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1.5℃④] '탄소 중립' 총론은 일치, 에너지 전환 각론은 '이견'
입력: 2022.03.05 00:00 / 수정: 2022.03.05 00:08

주요 대선 후보 기후위기 극복 공약 점검...李·沈 "재생 에너지 확대"…尹 "원전 유지"

주요 정당 대선후보들은 탄소중립 목표를 이뤄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다만 원자력발전 정책에 있어서 이견을 보인다. /국회사진취재단, 정의당 제공
주요 정당 대선후보들은 '탄소중립' 목표를 이뤄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다만 원자력발전 정책에 있어서 이견을 보인다. /국회사진취재단, 정의당 제공

'2050년 3월 9일 오후 3시. 비는 계속해서 내리지만, 오존층 파괴로 빗물을 마실 수조차 없다. 산소도 희박해졌다. 푸른 하늘, 푸른 바다, 숲, 맑은 공기는 기록으로만 존재할 뿐 더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만약 30년 전 기후 위기에 우리 모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면…. 너무 안일했고, 늦었다. 지구 온도 상승을 1.5℃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실천하지 않으면 미래세대가 겪을 현실이다. 2022년은 2050 탄소중립의 첫발을 뗀 해다. 문재인 정부에서 선언한 2050 탄소중립은 이제 차기 정부 몫이다. 탄소중립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차기 대통령의 기후 위기 철학이 요구된다. <더팩트>는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맞아 현재 기후 위기와 미래, 후보별 공약과 미래세대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는 [대선 1.5℃]를 기획, 총 7회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신진환·박숙현·곽현서·송다영 기자] "2018년 우리나라에서 열린 IPCC(유엔 산하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 48차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는 산업화 이후 지구 온도가 1.5도 이상 상승하면 해수면 상승과 이상기후 등으로 수많은 인류의 삶이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위기는 이미 우리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각 나라가 앞다투어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있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 '2050 대한민국 탄소중립 비전선언' 중)

