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도 부르니 집으로 갑시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이순자 여사가 24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숯불구이 한정식집에서 식사를 마치고 차량을 타고 이동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
2003년 전두환 전 대통령은 "본인 수중의 돈은 29만 원이 전부"라고 밝히며 국민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누가 이 말을 믿었을까. 29만 원 발언 이후 12년이 지났다. 전 씨 일가는 1105억 원이 넘는 추징금이 미납된 상태다.
<더팩트> 취재 결과 전두환(84) 전 대통령과 이순자(75) 여사는 지난 22일과 24일 이 여사의 생일을 맞아 일행들과 함께 외식에 나섰다. 그리고 각각 '해계탕'과 '소갈비'를 메뉴로 골랐다. 12년 전 재산이 29만 원밖에 없다던 전 전 대통령 부부의 밥값은 누가 계산했을까.
혹시 국고지원금을 사용했을까 싶지만, 전 전 대통령은 1997년 무기징역 확정과 함께 2205억 원의 추징금을 부과 받아 국고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는 그해 12월 사면, 이듬해 복권됐다.
◆고기에 배인 숯불의 향을 찾아서
"고기는 역시 단골집에서 먹어야지" 숯불구이 음식점 관계자는 "전 전 대통령이 행사가 있을 때 아주 가끔 온다"고 귀띔했다. 전 대통령 부부가 식사를 마치고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
항간에는 단단하고 육중한 전 전 대통령의 몸이 '육식'덕분이라는 얘기가 나돌았다. 베트남 전쟁과 야전에서 생활한 젊은 시절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고령의 나이에도 건강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취재진이 지켜본 바 '고기 마니아'로 알려진 명성 그대로였다.
전 전 대통령은 이 여사의 생일을 맞아 24일 오후 6시쯤 일행들과 함께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정식 숯불구이 식당을 찾았다. 정장을 차려입고 온 전 전 대통령의 모습은 거동에 불편이 없을 정도로 건강했다. 그는 가끔 이 여사의 손을 잡는 등 애정을 나타내며 식당 안으로 발길을 옮겼다. 일행 10여 명이 뒤를 따랐다.
유명 인사인 전두환-이순자 부부가 이 식당을 찾은 이유는 분명 있었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사저와 가깝고, 내부가 방 형태로 돼 있어 주변의 시선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용하면서도 은밀하게 외식을 할 수 있는 최적의 구조인 셈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고기 맛이 좋아야 한다는 전제도 깔렸다. 이 숯불구이 집은 온라인에서도 맛집으로 알려졌다.
'생일에 술과 선물이 빠지면 안 되지' 전두환-이순자 부부는 생일 파티를 하면서 고급 와인을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이순자 여사의 생일 선물로 추정되는 상자가 눈에 띈다./임영무·남윤호 기자 |
그래서일까. 음식점 관계자는 "전 전 대통령이 행사가 있을 때 아주 가끔 온다"고 귀띔하면서 "그 행사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모른다"며 "전 전 대통령이 소갈비를 드셨다. 분위기도 좋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음식점 관계자에 따르면 소갈비 1대(200g) 가격은 3만 원이다. 또 코스 요리를 전문으로 하며 가장 싼 코스 요리 가격은 5만 원이라고 한다. 일행 10명이 소갈비 1대를 먹었다고 가정하면 총액이 30만 원이다. 가장 싼 코스 요리를 먹었을 경우 최소 가격은 50만 원이다.
"내 전 재산은 29만 원"이라고 밝혔던 전 전 대통령이 계산했을까. 식당 관계자는 "카드로 계산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총액은 담당이 따로 해서 잘 모르고, 안다 하더라도 알려 줄 수 없다"고 말하며 입을 굳게 닫았다.
◆ 전복이 듬뿍! 보양식 '해계탕'
'반가워~휴가 나왔어?' 전 전 대통령과 이 여사는 지난 22일 연희동 사저 인근에 있는 '한방 삼계탕' 식당을 찾았다. 이날은 이 여사의 생일 이틀 전으로 장남 재국 씨와 지인들이 미리 축하하기 위한 자리였다. /임영무 기자 |
22일 오후에도 외식에 나선 전 전 대통령은 고기를 택했다. 그는 이 여사와 함께 '한방 삼계탕' 식당을 찾았다. 평범해 보이는 이 음식점은 전 전 대통령이 즐겨 찾는 곳으로 유명하다. 부부가 방문하자 식당 주인은 문 앞까지 나와 내외를 안내했다.
장남 재국(54) 씨, 일행 10여 명은 '해계탕'을 먹었다. 해계탕은 닭과 각종 해물을 넣어 만든 보양식이다. 비싼 음식 재료가 들어간 만큼 가격 또한 만만치 않다. 해계탕은 4만8000원(3인분)이다. 1인분이 1만6000원인 셈이다.
'몸 보신엔 해계탕이 최고?' 전두환-이순자 부부는 일행들과 함께 '해계탕(원 안)'을 먹었다. 해계탕은 닭과 해물을 넣어 만든 보양식으로 가격은 4만8000원(3인분)이다./오경희 기자 |
식당 관계자는 총액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전 전 대통령 부부와 일행을 모두 포함해 12명이라고 가정할 경우 최소 음식값은 19만2000원이다. 음식값은 재국 씨가 냈다.
해계탕을 먹고 나온 전 전 대통령의 얼굴은 밝았다. 해계탕을 먹고 든든한 듯해 보였다. 그는 동행한 사람과 일일이 악수하며 인사를 건네고 사저로 향했다.
"밥값은 제가 쏩니다" 재국 씨가 식사를 마친 뒤 카운터에서 밥값을 계산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
한편, 전 씨 일가 재산에 대한 환수 현황은 전체 추징금 가운데 올 1월 현재 검찰이 환수한 1087억 원과 최근 미국에서 몰수한 재산(약 13억4000만 원)을 합해 모두 1100억4000만 원 정도다. 아직도 1105억여 원이 남았다.
[더팩트ㅣ서교동·연희동=신진환 기자 yaho1017@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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