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생일 파티하러 왔어요" 전두환-이순자 부부의 장남 재국 씨가 이 여사의 생일 이틀 전인 지난 22일 '더팩트' 취재진과 만나 "(아버지는) 잘 지내신다"고 답하고 있다. 이날 노부부는 이 여사의 생일을 맞아 장남 재국 씨와 장손 우석 씨, 지인들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 인근 삼계탕집에서 점심 식사를 함께했다. /이새롬 기자 |
전재국, '재산 몰수' 묻자 "그건 모르는 일"
1105억 원의 미납 추징금을 못 내도 전두환(84) 전 대통령은 건재했다. 장남 재국(57) 씨는 어머니인 이순자(75) 여사의 생일 이틀 전인 지난 22일 <더팩트>와 만나 전 전 대통령은 "건강히 지내고 있다"고 근황을 알렸다.
<더팩트> 취재진은 이날 낮 12시께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동 사저 인근 삼계탕집에서 전두환-이순자 부부, 장남 재국(57) 씨, 장손 우석(27) 씨와 10명 내외의 지인들이 함께한 생일 파티 현장을 확인했다. 노부부는 이 여사 생일날인 24일 저녁에도 마포구 인근 한정식집에서 둘만의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생일 파티를 마친 뒤 재국 씨는 '이 여사의 생일을 맞아 모인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함께 온 분들은 지인들이냐'고 묻자 "네, 맞아요"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경계의 눈빛은 없었다.
'행복한 점심 식사' 삼계탕집에 도착한 전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지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위) 식사를 마친 뒤 손자 우석(왼쪽) 씨의 손을 잡고 차로 향하는 이순자 여사(가운데)와 이를 바라보는 장남 재국 씨. /임영무 이새롬 기자 |
전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를 묻자 "(건강히) 잘 지내신다"며 답했고, 자신 역시 "그렇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산 환수와 몰수'에 대한 얘기를 꺼내자 낯빛이 어두워졌다. 재국 씨는 "그건 모르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전 전 대통령은 1997년 비자금 사건으로 추징금 2205억 원을 선고 받은 뒤 1672억 원을 안 내고 버티다 2013년 9월 재국 씨가 가족 대표로 자진 납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4일 미국 법무부는 전 전 대통령 일가의 미국 내 재산 122만6000달러(약 13억4000만 원)를 몰수하기도 했다.
재국 씨는 어머니의 생신을 맞아 장남 노릇을 톡톡히 했다. 이날 노부부는 단골집에서 전복과 낙지, 한약재 등을 넣은 해계탕(3인분 4만8000원)으로 몸보신을 했다.
"밥값은 제가 쏩니다" 재국 씨가 식사를 마친 뒤 카운터에서 밥값을 계산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
재국 씨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밥값(약 20여만 원)을 계산했고, 우석 씨는 할머니인 이 여사의 손을 꼭 잡고 2층 식당 계단을 내려왔다. 재국 씨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사저로 돌아갈 때까지 지켜봤다. 그는 아내 정도경 씨와 1984년 결혼해 딸 수현(31) 씨와 아들 우석 씨를 뒀다.
"아버지는 남자답다. 나는 그런 점에서 아버지를 안 닮았다. 처음 회사를 시작한 뒤엔 사람들 앞에서 말을 못해 힘들었다. 아버지는 주위에 사람이 많은 걸 좋아한다. 용모는 둘째가 제일 닮았다. 머리카락이 제일 없으니까.(웃음) 형제들이 성격은 아버지를 별로 안 닮은 것 같다."
그는 2010년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아버지 전 전 대통령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리고 "다른 전직 대통령의 자녀분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누구나 너무 큰 아버지가 있으면 편치 않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재산은 묻지 마세요" 재국 씨가 밥값 계산을 끝내고 식당을 나서고 있다. /이새롬 기자 |
한편, 1958년 결혼한 전두환-이순자 부부는 장남 재국 씨와 둘째 효선(53) 씨, 셋째 재용(51) 씨, 넷째 재만(45) 씨 등 3남 1녀를 뒀다. 이날 생일 파티엔 재국 씨를 제외하고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전 전 대통령 자녀들은 2013년 9월 당시 자진 납부를 약속하면서 부족한 추징 금액은 서로 나눠 내기로 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이들이 내놓은 부동산 매각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 씨 일가 재산에 대한 환수 현황은 전체 추징금 2205억 원 가운데 올 1월 현재 검찰이 환수한 1087억 원과 최근 미국에서 몰수한 재산을 합해 모두 1100억4000만 원 정도다. 아직도 1105억여 원이 남았다.
[더팩트 ㅣ 연희동=오경희 기자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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