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1.5℃⑤] '그린피스' 정상훈 "대선 후보 기후 공약, 40점 수준"
입력: 2022.03.06 00:00 / 수정: 2022.03.06 12:23

정상훈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인터뷰…"기후 위기 대책, 경제 걸림돌 아냐"

그린피스는 지난 1월 서울 광화문 앞에서 전국 594개 초등학교 1만 4617명 학생들이 대선 후보들에게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기 위해 쓴 손편지를 각 후보 캠프에 전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그린피스 제공
그린피스는 지난 1월 서울 광화문 앞에서 전국 594개 초등학교 1만 4617명 학생들이 대선 후보들에게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기 위해 쓴 손편지를 각 후보 캠프에 전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그린피스 제공

'2050년 3월 9일 오후 3시. 비는 계속해서 내리지만, 오존층 파괴로 빗물을 마실 수조차 없다. 산소도 희박해졌다. 푸른 하늘, 푸른 바다, 숲, 맑은 공기는 기록으로만 존재할 뿐 더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만약 30년 전 기후 위기에 우리 모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면…. 너무 안일했고, 늦었다. 지구 온도 상승을 1.5℃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실천하지 않으면 미래세대가 겪을 현실이다. 2022년은 2050 탄소중립의 첫발을 뗀 해다. 문재인 정부에서 선언한 2050 탄소중립은 이제 차기 정부 몫이다. 탄소중립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차기 대통령의 기후 위기 철학이 요구된다. <더팩트>는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맞아 현재 기후 위기와 미래, 후보별 공약과 미래세대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는 [대선 1.5℃]를 기획, 총 7회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이철영·곽현서·송다영 기자] "대한민국 대통령 후보님들, 어떤 미래를 계획하고 계십니까? 분명히 아주 멋진 미래를 계획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미래에, 지구는 있습니까? (중략) 부탁드립니다. 지구를 지키는 대통령이 되어 주세요." (OO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대통령 후보들에게 보낸 자필 편지 내용 중)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GREENPEACE)가 지난 1월, '2021 내가 그린 GREEN 편지' 캠페인을 통해 주요 대선 후보들에게 전달한 편지 내용의 일부다. 전국 594개 초등학교의 1만 4617명의 어린이가 캠페인에 참여했다. 어린 손으로 꾹꾹 눌러쓴 편지는 놀라울 정도로 많이 그린피스에 도착했다. 기후 위기 실태와 차기 대통령에게 바라는 대책을 담은 이 편지들은 주요 대선 후보들에게 전달됐다. 대선 후보들 역시 어린이들의 관심에 반응을 보였으나 얼마나 정책에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해당 캠페인 기획자인 정상훈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실무 인력들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였을 정도의 열띤 참여에 깜짝 놀랐다"면서 "대선 후보들이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미래 세대인 어린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깨닫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번 편지 보내기를 기획했다. 기후 파국이 오게 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미래 세대에게 전가될 수 있기에 '학생'들에게 초점을 맞췄다"고 'GREEN 편지 프로젝트' 배경을 설명했다.

그린피스는 지난 1월 전국 594개 초등학교의 1만4617명의 어린이가 기후 위기 실태와 차기 대통령에게 바라는 대책을 손으로 꾹꾹 눌러쓴 편지(왼쪽)를 주요 대선 후보들에게 전달했다. 사람들이 떠난 자리에 버려진 음식물 봉투를 들어올리는 갈매기의 모습. /그린피스 제공, 이덕인 기자
그린피스는 지난 1월 전국 594개 초등학교의 1만4617명의 어린이가 기후 위기 실태와 차기 대통령에게 바라는 대책을 손으로 꾹꾹 눌러쓴 편지(왼쪽)를 주요 대선 후보들에게 전달했다. 사람들이 떠난 자리에 버려진 음식물 봉투를 들어올리는 갈매기의 모습. /그린피스 제공, 이덕인 기자

그는 "어린이들의 손편지에 4명(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프로젝트 이후인 지난 3일 사퇴)의 후보 모두가 답장했고, 일부 후보는 직접 손글씨로 답장했다"며 "후보들의 기후 위기 대응 약속과 언론의 큰 관심에 감사드린다. 어린이들은 후보들의 약속을 담은 답장을 받고 편지를 쓴 보람이 있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기대했던 성과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더팩트>는 지난 2일 정 캠페이너와 약 1시간 동안 비대면 화상 인터뷰를 통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기후 위기 공약에 대한 평가, 그리고 차기 대통령과 정부의 기후 위기 정책 방향 등을 들었다. 정 캠페이너는 2019년부터 그린피스에 합류해 현재 정부와 국회를 대상으로 기후정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후참정권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방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속도가 요구된다. 정상훈 캠페이너는 주요 대선 후보들의 기후 위기 공약엔 목표와 방안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지난 2일 오후 화상을 정 캠페이너와의 화상인터뷰 모습. /임영무 기자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방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속도'가 요구된다. 정상훈 캠페이너는 주요 대선 후보들의 기후 위기 공약엔 '목표'와 '방안'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지난 2일 오후 화상을 정 캠페이너와의 화상인터뷰 모습. /임영무 기자

