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문화마을로 지정된 광주 양림동에 동네책방 '러브 앤 프리'를 열어 책을 매개로 한 문화소통과 인문공동체 거점으로 자리매김한 로컬크리에이터 윤샛별 대표./광주=허지현 기자 |
창의적인 지역기반 브랜드가 지속가능 성장 동력으로 작동하는 시대,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7인의 로컬 크리에이터들의 발자취와 꿈을 찾아가는 탐사취재 기획특집을 시리즈로 싣는다. 특히 이번 특집은 PC화면이나 오프라인에 노출된 이미지를 스마트폰 스캔을 통해 AR실감 콘텐츠로 체험할 수 있는 첨단 디지털 미디어 기술이 융합돼 독자들의 눈길을 끌것으로 기대된다. 총 7회에 걸쳐 연재되는 이번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다. 뉴스를 보다 생생하게 읽어낼 수 있는 The fact Ar 앱은 더팩트와 스페이스4가 공동개발한 앱으로써 기사에 노출된 사진을 사용자가 앱을 실행한 후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인식시키면 관련 동영상 등 실감콘텐츠를 흥미롭게 체험할 수 있다. 앱은 구글플레이스토어에서 'thefactar'을 검색하시어 설치하시면 됩니다. <편집자 주>
광주 양림동 ‘러브 앤 프리’...독특한 콘텐츠 담은 독립출판물 펴내며 광주 대표 독립 서점 떠올라
[더팩트ㅣ광주=박호재·허지현 기자] 독립서점 ‘러브 앤 프리’가 광주 양림동(남구)에 둥지를 튼 것은 2018년 7월이다. 당시 양림동은 광주광역시의 ‘역사문화마을’로 지정된 도시재생 지역으로 외래 방문객들이 즐겨 찾던 광주의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었다. 덩달아 부동산 가치도 치솟았다.
양림동의 활기에 힘입어 레스토랑, 카페와 같은 돈 되는 업체들이 속속 입점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러브 앤 프리’의 양림동 진입은 세태 논리로는 다소 위태로운 발상일 수도 있었다. 책을 잘 읽지 않은 시대에 동네 책방을 열어 운영하겠다는 존재방식에 대해 누구나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광주 양림동의 낡은 2층 단독주택을 리모델링해 문을 연 동네 책방 '러브 앤 프리' 전면 전경. /광주=허지현 기자 |
윤 샛별 대표는 창업 당시의 심정을 이렇게 밝혔다.
"역사문화마을 양림동을 제 나름대로 ‘문화+예술’의 정체성을 지닌 지역으로 파악했고, 이러한 지역적 특성에 걸맞게 책을 매개로 한 문화 소통과 인문학 거점으로 ‘러브 앤 프리’를 자리매김 시키고 싶었다."
먼 곳의 등대 빛처럼 당장은 현실적으로 손에 잡히지 않는 창업 기치였지만 윤 대표는 이를 토대로 하나씩 수익모델을 구축해 왔다. 러브 앤 프리의 경영 영역은 크게 책 판매와 책 문화 관련 프로그램 운영으로 나누어진다.
매출 수익구조의 경영 비중을 묻는 질문에 대해 윤 대표는 "정확한 구분은 어렵지만 굳이 따지자면 책 판매 60%, 관련 프로그램 운영 40% 정도다"고 밝혔다.
이러한 경영 구조에 따라 낡은 2층 단독주택을 리모델링한 러브 앤 프리의 공간도 나누어졌다. 책 진열대를 갖춘 1층은 매장으로 사용되고 아담한 가정집 거실처럼 꾸며진 2층은 프로그램 운영이나 소통의 공간으로 활용된다.
물론 러브 앤 프리의 책 판매 양상 또한 일반 서점들과는 차별화된다. 일반 서점에서 유통되는 책들도 판매하긴 하지만 일반서점이나 온라인 서점에 구입할 수 없는 독립출판물들을 주로 취급한다.
