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이순자, 두 손 '꼭' 전두환 전 대통령은 24일 부인 이순자 여사의 생일을 맞아 서울 마포구 서교동 인근 한정식집에서 둘만의 달콤한 시간을 보냈다. '더팩트'는 이날 노부부의 오붓한 생일 파티 현장을 확인했다. 두 사람이 식사를 마친 뒤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음식점을 나서고 있다./남윤호 기자 |
전두환-이순자 부부 '우리 사랑 영원히'
"전 재산은 29만 원" 뿐이라던 전두환(84) 전 대통령과 이순자(75) 여사는 여전히 행복했다. 전 전 대통령은 24일 부인 이 여사의 일흔다섯 번째 생일을 맞아 둘만의 달콤한 시간을 보냈다. 생일 이틀 전(22일)엔 장남 재국(57) 씨와 장손 우석(27) 씨 그리고 지인들과 미리 축배를 들었다.
<더팩트> 취재진은 이날 저녁 6시께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인근 한정식집에서 전두환-이순자 부부의 행복한 생일 파티 현장을 확인했다. 1105억 원의 미납 추징금도 노부부의 사랑을 막지 못했다. 1958년 백년가약을 맺은 두 사람은 올해로 결혼 57주년을 맞았다.
"여보, 같이 갑시다" 식사를 마친 이 여사와 전 전 대통령이 음식점을 나서 서대문구 연희동 사저로 향하고 있다./남윤호 기자 |
노부부는 최근 몇년 사이 생애 가장 힘든 시간을 보냈다. 전 전 대통령은 1997년 비자금 사건으로 추징금 2205억 원을 선고받은 뒤 1672억 원을 안 내고 버티다 2013년 9월 자진 납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4일 미국 법무부는 전 전 대통령 일가의 미국 내 재산 122만6000달러(약 13억4000만 원)를 몰수하기도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좋은 날'이기에 '근심'도 잠시 잊은 듯했다. 말끔한 정장 차림의 전두환-이순자 부부는 예약한 자리로 향했다. 이 여사의 생일상엔 숯불갈비 정식(1인분 약 5만 원)이 올랐다. 그리고 미리 준비한 와인을 마셨다. 격동의 세월을 함께한 노년의 사랑도 깊게 물들었다.
'생일 선물-와인-케이크' 24일 경호원들이 전 전 대통령이 선물한 이 여사의 생일 선물을 차로 옮기고 있으며, 식사 전엔 미리 준비한 와인(가운데)을 한정식집 안으로 옮기고 있다. 지난 22일 전 전 대통령의 지인이 케이크(오른쪽)를 들고 식당으로 들어가고 있다./임영무·남윤호 기자 |
한정식집 관계자는 "부부가 종종 이곳을 찾는다"며 "식사로 갈비를 드셨고, 전두환-이순자 부부와 함께 경호원들 몫까지 10인분을 주문했다"고 귀띔했다. 이 한정식집은 블로거들 사이에서도 맛집으로 유명하다.
노부부는 약 2시간 동안 오붓한 식사를 즐겼다. 저녁 8시께 전 전 대통령과 이 여사는 두 손을 꼭 잡고 한정식집을 나섰다. 오랜 세월 동고동락한 노부부의 다정한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전 전 대통령은 이 여사를 위한 사랑의 선물도 잊지 않았다. 경호원들의 손엔 커다란 쇼핑백이 들려 있었다.
'생일엔 해계탕' 전두환-이순자 부부가 이 여사의 생일 이틀 전인 지난 22일 연희동 사저 인근 삼계탕집에서 장남 재국 씨, 장손 우석 씨와 10명 내외의 지인들과 함께 해계탕을 먹은 뒤 차에 오르고 있다. /이새롬 기자 |
이 여사는 과거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항상 화장실에 달력을 붙여 놓고, 결혼 기념일이나 생일 등에 빨간색으로 표시를 해 놓아 잊지 않고 축하해 주려고 노력한다"고 말한 바 있다.
사실 이날 이 여사의 생일 파티는 두 번째였다. 지난 22일 전 전 대통령은 장남 재국 씨, 장손 우석 씨와 10명 내외의 지인들과 함께 이 여사의 생일을 축하했다. 3남 1녀 가운데 장남 재국 씨를 제외하고 둘째 효선(53) 씨, 셋째 재용(51) 씨, 넷째 재만(45) 씨는 참석하지 않았다.
'몸 보신 합시다' 전두환-이순자 부부가 이 여사의 생일 이틀 전인 지난 22일 연희동 사저 인근 삼계탕집에서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으로 들어서고 있다. /임영무 기자 |
이날 낮 12시께 노부부는 서대문구 연희동 사저를 나와 인근 삼계탕집에서 즐거운 점심을 먹었다. 메인 메뉴는 해계탕(3인분 4만8000원). 지인 가운데 한 명은 케이크를 준비해 세팅했고, 식당 입구에서 두 사람을 기다렸다. 전 전 대통령은 지인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화기애애했다.
삼계탕집 관계자는 "전 전 대통령께선 오랜 단골"이라면서 "오늘(22일)은 제가 전복과 낙지, 몸에 좋은 한약재를 넣은 해계탕을 추천해 드려 맛있게 드셨다"고 말했다. 이어 "올 초 전 전 대통령 생신 때도 저희 집에서 해계탕을 포장해 가서 이 여사님과 함께 드신 걸로 안다"고 덧붙였다.
"어머니-할머니, 생신 축하드려요" 장남 재국(오른쪽) 씨와 그의 아들 우석(왼쪽) 씨가 이 여사를 차로 모시고 있다. /이새롬 기자 |
두 시간 뒤, 재국 씨와 그의 아들 우석 씨는 식사를 마친 노부부를 극진히 모셨다. 재국 씨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밥값(20여만 원)을 계산했고, 우석 씨는 할머니인 이 여사의 손을 꼭 잡고 계단을 내려왔다. 재국 씨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사저로 돌아갈 때까지 지켜봤다.
재국 씨는 이날 <더팩트>와 만나 '이 여사의 생일을 맞아 모인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전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를 묻자 "잘 지내신다"고 답했다. 그러나 '재산 환수와 몰수'와 관련해선 "그건 모르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아버지는 건강합니다" 재국 씨가 '더팩트' 취재진과 만나 아버지인 전 전 대통령의 근황을 묻자 "잘 지내신다"고 답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
한편, 전 전 대통령은 추징금 선고를 받은 1997년 "통치 자금으로 돈을 모두 사용했다"고 주장했고, 2003년엔 "예금통장에 29만 원밖에 없다"고 주장해 뒷말이 무성했다. 자진 납부를 약속한 2013년 9월 이전까지 전 전 대통령이 납부한 금액은 전체 추징금(2250억 원)의 24%인 533억 원에 불과했다.
전 씨 일가 재산에 대한 환수 현황은 전체 추징금 가운데 올 1월 현재 검찰이 환수한 1087억 원과 최근 미국에서 몰수한 재산을 합해 모두 1100억4000만 원 정도다. 아직도 1105억여 원이 남았다. 전 전 대통령 일가가 내놓은 재산 대부분이 부동산으로, 계속 유찰되면서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서다.
[더팩트 ㅣ 서교동·연희동=임영무·이새롬·오경희·남윤호 기자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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