◆"대선 후보들 기후 정책 국제사회 요구 대응 수준 못 미친다"

주요 대선 후보들은 기후 위기와 2050 탄소중립엔 대체로 공감한다. 10대 공약에도 기후 위기 극복을 담았다. 다만, 2050 탄소중립을 위한 방향은 진영에 따라 극명하게 갈렸다. 기후참정권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정 캠페이너가 본 대선 후보들의 기후 위기 공약은 어떨까.

그는 주요 대선 후보 대부분의 기후 정책과 관련해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대응 수준에 못 미친다"며 '과락'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정 캠페이너에게 주요 대선 후보들의 '기후 리더십' 점수를 묻자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는 답이 먼저 돌아왔다. 그는 다만, 특정 후보가 아닌 대선 후보 전체의 '기후 리더십' 점수로 100점 만점에 평균 '40점 수준'이라고 냉정한 평가를 내놓았다.

이어 "'기후 위기에 대한 의지'를 50점, '기후 정책의 구체성'을 50점으로 나눴을 때 다수 후보는 목표도 부실하고 구체성도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더욱 명확한 이유가 궁금했다. 그러자 정 캠페이너는 "기후 위기 대응에는 속도와 방향이 모두 중요한데 (대선 후보들의 경우) 특히 '속도'가 아쉽다"며 "기후 위기의 시급성을 고려할 때, 기후 공약의 '실현 가능성'보다는 '꼭 달성해야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분명히 인식하고, 달성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2020년 8월 20일 정부, 국회는 비상사태 선포하라는 팻말을 들고 있는 정상훈(가운데) 캠페이너. /정상훈 캠페이너 제공
2020년 8월 20일 '정부, 국회는 비상사태 선포하라'는 팻말을 들고 있는 정상훈(가운데) 캠페이너. /정상훈 캠페이너 제공

정 캠페이너는 대선 후보 4인을 개별적으로 분석했을 때, 기후·환경 공약을 제1 공약으로 낸 심상정 후보가 '시민사회 요구 수준'에 그나마 가장 부합한다고 보았다.

그는 "(심 후보의 경우) 발전·수송·건물·전기요금 공약에서도 현실화가 돋보이며 다양한 규제책('교통에너지환경세법' '탄소세' 등) 제시가 바람직하다"며 "특히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정의로운 일자리 전환위원회' 공약도 눈길을 끈다"고 말했다. 다만, 공공의 역할 확대에 대한 민간의 역할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난 2일 정상훈 그린피스 기후에너지캠페이너가 2일 오후 화상을 통해 더팩트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임영무 기자
지난 2일 정상훈 그린피스 기후에너지캠페이너가 2일 오후 화상을 통해 더팩트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임영무 기자

이재명 후보의 기후 공약과 관련해서는 "현 정부의 기후 에너지 성과를 발전시키고 계승시키려는 의지는 보이지만, '차별화된 접근'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정 캠페이너는 "예를 들어 탄소중립 시기를 2050년→2040년으로 앞당기고, 2030년에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50%로 상향하겠다 했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공약은 보이지 않아 아쉽다"고 했다.

그는 이 후보가 온실가스 배출 기업에 대한 규제책, 전기요금 현실화에 대한 정책, 그리고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기업에 대한 지원책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캠페이너는 윤석열 후보의 '기후 위기' '탄소중립' 공약을 볼 때 이해도가 부족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윤 후보는 '과학기술과 데이터에 기반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꾸준히 주장해왔는데, 전례없는 폭염과 홍수 등 전 지구적인 기후재난이 과학계의 당초 예상보다 더 빠르게 악화하고 있는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거로 생각한다"며 "지금 내집에 불이 났는데, 강건너 불보듯 하는 태도이며 결국 온실가스 감축 목표 후퇴로 읽히고, '에너지믹스' 계획도 원전 이외에 어떤 무탄소 전원을 공급할지에 대한 명확한 대책이 없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원전 사용확대를 위해서는 노후원전 수명 연장과 추가 건설 문제 등 주민 수용성 문제가 얽혀있다. 뿐만 아니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 2030년까지 발전부분의 빠른 전환이 필요한데 10년 가까이 걸리는 원전의 건설기간을 고려했을 때도 시의적으로 적절하지 않은 대응 수단이라는 지적이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기후 위기 공약 평가는 정 캠페이너 인터뷰 다음 날인 3일 윤 후보와의 단일화로 기사에서 제외했다.)