2020년 12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생중계로 이같이 밝혔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비전선언에 대해 "국제사회 노력에 선도적으로 동참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평가는 싸늘하다. 기후 위기 대응 국제사회 흐름에 비춰 상당히 늦었고, 목표도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를 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기후환경 관련 정책이 사실상 낙제점을 받은 만큼 차기 대통령과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탄소중립' 목표를 국제사회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는 짐을 짊어질 수밖에 없다. 청와대의 주인이 누가 되더라도 문재인 정부의 탄소중립 목표는 달라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윤석열 국민의힘·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기호순)들은 탄소중립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계획과 이행이 중요하다는 총론에는 인식을 같이한다. 다만, 기후위기 문제와 에너지 공약 등 각론에서는 차이가 있다. 공약의 이행 가능성도 엇갈린다. <더팩트>는 제20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각 후보의 기후 위기 공약의 공통점과 차이 그리고 실행 가능성 등을 따져봤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10월 국제사회에 2030년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현재 2018년 배출량 대비 40%로 하고,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제출했다. 이 후보는 문 정부를 계승해 같은 목표치를 기준으로 삼되, 향후 목표치를 초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공개석상에서 "2030년까지 탄소배출을 50% 감축해야 한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히기도 했지만, 공약은 아니다. 가동 중인 원전은 사용기한 내에 안전하게 사용하고 수명이 만료된 원전은 폐쇄하며 추가로 원전을 건설하지 않는다는 '감원전'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가 주도의 대대적인 지원으로 재생에너지 비중을 대폭 늘려 화석연료를 대체한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구체적으로는 △탄소중립, 탈탄소 산업 전환 지원 △탄소세 부과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기후에너지부 신설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햇빛연금, 바람연금) 제도 확대 △원전 감축 등이다.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여러 대안 가운데 '탄소중립'은 시대적 과제로 꼽힌다. 탄소배출량을 줄임으로써 기후위기의 가속화를 둔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각 후보는 탄소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루고 있지만, 에너지 전환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인다. 이 후보와 심 후보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는 방향을 설정한 반면 윤 후보는 원전을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재명(가운데)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단계적으로 원자력발전소를 감축하는 한편 재생에너지 공급을 확대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지난해 11월 16일 청년문화공간 신촌 파랑고래에서 청소년 청년 기후활동가들과 기후위기를 주제로 간담회에 앞서 구호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는 이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이재명(가운데)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단계적으로 원자력발전소를 감축하는 한편 재생에너지 공급을 확대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지난해 11월 16일 청년문화공간 신촌 파랑고래에서 청소년 청년 기후활동가들과 기후위기를 주제로 간담회에 앞서 구호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는 이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이 후보는 '사용후핵연료' 처리를 위한 방사성폐기물처리장 건립 부지 확보가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고, 지진 발생 시 위험성이 있다는 점에서 원전 확대에 반대한다. 특히 풍력발전이나 태양광발전 등 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갈수록 원전의 효율성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한울 3·4호기의 경우 이미 설계를 마친 상태로, 국민 여론 등 향후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이 후보는 또 재생에너지 공급을 확대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와 시스템 구축은 반드시 필요한 과제라는 판단이다. 이를 위해 이 후보는 부유식 해상풍력, 건물일체형 태양광(BIPV), 그린수소발전소 등 재생에너지 설비를 대폭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재생에너지 사업을 유도하기 위해 사업자의 전력망 접속 보장, 우선구매제도, 재생에너지 구매가격의 안정성 보장 등 관련 제도를 마련하고, 재생에너지 생산부지 확보를 위한 지원과 원스톱샵 등 행정절차도 간소화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29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경북 울진군 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 현장을 방문, 탈원전 정책 전면 재검토와 신한울 3·4호기 건설 즉각 재개 등 원자력 공약을 발표했다. /윤석열 캠프 제공
지난해 12월 29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경북 울진군 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 현장을 방문, 탈원전 정책 전면 재검토와 신한울 3·4호기 건설 즉각 재개 등 원자력 공약을 발표했다. /윤석열 캠프 제공

윤 후보는 네 명의 유력 정당 대선후보 가운데 가장 '친(親) 원전'에 가깝다. 그는 지난해 12월 29일 경북 신한울 3‧4호기 건설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긴 호흡을 갖고 꾸준하게 실천해 갈 수 있는 상식적이고 지속가능한 탄소중립 정책을 펼치겠다"며 신한울 3‧4호기 건설 즉각 재개와 원전 발전을 공언했다. 세부 정책으로는 △재생 에너지와 원자력을 조화한 탄소중립, △한미 원자력 동맹 강화 및 원전 수출 통한 일자리 10만개 창출 △소형모듈원전(SMR) 비롯한 차세대 기술 원전 및 원자력 수소기술 개발 △국민과 함께하는 원자력 정책 추진을 내놨다.

