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크리에이터 'AR탐사'⓷] 주민과 여행자들이 함께하는 문화공간 '방랑싸롱'
입력: 2020.11.12 15:39 / 수정: 2020.11.18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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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취재진과 인터뷰중인 방랑싸롱 장재영 대표./순창-허지현 기자
더팩트 취재진과 인터뷰중인 '방랑싸롱' 장재영 대표./순창-허지현 기자

창의적인 지역기반 브랜드가 지속가능 성장 동력으로 작동하는 시대,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7인의 로컬 크리에이터들의 발자취와 꿈을 찾아가는 탐사취재 기획특집을 시리즈로 싣는다. 특히 이번 특집은 PC화면이나 오프라인에 노출된 이미지를 스마트폰 스캔을 통해 AR실감 콘텐츠로 체험할 수 있는 첨단 디지털 미디어 기술이 융합돼 독자들의 눈길을 끌것으로 기대된다. 뉴스를 보다 생생하게 읽어낼 수 있는 The fact Ar 앱은 더팩트와 (주)스페이스포가 공동개발한 앱으로써 기사에 노출된 사진을 사용자가 앱을 실행한 후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인식시키면 관련 동영상 등 실감콘텐츠를 흥미롭게 체험할 수 있다. 앱은 구글플레이스토어에서 'thefactar'을 검색해 설치하면 된다. 총 7회에 걸쳐 연재되는 이번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다. <편집자 주>

재즈 페스티벌에서 할머니 래퍼 공연까지, 순창 리브랜딩 플랫폼으로 자리매김

[더팩트ㅣ광주=박호재 ‧ 허지현 기자] 전북 순창의 ‘방랑 싸롱’은 지역가치 창출 분야에서 중소벤처기업부 로컬 크리에이터로 선정된 복합문화공간이다.

물론 오롯이 공간의 기능으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은 싸롱 밖 공동체에서 고안된 콘텐츠나 프로그램들이 방랑 싸롱의 가치로 환원되고, 그 가치를 브랜드로 한 차원 더 높은 지역개발을 지향하는 리브랜딩 순환구조가 실인 즉 방랑 싸롱의 진면목이라 할 수 있다.

방랑 싸롱의 활성화 과정을 돌이켜보면, 로컬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갖추고 있는 자산이나 눈에 띄는 공간이 아닌, 창의적 열정을 강렬하게 품고 살아가는 운영자라는 말이 실감나게 다가선다.

방랑싸롱…그 명명에서 보헤미안풍의 이미지가 짙게 느껴지듯 방랑싸롱의 장재영 대표는 15년여 기간 동안 여행 가이드를 하며 해외를 떠돌아다녔다. 60여개 나라를 다녔으며 호주에서 는 3년을 머물기도 했다.

비어있는 고추장 창고를 리모델링한 방랑싸롱 외양./순창=허지현 기자
비어있는 고추장 창고를 리모델링한 '방랑싸롱' 외양./순창=허지현 기자

그러던 그가 순창에 둥지를 튼 과정 또한 보헤미안적이다. 호주에서의 정착 계획에 실패하고 2011년 귀국해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국내 여행 가이드를 하던 중에 금산여관이라는 근대풍의 이름을 고수한 특별한 게스트하우스가 있다 해서 처음으로 왔다가 마음을 붙들렸다. 80년 묵은 오래된 한옥을 개조한 독특한 분위기의 게스트하우스 주인과 친해졌는데, 문득 그가 카페를 해볼 생각 없냐고 제안을 했다.

얼마 후 금산여관 101호에 카페를 열었다. 4평에 불과한 비좁은 공간이었다. 서울 토박이에 세계를 떠돌아다니며 살아온 장 대표에게 순창은 백지와 같은 공간이었다. 백지 위에 오롯이 자신의 자유의지로 뭔가를 그려내야 하는, 지극히 실존적 선택을 한 셈이다.

첫 구상은 오랜 여행자로 살아온 체험에서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장 대표는 "고추장 말고는 특별한 꺼리가 없는 순창을 여행자들이 붐비는 순창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당시 심정을 밝혔다. 우선 방랑싸롱을 여행자 중심의 독특한 문화공간으로 만들고, 여행자들이 매력을 느낄만한 이벤트를 시작했다.

이러한 계획을 실행하기에 금산여관 101호 까페는 너무 비좁았다. 고추장 보관소로 사용했던 창고를 월 임대료 50만원에 8년 장기 계약하고 그곳에 보다 진화된 버전의 방랑싸롱을 꾸몄다. 홍대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솜씨가 뒤늦게 제 몫을 발휘했다.