지난달 2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윤석열 국민의힘·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초등학생들 편지에 보낸 답장들. /그린피스 제공
지난달 2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윤석열 국민의힘·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초등학생들 편지에 보낸 답장들. /그린피스 제공

◆위기를 기회로?…기후 정책과 경제성장, 함께 할 수 있다

미국, 유럽 등은 이미 선거에서 기후공약이 당락을 결정하는 주요 정책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기후 위기는 특정 국가에 해당하는 것이 아닌 전 지구적인 상황이라는 측면에서 세계 각국에서도 기후정책 공약이 중요하게 다뤄지고 제시된다. 그러나 현재 국내 대선은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는 오명과 함께 '2050 탄소중립'의 중장기 로드맵을 내놓아야 할 대선 후보들이 네거티브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렇다고 대선 후보들이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을 내놓지 않는 것도 아니다. 다만, 대선 후보들이 기후 정책을 주요 의제로 내세우지 않을 뿐이다. 그 이유는 '경제 위기'가 꼽힌다. 하지만 정 캠페이너는 "기후 재난으로 인한' 직접적 피해'와 국제사회의 '제도적 규제'를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경 보호와 경제 성장은 반비례한다'는 편견과 다르게, 기후 대응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오히려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는 제언이다.

정 캠페이너는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투자는 필요하나, 기후 위기 대응은 경제 발전의 걸림돌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한국 딜로이트'는 향후 한국이 기후 위기에 대응하지 않을 시엔 2070년까지 약 935조 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지금부터 적절히 대응한다면 2300조 원의 부가가치를 예상한다고도 전망했다"라고도 덧붙였다.

정 캠페이너는 대선 후보들의 기후 정책과 관련 국제 사회가 요구하는 대응 수준에 못 미친다며 주요 대선 후보들의 기후 리더십 점수는 100점 만점에 평균 40점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어떤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것은 국정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선정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영무 기자
정 캠페이너는 대선 후보들의 기후 정책과 관련 "국제 사회가 요구하는 대응 수준에 못 미친다"며 주요 대선 후보들의 '기후 리더십' 점수는 100점 만점에 평균 40점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어떤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것은 국정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선정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영무 기자

그는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정치권의 시급한 과제로 발빠른 재생에너지 확대,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 등을 꼽았다. 정 캠페이너는 "탄소중립기본법에 근거한 한국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는 35%이나 국제적인 역할과 과학계 요구를 고려하면 부족한 수준"이라며 "감축 목표를 상향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수송 부분의 전기화, 화석 연료 퇴출 등을 위한 사회적·법적·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 캠페이너는 "유권자들이 기후 위기 문제는 곧 경제 위기라는 인식은 상당한데, 정치권에선 기후 위기가 주요 의제로 논의되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며 '중앙선관위 대선 후보 TV토론'을 예로 들었다. 3번의 법정 TV 토론에서 '기후 위기'가 의제로 채택된 적은 한 번도 없다.

지난해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연구소'의 엠마 로렌스 박사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 위기로 인한 전 세계 인구의 정신적 피해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다음 세대'인 어린이들이 기후 위기로 받는 스트레스는 현재 '팬데믹' 상황보다도 클 것으로 예측했다.

정 캠페이너는 "이번 대선에서 어떤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것은 국정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선정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정상훈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누구? 대학시절부터 환경운동 등 시민사회활동에 참여해 왔다. CBS 울산 , CBS 포항 방송기자와 울산경제진흥원을 거쳐 2019년 그린피스에 합류해 정부와 국회를 대상으로 기후정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후참정권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2020년 8월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이 한반도 전역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행했고, 2021년 1월에는 유럽연합 등의 기후변화 규제(탄소세 도입 등)가 한국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 발행을 리드했다. 현재는 주요 대선 후보들에게 기후공약을 묻고, 평가하며, 대안을 제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린피스는 정치적 중립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따라서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각 정당들이 기후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정책과 공약을 제시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국가 정책을 통해 사회구조를 빠른 속도로 바꾸지 않을 경우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cuba20@tf.co.kr
manyzero@tf.co.kr

zustj9137@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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