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철혈男’ 전두환, 알고 보니 ‘로맨티시스트’
입력: 2015.03.26 10:09 / 수정: 2015.03.26 12:00

여보 조심해요 전두환 전 대통령과 이순자 여사가 24일 오후 이 여사의 생일을 맞아 저녁 식사를 마친 후 주차장으로 향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여보 조심해요" 전두환 전 대통령과 이순자 여사가 24일 오후 이 여사의 생일을 맞아 저녁 식사를 마친 후 주차장으로 향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전 전 대통령, 추징금은 몰라도 이 여사 기념일은 안다

전두환(84) 전 대통령과 이순자(75) 여사의 애정은 시간이 흘러도 여전했다. 다른 건 몰라도 기념일은 꼭 챙긴다고 한다. 전 전 대통령은 마치 어느 노부부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다룬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의 한 장면처럼 이 여사의 손을 꼭 잡았고 늘 옆에서 살뜰하게 챙겼다.

<더팩트> 취재진이 이 여사의 75번째 생일인 24일과 지난 22일, 그리고 결혼기념일 전날이었던 지난 1월 23일 등 세 차례에 걸쳐 지켜본 전 전 대통령은 그동안 이미지로 남아 있던 ‘철혈男’보다 부인을 살뜰히 챙기는 ‘로맨티시스트’에 가까웠다. 전 전 대통령의 과거 모습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전 전 대통령이 어떤 사람인가. 그는 '12·12 군사정변'을 일으키며 대통령에 올라 강인한 인상과 카리스마의 '폭군' 이미지와 자기 사람을 끝까지 챙기는 ‘의리남’ 인상을 복합적으로 지니고 있다. 퇴임 이후에도 전 전 대통령은 '군부 독재' '비자금 조성' 등으로 비난 여론이 쏟아졌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 자세로 국민들을 더욱 분노하게 했다.

이런 성격은 12·12 사태와 5·18 민주화 운동 관련 등으로 재판정에서 전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이 나눈 대화에서도 알 수 있다. 1996년 법정에서 만난 두 사람. 먼저 말을 꺼낸 이는 전 전 대통령이었다. 전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에게 "자네 구치소에서는 계란 후라이 주나"라고 묻자 "안 준다"고 답하자 전 전 대통령이 다시 "우리도 안 줘"라고 말했다고 한다.

요즘 말로 하자면 전 전 대통령은 보기에 따라 '멘탈갑'에 '상남자 가운데 상남자'라고 할 수 있다.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고 비자금 문제로 비난이 쏟아져도 뻔뻔한 자세를 보였던 전 전 대통령이지만, 그가 유일하게 약한 사람은 57년을 함께한 아내 이 여사다. 이 여사 옆에서 만큼은 '철혈男' 전두환은 없었다.

2000년 11월 이 여사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결혼한 지 40년이 지났지만, 항상 화장실에 달력을 붙여 놓고, 결혼 기념일이나 생일 등에 빨간색으로 표시해 놓아 잊지 않고 축하해 주려고 노력한다"고 밝힌 바 있다.

◆‘생일 선물·커플 점퍼’ 전 전 대통령, 기념일은 이 여사와

얼른 옆으로 와! 전 전 대통령과 이 여사는 지난 1월 23일 결혼 기념일 전날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사저 근처의 한 자연공원에서 커플 점퍼를 입고 산책하며 노년의 애정을 과시했다. /이새롬 기자
얼른 옆으로 와! 전 전 대통령과 이 여사는 지난 1월 23일 결혼 기념일 전날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사저 근처의 한 자연공원에서 커플 점퍼를 입고 산책하며 노년의 애정을 과시했다. /이새롬 기자

달력에 표시된 이 여사의 생일인 24일. 이날 오후 6시께 전 전 대통령 부부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사저를 나와 마포구의 한정식 식당을 찾았다. 이 여사의 생일을 맞은 저녁 식사다. 둘만의 외식이다. 두 사람의 달콤한 생일 파티는 2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선물도 전달했다. 전 전 대통령 부부는 노년의 애정을 과시하듯 손을 꼭 잡은 채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그동안 TV를 통해서 봐 왔던 전 전 대통령의 강직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부부의 애정은 생일을 이틀 앞둔 22일 오후 점심 식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전 전 대통령은 큰아들 전재국(57)과 손자 그리고 지인들과 함께 이 여사의 생일을 미리 축하했다.

이 여사의 생일보다 앞선 이들의 결혼기념일도 특별했다. 결혼기념일 전날이었던 23일 오후 전 전 대통령과 이 여사는 커플 점퍼를 입었다. 이날 부부는 사저 근처 서대문 안산도시자연공원에 함께 올랐다. 차에서 먼저 내린 전 전 대통령은 이 여사를 기다렸고 나란히 산에 올랐다.