러브앤 프리 1층 매장 풍경. 베스트 셀러 중심 대형서점에서 소외됐지만 꼭 읽어볼만한 양서인 인문서적과 독립출판물들이 진열돼있다./광주=허지현 기자 |
러브 앤 프리의 독립출판물들은 지역의 청년들이 자신의 삶과 생활, 그리고 존재에 대한 고민을 독자와 함께 나누는 콘텐츠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최근에 발간한 '퇴사하면 죽을 줄 알았는데 살았네?!' '자기 탐구생활' '내 몸 이야기' 등 세 권의 책들이 전형적인 사례다.
'퇴사하면 죽을 줄 알았는데 살았네?!'는 학원 강사였다가, 광고회사를 다니다 그만두고, 웹툰 회사에서 일했던 김보라 씨를 비롯해 7인(별별별, 심청이, 송망이, 이면지, 유월, 지은이, 최지선)의 퇴사일기를 싣고 있다. 올 4월에 출간했다.
'자기 탐구생활'은 회사를 그만두고 무작정 스톡홀름으로 여행을 떠난 미나봄 씨의 여행기다. 여행지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카메라를 꺼냈지만 그 프레임 속에서 실상은 ‘또 다른 나를 만날 수 있었다’고 고백하는, 자기 탐구의 여행 에세이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내 몸 이야기'는 몸은 70%의 수분과 뼈와 살,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과의 추억으로 채워져있음을 예시하며 눈‧코‧입술‧귀 등 자신의 28곳의 신체 부위를 추억과 함께 탐색하는 몸에 대한 인문적 관찰의 기록이다. 글‧그림‧디자인을 모두 자신의 창작으로 완성한 작가의 필명은 ‘올리’이며 이 책 역시 올 4월에 출간했다.
러브 앤 프리는 자신만의 시각으로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이러한 독특한 콘텐츠를 담은 독립출판물의 제작을 꾸준히 더욱 확장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고, 누구나 책을 만들 수 있다’는 취지 아래 지역 고유의 콘텐츠와 창작자 발굴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세인들에게 알려지지않은 저자들이지만, 이들이 펼쳐내는 얘기들이 누구에겐가는 삶의 양식과 희망이 된다는 생각으로 '러브 앤 프리'가 펴낸 독립출판물들./광주=허지현 기자 |
러브 앤 프리 경영의 한 축인 책 관련 프로그램 운영도 윤 대표에겐 남다른 의미를 지닌 사업 콘텐츠다. 윤 대표는 "책과 예술에 대한 관심, 그리고 각각의 삶의 고민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 상호 대화를 통해 삶의 지혜를 획득해가는 진정한 소통의 공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20~30대 연령의 청년들, 자녀와 함께 참여하는 부모 세대들이 프로그램 참여의 주요 구성원들이다.
동네 서점이라는 경영상의 한계에 대한 대안으로 대다수의 독립서점들이 식음료 판매를 병행하고 있지만 러브 앤 프리는 책 관련 콘텐츠 판매만을 고수하고 있다. 어려움 속에서도 고집스럽게 이러한 경영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것에 대해 윤 대표는 "책에 집중해 ‘작지만 힘이 센’ 로컬 크리에이터로 꾸준히 성장하고 싶다"고 희망찬 의지를 밝혔다.
윤 대표의 소망대로 러브 앤 프리는 작지만 힘이 센 로컬 크리에이터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러브 앤 프리의 책들은 학교 독서 동아리의 애독 서적이 되고 있으며, 광주‧전남 지역의 경우 독립출판물의 유통이 아직은 수도권처럼 활발하진 않지만, 러브 앤 프리는 광주의 대표적 독립서점으로 떠올랐다.
지난 6월 중소벤처기업부의 로컬 크리에이터 선정에서 러브 앤 프리는 높은 점수를 얻었으며 3000만 원의 지원금을 확보했다. 이같은 브랜드 확장을 기반으로 러브 앤 프리는 코로나 팬데믹 시대의 대안인 비대면 온라인 인문 프로그램을 자체 홈페이지나 유튜브 플랫폼을 통해 유통하는 유료 콘텐츠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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