에 관한 결정 절차에 관여해야 합니다. 재정위원회는 재정상태에 대한 지침을 내려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FIFA 집행위원회가 마케팅 및 중계권 계약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가져야 합니다. 그동안 월드컵의 경제적 가치가 평가절하(undervalued)되어왔기 때문에, 더 투명한 절차를 도입해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오늘 보더라도 이보다 더 강력한 경고의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제가 처음 FIFA에 들어와서 이상하게 느꼈던 점은 월드컵 TV 시청자들이 올림픽 TV 시청자들보다 3배 이상 많은데, FIFA의 TV 중계권료 수익이 IOC의 TV 중계권료 수익보다 적다는 점이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왜 아무도 이런 괴리를 주목하지 않았을까요?
FIFA의 수많은 부패문제는 바로 이런 문제에서 비롯되었습니다. 2011년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는 FIFA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FIFA의 독립지배구조위원회(Independent Governance Committee)도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세 개 파트로 구성된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왜 이 보고서들의 권고안은 이행되지 않았을까요?
FIFA의 문제는 부패에 연루된 사람들이 부패를 숨기기에 급급하다는 데 있습니다. ISL 사건과 비자-마스터카드 사건은 FIFA가 얼마나 부패했는지, 그리고 어떤 식으로 이를 덮어왔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ISL 부패 스캔들을 정리한 자료를 가져왔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블라터 회장은 사임을 발표하면서 FIFA의 집행위원회가 개혁을 방해했다고 비난했습니다. 그다음에는 대륙 축구 연맹들의 부패를 탓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FIFA가 이토록 부패한 조직이 된 진짜 이유는 40년 동안 한 사람이 자기 측근들을 데리고 장기 집권을 했기 때문입니다. 절대권력은 반드시 부패합니다. 그런데 몇몇의 집행위원회 위원들은 오늘도 여전히 무엇이 문제냐고 합니다.
여러분, 지난 몇십 년간 FIFA는 재정적인 면에 있어서는 매우 성공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떤 성공이든지 그에 따르는 문제가 있기 마련입니다. 조직이 부패하지 않으려면 지도자가 주기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이것은 거버넌스(governance)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지만 사람에 관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몇십 년간 계속 팽창하고 있는 FIFA의 부패문제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FIFA에 ‘상식’과 ‘투명성’ 그리고 ‘책임성’을 되살릴 리더가 필요합니다.
FIFA가 시작된 이곳 파리에서, 저는 여러분들께 묻고 싶습니다. “만약 유럽이 건전하고 분별력 있는 리더십을 발휘해 왔다면, 오늘날 FIFA가 이런 혼란에 빠져 있을까요?” 누군가를 비난하기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FIFA를 개혁할 수 있는 진정한 후보자를 지지해 주시기를 부탁 드리려 드리는 말씀입니다.
이번 선거의 핵심은 블래터 회장이 40년 간 구축해온 부패 체제를 계속해서 이어갈 것이냐 말 것이냐 입니다. 조직의 지도자가 스스로를 조직에 없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때, 조직은 부패하기 시작합니다. 저는 FIFA 회장이 된다면, 4년 임기 한 번만 회장직을 맡을 것입니다. 저는 FIFA를 4년 안에 바꿀 수 있습니다. 세계 모든 축구팬들에게 약속합니다.
저의 말씀을 마치기 전에, 최근 아들을 떠나 보낸 프란츠 베켄바우어에게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베켄바우어와 가족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아울러 주앙 아벨란제 전 FIFA 회장과 레나르트 요한손 전 UEFA 회장께서 하루빨리 쾌차하시기를 바랍니다.
저의 선거공약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회장과 집행위원회, 사법기구 간의 ‘견제와 균형’을 강화하겠습니다.
2. 총회를 열린 토론의 장으로 바꾸겠습니다.
3. 회장직에 임기 제한을 두겠습니다. 저는 한 번만 하겠습니다.
4. 재정의 투명성을 제고하겠습니다.
5. 회장의 급여, 보너스, 제반 비용을 공개하겠습니다.
6. 각국 협회에 제공하는 재정지원프로그램(FAP)을 합리적이고 유연한 분배 방식을 통해 증대시키겠습니다.
7. FIFA내 각급 직위에 여성의 대표성을 제고하겠습니다.
8. 여자월드컵의 상금을 상향 조정해서 여자월드컵의 위상을 높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더팩트ㅣ이현용 기자 sporgon@tf.co.kr]
[정몽준 FIFA회장 출마①] 아프리카·亞 잡아야 대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