◆전 전 대통령, 늘 옆자리 지킨 이 여사 향한 ‘의리’

내 평생 옆자리는 당신 뿐! 전 전 대통령은 국민의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항상 옆을 챙긴 이 여사에게 각별한 애정을 나타냈다. 24일 이 여사의 생일에 손을 잡고 나란히 나오는 부부(왼쪽)와 결혼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커플 점퍼를 입고 사저 근처 산책에 나선 전 전 대통령 부부. /이새롬·남윤호 기자
내 평생 옆자리는 당신 뿐! 전 전 대통령은 국민의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항상 옆을 챙긴 이 여사에게 각별한 애정을 나타냈다. 24일 이 여사의 생일에 손을 잡고 나란히 나오는 부부(왼쪽)와 결혼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커플 점퍼를 입고 사저 근처 산책에 나선 전 전 대통령 부부. /이새롬·남윤호 기자

전 전 대통령의 이 여사를 향한 각별한 애정은 연예와 결혼 그리고 퇴임 후 생활을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전 전 대통령 부부의 연예와 결혼 과정은 한 편의 드라마다.

"부모님께 여쭤 봐요. 순자 씨가 다 클 때까지 결혼을 안 하고 기다려도 되느냐고."

전 전 대통령이 결혼 전 이 여사에게 건넨 말이다. 두 사람의 연예는 생도와 여중생으로 시작했다. 이 여사는 중학교 2학년 때 전두환 생도를 ‘아저씨’라고 불렀다. 이후 세월이 흐르며 연인으로 발전했지만, 가난한 전 전 대통령은 "고생만 시키게 될 것"이라며 이 여사와 결혼을 망설였다.

먼저 나가면 어떡해? 같이 가야지! 전 전 대통령과 이 여사가 지난 22일 생일 장남 재국 씨와 손자 그리고 지인들과 이 여사의 생일을 앞두고 점심을 먹은 후 차에 타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먼저 나가면 어떡해? 같이 가야지! 전 전 대통령과 이 여사가 지난 22일 생일 장남 재국 씨와 손자 그리고 지인들과 이 여사의 생일을 앞두고 점심을 먹은 후 차에 타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그러나 전 전 대통령과 이 여사의 사랑은 이 여사가 급성 맹장염으로 입원하면서 다시 뜨거워졌다. 그렇다고 전 전 대통령의 형편이 나아진 것은 아니었다. 두 사람의 뜨거운 사랑은 1958년 1월 24일 대구 제일예식장에서 결실을 맺었다. 전 전 대통령의 나이 28살, 이 여사의 나이 고작 20살이었다.

결혼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이 여사 쪽에서 일방적으로 날짜와 장소를 결정해 전 전 대통령에게 통보해서 올린 결혼식이었다. 이 여사는 전 전 대통령과 결혼하기 위해 대학까지 포기했고, 이후에는 생활 전선에 뛰어들 정도로 생활력이 강했다. 이 여사는 미용사 자격을 얻어 한때 미장원을 운영했다. 이후에도 이 여사는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친정에 들어가 살 정도였다.

우리는 한복도 커플 룩 전 전 대통령은 이 여사와 함께 새해를 맞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지지자들과 지난 1월 1일 신년 하례회를 가졌다./ 더팩트 DB
우리는 한복도 커플 룩 전 전 대통령은 이 여사와 함께 새해를 맞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지지자들과 지난 1월 1일 신년 하례회를 가졌다./ 더팩트 DB

결혼 과정만으로 전 전 대통령이 이 여사를 향한 애정을 나타낸다고는 볼 수 없다. 대통령 퇴임 후 삶은 더욱 파란만장했기 때문이다. 부부는 퇴임 이후 ‘5공 청산’으로 백담사에서 2년의 유배 생활을 함께했다. 그렇게 끝날 줄 알았던 부부의 고난은 시작에 불과했다.

문민정부가 들어서며 ‘12·12 반란 수괴 혐의’와 ‘5.18 주민 학살 혐의’로 전 전 대통령은 구속되고 사형 선고를 받았고 이후 사면으로 풀려났지만 1997년 비자금 사건으로 추징금 2205억 원을 선고 받으며 국민에게 비난을 받았다. 환수 문제는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을 둘러싼 일련의 논란에도 곁을 지켜 온 이가 이 여사다. 전 전 대통령이 과거에도 항상 강조했던 말은 ‘의리’다. 전 전 대통령이 이 여사의 기념일을 꼼꼼히 챙기며 애정을 과시하는 이유도 수십 년간 곁을 지켜 온 이 여사에 대한 ‘의리’라 할 수 있다.

전두환-이순자 부부는 장남 재국 씨와 둘째 효선(53) 씨, 셋째 재용(51) 씨, 넷째 재만(45) 씨 등 3남 1녀를 뒀다.

[더팩트 ㅣ 연희동·서교동=이철영 기자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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