윤 후보는 지난 1월에도 액화천연가스(LNG),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 발전 비중을 임기 내에 3분의 1 감축하는 대신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재생에너지와 원전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다만 국내 신축 중인 화력발전소 7기에 대해선 "중단할 수는 없다"고 했다. 탄소중립을 효과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와 가동원전의 계속운전 등을 통해 기저전원으로서 원자력 발전 비중을 30%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다만, 3일 안 후보와 단일화가 성사됨에 따라 향후 윤 후보의 기후위기 탄소중립 관련 공약은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임성희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이 후보와 윤 후보 모두 기후 위기에 대한 위기의식과 안전의식이 없다. 그렇기에 기후 정책이나 핵발전 정책에 대해 굉장히 안일하게 대응하는 정책이 있는 것"이라며 "위기나 안전에 대한 의식이 더 구체적이고 분명한 심 후보 쪽이 빨리 기후에너지 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한 거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심 후보는 4당 대선후보 가운데 유일하게 '탈(脫)원전'을 주장하고 있다. 국내외 석탄화력발전소 신규 건설·투자를 금지하고 203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을 중지하는 한편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50%까지 달성하겠다고 공약했다. 원전과 관련해선 '원자력진흥법'을 폐지하고 건설이 중단된 신한울 3·4호기를 비롯해 새 발전소가 건설되지 않게 원천적으로 막겠다고 공약했다. 산업은행을 녹색은행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재원조달방안으로는 탄소세 도입, 녹색채권 등 공적재원을 활용하고 공공투자를 중심으로 한 민간펀드를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산업은행을 녹색투자은행으로 전환하고 2030년까지 500조 녹색공공투자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일반회계 및 특별회계를 재원조달에 활용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심 후보는 '탈탄소사회로 정의로운 녹색 전환'을 하기 위해 △생명 및 자연의 가치, 지속가능한 발전, 생태복지, 기후위기대응 등의 개념을 포함하는 등의 '헌법' 개정 △'기후정의 기본법' 제정 △기후에너지부 신설 △ 대통령 직속 '탈탄소사회전환 위원회 설치'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0년 배출량 대비 50% 이상 감축 △전환과정에서 발생하는 전환비용과 부작용이 사회적 약자와 노동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하는 시스템 마련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정의로운 일자리 전환위원회' 설치 등을 공약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탈원전을 주장하고 있다. 또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50%까지 달성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9월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국회 소통관에서 2호 공약 구해줘! 지구 50↑50↓ 플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10대 공약을 발표하던 당시. /이선화 기자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탈원전'을 주장하고 있다. 또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50%까지 달성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9월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국회 소통관에서 2호 공약 '구해줘! 지구 50↑50↓ 플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10대 공약을 발표하던 당시. /이선화 기자

대선 후보들 역시 원전에 이견을 보이고 있는데, 국민들 인식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팩트>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6~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9명을 대상으로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에서, '각 대선 후보가 주장하는 원전 정책 중 어디에 가장 공감하십니까'라는 물음에 '원전 육성 정책'이라는 응답이 39.6%로 가장 높았다.

이어 '감원전'과 '탈원전' 정책에 공감하는 응답자 비율이 각 19.3%로, 이들을 합했을 경우(38.6%) '원전 육성 정책'과 오차범위 내에서 팽팽한 응답률을 보였다. '기타 정책'이라고 답한 응답자 비율은 8.2%, '없거나 잘 모르겠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은 13.6%다.

'원전 육성'에 평균보다 높게 공감한 응답자 층을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30대(46.3%)와 60세 이상(45.7%), 20대(41.7%)이며 지역별로는 대구·경북(47.7%)과 대전·충청·세종(44.3%) 등이었다. 또 국민의힘 지지층(70.2%)과 국민의당 지지층(58.3%), 보수층(59.3%) 등 보수 진영에서도 50% 넘는 공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전 축소나 탈원전 정책에 대해 전체 평균보다 더 공감한 응답자는 40대(25.1%, 29.2%), 더불어민주당 지지층(30.0%, 35.5%), 진보층(25.7%, 30.9%) 등이었다.

그러나 2050 탄소중립 목표를 고려할 때 대선 후보들의 '원전 육성' 방침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 국장은 통화에서 "윤 후보의 경우, 핵폐기물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원자력을 늘리는 것은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석탄발전소 감축 대책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권우현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 활동가는 세 명의 후보들이 다음 세대를 위한 고민이 부족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후보들이) 계속 청년들을 대선에 소환하고 있는데, 그들(다음 세대)이 져야 할 부담에 대해서 생각했다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지금 더 강화하고 석탄발전의 폐지를 더 앞당기는 일을 해야 했다"며 "비현실적이라는 이유로 NDC 감축을 공약화하지 않은 것은 이번 세대가 책임지지 않을 거고 그 비용의 책임 혹은 재난의 책임은 미래세대가 지든 말든 하는 태도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원전정책에 관한 여론 조사는 <더팩트>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2022년 2월 26~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9명을 대상으로 자동응답 조사방식(유선 5%, 무선 95%)을 통해 시행했으며, 응답률은 11.1%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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