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FIFA회장 출마①] 아프리카·亞 잡아야 대권 보인다
입력: 2015.08.17 17:00 / 수정: 2015.08.17 17:22

대권에 도전하는 정몽준 회장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17일 프랑스 파리에서 국제축구연맹 회장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사진은 지난 6월 3일 축구회관에서 열린 제프 블라터 국제축구연맹 회장 사퇴 관련 긴급 기자회견 장면. / 남윤호 기자
'대권에 도전하는 정몽준 회장'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17일 프랑스 파리에서 국제축구연맹 회장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사진은 지난 6월 3일 축구회관에서 열린 제프 블라터 국제축구연맹 회장 사퇴 관련 긴급 기자회견 장면. / 남윤호 기자

정몽준, 차기 FIFA 회장 가능성은?

정몽준(64)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마침내 대권을 향한 출사표를 올렸다. 이제 세계 축구 최고의 수장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란 고지에 오르기 위해 기존 국제 축구계 권력과 치열한 싸움을 펼쳐야 한다. 1904년 프랑스 파리에서 처음 FIFA가 태동된 이후 지금까지 아시아에서는 단 한 번도 회장에 오른 적이 없기 때문에 더욱 정 회장의 도전은 관심을 끌고 있다. 공교롭게도 가장 많은 표를 보유한 아프리카와 정 회장과 같은 대륙인 아시아를 잡아야 대망의 고지가 보인다.

정 회장은 17일 오후(이하 한국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2월 26일 열리는 FIFA 회장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선거의 향방은 가장 많은 표를 보유한 아프리카를 비롯해 같은 대륙인 아시아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에 달렸다. 209개 회원국이 각각 1표씩 행사해 뽑는 FIFA 회장 선거에서 가장 많은 표가 걸린 대륙이 바로 아프리카(54표)다. 뒤를 이어 유럽(53표)과 아시아(46표)가 많은 표를 보유하고 있다. 이후 북중미카리브해(35표), 오세아니아(11표), 남미(10표) 순이다. 대륙별로 지지 후보가 통일되는 추세를 보이는 만큼 가장 많은 표가 걸린 아프리카와 유럽, 아시아 대륙의 마음을 잡아야 그만큼 당선 확률이 높아진다.

아프리카의 행방은? 국제축구연맹 투표인단 209개 가운데 아프리카가 가장 많은 표를 보유했다. / 그래픽 = 손해리 기자 arulhr@tf.co.kr
'아프리카의 행방은?' 국제축구연맹 투표인단 209개 가운데 아프리카가 가장 많은 표를 보유했다. / 그래픽 = 손해리 기자 arulhr@tf.co.kr

현재 유럽 무대를 사로잡고 있는 미셸 플라티니(60·프랑스)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이 출마한다면 사실상 유럽의 표를 따내긴 어렵다. 결국, 남은 건 아프리카와 아시아다. 정 회장으로서는 FIFA 부회장 시절부터 지지 기반이 된 아프리카 대륙의 마음을 다시 확인하고 이미 플라티니 지지를 선언한 아시아의 마음을 되돌려야 한다. 하지만 그간 아시아가 제프 블라터(79·스위스) FIFA 회장의 든든한 지지 기반이었다는 점은 '반 블래터'를 모토로 내건 정 회장에게 불안 요소다. 특히 중동 출신 알리 빈 알 후세인(40·요르단) 서아시아축구연맹 회장 및 전 FIFA 부회장이 서아시아 대륙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는 것도 부담스럽다. 당선을 위해 정 회장이 모두 극복해야 할 묵은 과제들이다.

정 회장은 당차게 출사표를 내던졌다. 꼬리를 문 부패 의혹으로 스스로 물러나기로 한 블라터 회장을 대신해 자신이 적격한 인물임을 천명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간 '반 블래터' 인사로 분류된 정 회장은 유력한 차기 FIFA 회장으로 꼽히는 플라티니 회장 외에도 선거에 나올 것으로 예상하는 알리 후세인 회장, 스타 플레이어 출신 디에고 마라도나(55·아르헨티나), '하얀 펠레' 코임브라 지코(62·브라질), 루이스 피구(43·포르투갈) 등과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

지난 2011년 FIFA 부회장 5선에 실패한 지 4년 만에 다시 돌아온 정 회장이다. 공백을 거쳐 국제무대에 복귀한 정 회장과 달리 유럽 수장으로 국제 축구계에서 꾸준히 입지를 다진 플라티니 회장이 대권에서 가까이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미 세이크 살만 빈 에브라힘 알 칼리파(51·바레인)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과 후안 앙헬 나푸트(57·파라과이) 남미축구연맹(CONMEBOL) 회장은 플라티니 지지 의사를 밝히며 힘을 실으며 대세를 따랐다. 스코틀랜드 축구협회도 플라티니 지지를 선언했다. 이외 4년 전 열린 FIFA 부회장 선거에서 정 회장을 누르고 세계 축구계에 이름을 알리 후세인 회장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며 플라티니와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관건은 아프리카와 아시아 정 회장은 아프리카를 비롯해 아시아의 마음을 잡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관건은 아프리카와 아시아' 정 회장은 아프리카를 비롯해 아시아의 마음을 잡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잠시 공백기는 있으나 1994년 첫 FIFA 부회장 당선을 시작으로 2011년까지 17년간 세계 축구 주류로 활동한 정 회장의 경험도 무시할 수 없는 무기라는 평가도 있다. 이날 정 회장은 이번 선거에서 유력한 경쟁자로 꼽히는 플라티니 회장의 출신지인 프랑스에서 출마를 선언해 의미를 더했다. 유럽이 텃밭인 플라티니 회장을 견제할 유력한 후보가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확실히 인식하려 했다. 유럽 표심이 이미 플라티니를 겨냥하고 있으나 세계 축구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출마 의사를 밝히며 아프리카를 비롯해 아시아 등 여러 대륙에 이미지를 각인했다.

여러 불리한 조건에도 정 회장은 의욕을 가지고 열심히 발로 뛰고 있다. 이번 달 초 201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이 열린 중국 우한으로 건너가 일본, 중국, 북한 축구협회장을 만나 지지를 호소했다. 이전엔 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을 비롯해 캐나다 여자 축구 월드컵,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CONCACAF) 골드컵 현장을 찾아 표심을 자극했다. 눈코 틀 새 없을 정도로 강행군을 펼치며 세력 확장을 노리고 있다. 한동안 국제무대에서 발이 떨어졌던 만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정 회장의 과감한 이번 도전이 성공으로 매듭지어질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이다. 아프리카, 아시아를 잡는다면 불가능한 게임은 아니다.

[더팩트|김광연 기자 fun350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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