방랑싸롱 내부 풍경.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장재영 대표의 솜씨가 빚은 인테리어가 독특하다. /순창=허지현 기자
방랑싸롱 내부 풍경.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장재영 대표의 솜씨가 빚은 인테리어가 독특하다. /순창=허지현 기자

장 대표는 이곳 방랑싸롱을 거점으로 4번의 재즈 페스티벌을 열었다. 처음엔 방랑싸롱에서 시작했지만 순창읍내 여러 야외공간으로 무대를 넓혔다. 지역이라는 장소성의 제약이 있었지만, 장 대표는 공연의 수준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한국의 대표 재즈 밴드 ‘신촌 블루스’가 공연을 다녀갔을 정도다.

방랑싸롱의 문화 거점화를 기반으로 장 대표는 지역 공동체로 역동성을 확산시켰다. 방랑싸롱의 문화적 활력에 마음을 빼앗긴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모여든 게 큰 힘이 됐다. 장 대표는 지역의 청년 뮤지션들을 발굴해 무대를 만들어 주었고, 신촌 블루스와의 합동공연 등 음악적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기회도 제공했다. 지역 청년들과의 문화적 네트워크는 디양한 분야로 전방위적으로 확장되는 성과로 이어졌다.

그 성취목록들 중 하나가 관광두레 사업이다. 관광두레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민주도형 관광사업체 창업 및 육성 지원을 위해 펼치는 사업이다. 순창군은 특별히 이 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전국에서 유일하게 관광두레 PD 운영 시스템을 도입했다. 관광두레 PD는 지역의 주민공동체를 발굴, 관광사업체로 육성하기 위해 사업계획 수립 단계부터 창업·성장에 이르기까지 현장에서 지역 주민을 밀착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방랑싸롱을 찾은 여행자나 아티스트들의 기념 콜렉션으로 장식된 벽면./순창=허지현 기자
방랑싸롱을 찾은 여행자나 아티스트들의 기념 콜렉션으로 장식된 벽면./순창=허지현 기자

장재영 대표는 2019년부터 관광두레 PD로 초빙돼 치유벗 영농조합법인, 소소한 방아실, 성님들, 깨우치는 놀이 연구회 등 지역 내 4곳의 사업체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소소한 방아실의 경우 오래된 방앗간을 거점으로 크라우드 펀딩 콘텐츠 제작과 예비으뜸두레 지정을 도왔으며 올해는 법인화 작업 및 브랜딩 작업을 지원하고 있다. 귀농 청년들이 활동의 중심 역할을 감당한다. 예산의 3분의 1은 사업운영비에 쓰이고, 3분의 2는 정미 쌀, 참기름 제조 등 상품생산에 사용된다.

‘할미넴 프로젝트’는 장 대표가 가장 애착을 느끼는 프로그램이다. 어쩌면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농촌 할머니들에게 랩을 가르쳐 부르게 한다는, 기상천외한 발상이 현장에서 구현됐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랩이 청년들의 삶의 애환을 자유로운 지껄임을 통해 토로하는 것이라면, 농촌에서 고단한 삶을 살아온 할머니들의 얘기들이야말로 랩의 정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할미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장 대표는 "할미넴 프로젝트의 진정한 성과는 청년과 어르신들의 어울림의 과정, 그리고 합동공연을 통해 세대문화의 벽을 허물고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는데 있다"고 그 의미를 강조했다. 사실은 랩을 매개로 한 일종의 지역 공동체 활력 프로그램이었던 셈이다. 장 대표는 할미넴 프로젝트의 전 과정을 독립 다큐영화로 제작 상영을 준비중이기도 하다.

할미넴 프로젝트에 참여한 할머니 래퍼들./방랑싸롱 제공
할미넴 프로젝트에 참여한 할머니 래퍼들./방랑싸롱 제공

중소벤처기업부의 로컬 크리에이터로 선정되며 소정의 지원금을 받은 방랑싸롱의 과업을 한마디로 총괄하면 순창 리브랜딩이다. 그러나 장 대표는 지역의 경계를 넘어 순창을 플랫폼으로 전국으로 확장되는 문화 네트워킹을 꿈꾸는 중이다.

장 대표의 성공사례는 ‘장 대표 스타일’을 선망하는 대도시 기획자들의 인근 지방으로의 거점 이동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들에 대한 조언을 부탁하자 장 대표는 지자체에 기대지 않는 기획자가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장 대표는 "지자체가 예산을 주며 원하는 모델로는 안된다. 로컬에도 이제 다양한 예산 마련 출구를 활용해 문화적 기반과 상품화가 동시에 구현될 수 있도록 생산적이고도 창의적인 발상을 자유롭게 전개할 수 있는 스타플레이어가 필요한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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