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1.5℃③] '기후 정부' 자처 文정부, 성적은 '후진국 꼬리표'
입력: 2022.03.04 00:00 / 수정: 2022.03.04 04:15

집권 4년 차에 본격적 기후 대응 행보 돌입…싸늘한 국제 평가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4년 차인 2020년 그린 뉴딜과 2050 탄소중립 카드를 공식적으로 꺼내들면서 본격적인 기후 정치 행보에 나섰다. 지난해 9월 17일 문 대통령이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화상으로 열린 에너지 및 기후에 관한 주요 경제국 포럼(MEF)에 참석해 발언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4년 차인 2020년 '그린 뉴딜'과 '2050 탄소중립' 카드를 공식적으로 꺼내들면서 본격적인 기후 정치 행보에 나섰다. 지난해 9월 17일 문 대통령이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화상으로 열린 '에너지 및 기후에 관한 주요 경제국 포럼(MEF)'에 참석해 발언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2050년 3월 9일 오후 3시. 비는 계속해서 내리지만, 오존층 파괴로 빗물을 마실 수조차 없다. 산소도 희박해졌다. 푸른 하늘, 푸른 바다, 숲, 맑은 공기는 기록으로만 존재할 뿐 더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만약 30년 전 기후 위기에 우리 모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면…. 너무 안일했고, 늦었다. 지구 온도 상승을 1.5℃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실천하지 않으면 미래세대가 겪을 현실이다. 2022년은 2050 탄소중립의 첫발을 뗀 해다. 문재인 정부에서 선언한 2050 탄소중립은 이제 차기 정부 몫이다. 탄소중립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차기 대통령의 기후 위기 철학이 요구된다. <더팩트>는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맞아 현재 기후 위기와 미래, 후보별 공약과 미래세대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는 [대선 1.5℃]를 기획, 총 7회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기후 정부'를 자처한 문재인 정부는 과연 얼마나 기후 위기 극복 노력을 기울였을까. 불행히도 문재인 정부가 국제사회를 관통하는 이슈인 '기후 위기 대응'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시기는 집권 4년 차인 2020년이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초 설정한 100대 국정과제에 기후 정책 관련 과제는 네 개가 포함됐는데, 탈원전과 일부 에너지 전환 외에는 이때까지 제대로 추진되지 않았다. 뒤늦게 '그린 뉴딜', '2050 탄소중립'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국제사회의 평가는 싸늘하다.

◆100대 국정과제에 '기후 정책 4개' 포함…가시적 성과 없어

국제 과제 37번 '친환경 미래 에너지 발굴·육성'에서 2021년까지 눈여겨 볼만한 성과는 태양광 에너지 보급 확대, 수소경제 활성화 기반 조성, 공공주도 대규모 해상풍력 단지 사업 착수 정도다. 58번 과제인 '미세먼지 걱정 없는 쾌적한 대기환경 조성'과 관련해선 30년 이상 노후 석탄발전소 일부 폐쇄, 경유차 비중 축소 및 친환경자동차 보급 확대, 사업장 탄소배출 규제 강화 정도만 추진됐다.

60번 과제인 '탈원전 정책으로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 전환'과 관련해선 원전 신규 건설 계획 백지화, 노후 원전 수명 연장 금지 등을 통한 2084년 탈원전이 추진되고 있는데, 유럽 등 해외 선진국에선 최근 탄소중립을 위해 원전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은 해외 순방에서 우리 원전 수주 세일즈에 나서는 등 이중적인 행보를 보여 비판받기도 했다.

61번 과제인 '신기후체제에 대한 견실한 이행체계 구축'과 관련해선 2020년 하반기부터 관련한 행보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2020년 7월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100년 설계인 한국판 뉴딜 두 축 중 하나로 '그린 뉴딜'을 언급하면서 "그린 뉴딜은 우리에게 닥친 절박한 현실인 기후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라며 "K-방역으로 세계적 찬사를 받고 있는 한국이 그린 뉴딜로 나아갈 때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한 연대와 협력의 새로운 세계 질서를 주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선철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정책위원은 "5월 초 문 대통령이 '디지털 뉴딜'을 축으로 하는 한국판 뉴딜에 대한 구상을 밝혔을 때만 해도 탄소 감축이나 그린 뉴딜에 대한 고려는 없었다"라며 "기후 위기 시대에 녹색 전환에 대한 고려가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문 대통령이 몇몇 부서에 그린 뉴딜 관련 보고서를 요청했고, 불과 2주 만에 한국판 뉴딜에 애초 포함되지 않았던 그린 뉴딜이 추가되기로 결정됐다. 그 후 두 달도 안 돼 그린 뉴딜 계획안이 제출됐다"고 꼬집었다.

문 대통령이 '2050 탄소중립'을 처음으로 공식 언급한 것은 2020년 10월 국회 시정연설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국제사회와 함께 기후 변화에 적극 대응해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탄소중립은 배출되는 탄소와 흡수되는 탄소량을 같게 해 탄소 순 배출이 '0'이 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같은 해 11월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화상으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한국의 '2050 탄소중립'을 언급하면서, 국제사회의 탄소중립 행보 동참을 공식 선언했다. 다음 달(12월) 15일 국무회의에서 환경부는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 및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UN 제출계획"을 보고하면서 2030 NDC를 2017년 대비 24.4% 감축으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이 계획은 16일 뒤 외교부를 통해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도 제출됐다.

하지만 2021년 2월 유엔기후변화협약 측은 문재인 정부의 제안이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195개국이 채택한 지구의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에 비해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막고,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상 기온 상승을 제한하도록 노력한다는 약속을 이행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해 2030 NDC를 상향할 것을 촉구했다.

이후 2021년 △5월 2050 탄소중립위원회 출범 및 P4G 서울 정상회의 개최(2030 NDC 추가 상향 예고) △8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 발표 △9월 탄소중립기본법 제정 △10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및 2030 NDC 상향안 공개(2018년 대비 40% 감축) △11월 NDC 상향안 국제사회 공개 및 글로벌메탄서약 참여 등 문 대통령의 기후 정치 행보는 지난해 하반기 내내 이어졌다.

◆'기후 후진국' 꼬리표 떼기 어려웠던 기후 행보

뒤늦게 분주한 기후 정치를 펼쳤지만, '기후 후진국'이라는 꼬리표를 떼지는 못했다. 기후 변화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저먼워치, 뉴클라이밋연구소, 기후행동네트워크 등이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90%를 차지하는 국가들과 유럽연합(EU)을 대상으로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 능력을 평가한 '기후변화대응지수'에서 한국은 (전체 61개국 중) 2020년 58위, 2021년에는 53위, 2022년에는 64개국 중 59위를 기록해 최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해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문 대통령은 기존 2030 NDC에 비해 대폭 상향된 40% 감축과 탄소중립기본법 제정 등 여러 기후 대응 정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2022 기후변화대응지수 조사 온실가스 배출과 에너지 사용 부문은 '매우 낮음(very low)' 평가를, 재생에너지와 기후 정책 부문은 '낮음(low)' 평가를 받는 등 국제사회 눈높이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리나라보다 저조한 성적표를 받은 국가는 대만·캐나다·이란·사우디아라비아·카자흐스탄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 /뉴시스

김선철 위원은 "문재인 정부의 탈탄소 전환 정책이 이렇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며 "정부가 이미 짜놓았던 경제 정책 방향에 그린 뉴딜이나 탄소중립 정책을 끼어 넣었을 뿐, 기후위기 대응이란 동기 자체는 부재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구준모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기후 정책 평가' 보고서에서 "문 대통령은 2017년 대선에서 탈원전과 에너지 전환 공약을 강조했고, 집권 후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에도 4개의 기후 정책을 포함했다"라면서도 "기대가 실망으로 이어지는 데 걸릴 시간은 길지 않았다. 정책은 후퇴했고, 에너지 전환이나 온실가스 감축 측면에서 집권 4년간 이행된 바는 보잘 것 없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기후 위기 시대에 필요한 신속하고, 효과적이며,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관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기후 정책을 평하자면 낙제점에 가까운 수준"이라며 "결정적인 한계는 에너지 민영화·자유화 정책 기조에 대한 비판적 평가와 방향 전환이 없다는 점에 있다. 시장화된 에너지 산업구조를 그대로 유지한 채로 부분적이고 미시적인 정책수단을 통해서 에너지 전환과 기후 위기 대응을 하려 했기 때문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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