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탐사-서지수 논란②] '아웃팅 피협박' 주장 D씨 "우리 인생도 망했다"(인터뷰)
입력: 2015.09.11 16:23 / 수정: 2015.09.11 16:42

서지수의 과거 지인 D 씨가 <더팩트>와 인터뷰를 갖고 지난해 11월 불거졌던 서지수 루머와 관련된 일을 털어놨다. 그는 서지수 루머의 2차 유포자인 지수러브(A 씨)와 울림엔터테인먼트 사이에 여러 차례 만남이 있었다고 밝혔다. /임영무 기자
서지수의 과거 지인 D 씨가 <더팩트>와 인터뷰를 갖고 지난해 11월 불거졌던 '서지수 루머'와 관련된 일을 털어놨다. 그는 '서지수 루머'의 2차 유포자인 '지수러브'(A 씨)와 울림엔터테인먼트 사이에 여러 차례 만남이 있었다고 밝혔다. /임영무 기자

'레즈비언 논란'으로 온라인 게시판을 뜨겁게 달군 걸그룹 러블리즈의 멤버 서지수 사건, 일명 '서지수 루머'의 실체는 무엇인가. 러블리즈가 새 앨범 'lovelyz8'의 선공개곡 '작별 하나' 티저 영상을 공개하며 8인조 완전체 컴백을 알린 가운데 '서지수 루머'와 관계된 당사자들은 아직도 과거의 '악몽'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사건은 '수사의뢰~구약식 기소~정식재판 청구~양측 합의~사건 종결' 과정을 거치며 없던 일이 됐지만 당사자들은 허위 사실 유포자로 낙인찍혀 상처에 신음하고 있다.

<더팩트>는 러블리즈의 컴백 이면에서 고통받고 있는 관계자를 만나 단독 인터뷰를 갖고 '서지수 루머'의 실체를 재조명했다. 과거 서지수와 교제했다고 밝힌 여성 D 씨를 만나 사건의 발단부터 명예훼손 소송의 진행 과정, 그리고 합의까지의 내용을 취재했다(D 씨는 서지수와 과거 교제한 적이 있다고 밝힌 여성으로 '지수러브'와 다른 인물임). 또 '성희롱 발언' '멤버놀이' 등 당사자들이 주고받은 관련 녹취록 파일도 단독 입수하는 등 당시 사건과 관련된 내용을 다각도로 조명했다.<편집자 주>

'서지수 피해자'라 주장하는 이들이 바라는 한 가지

스스로는 '피해자'라 하지만 세상은 '루머 유포자'라 한다. 자신들이 받은 피해에 대해 형사 고소를 한 게 아니라 자신들이 입었다는 피해와 거짓이 섞인 글을 온라인 공간에 올렸다 고소를 당한 입장이기에 피해자가 될 수 없다. 고소를 당했으니 피고소인일 뿐이고 일부 허위 사실을 기재했으니 '루머 유포자'라는 표현에도 할 말이 없다.

걸그룹 러블리즈의 멤버 서지수(21)로부터 과거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글을 올렸다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해 벌금형을 받았지만 이후 러블리즈의 소속사 울림 엔터테인먼트(이하 울림) 측의 고소취하로 사건은 없던 일이 됐다. 하지만 '지수러브'와 서지수의 과거 지인 D 씨는 <더팩트>에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D 씨는 지난 2010년 서지수와 교제한 사이였으며, 사귈 당시 아웃팅(타인의 성적 취향을 강제로 공개함) 협박을 당했다고 밝혔다.

◆ "울림과 합의 내용, '지수러브'에게 불리해… 안타까웠다"

힘들어 하는 지수러브,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D 씨는 지난해 말 지수러브와 서지수 사건 관련 경찰 조사를 받으러 갔다 처음 만났다. /임영무 기자
"힘들어 하는 '지수러브',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D 씨는 지난해 말 '지수러브'와 서지수 사건 관련 경찰 조사를 받으러 갔다 처음 만났다. /임영무 기자

- '지수러브'와 울림, 쌍방이 합의한 일에 대해 입을 연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양측이) 합의하는 날에 동석을 하게 됐다. 이를 지켜보니 합의 내용을 같이 정하지 않고 울림에서 합의서를 미리 다 준비해 놓고 '지수러브'에게 와서 사인만 하라고 하더라. 합의 내용을 읽어 봤는데 지수러브(A 씨)가 너무 불리하게 합의한 것 같았다.

- 어떤 면이 불합리하다는 건가.

일단 발언권이 그렇다. SNS나 언론을 통해 발언할 수 있는 권리를 '지수러브'가 빼앗겼잖나. 이제 '지수러브'는 자신이 전에 올렸던 글도 다시 올릴 수 없다. (서지수와 만났던) 비공개 커뮤니티에도 올리면 안 된다. 트위터도 할 수 없다. 그걸 어길 시에 1억 원을 내야 한다는 것도 과하다고 본다. 그 내용조차 함께 정한 게 아니고.

- '지수러브'와 어떻게 알게 된 사이인지 궁금한데.

작년 11월 9일에 서지수와 관련된 글이 온라인 상에 처음으로 올라왔다. 그 후에 울림에서 트위터로 서지수는 여자를 만난 적도 없으니 성소수자라고 숨지 말고 나오라는 식의 글을 올렸다. 그 글을 보고 너무 화가 났다. 이후 (서지수가 활동했던) 비공개 커뮤니티에 피해자를 찾는 글이 올라왔다. 거기에 댓글을 달면서 알게 됐다. 이후에 '지수러브'가 고소를 당했고 경찰 조사에 나갔다. 1차 조사 때는 못 따라갔는데 2차 때는 나도 따라가서 진술을 했다. 그 후로 계속 같이 있었다.

성소수자라고 숨지 말라는 울림의 공식 입장에 충격. 서지수와 사귀었던 사실을 공개할 생각이 없었던 D 씨가 사람들 앞에 나타난 건 성소수자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은 울림 측의 첫 번째 공식 입장 때문이었다. /임영무 기자
"성소수자라고 숨지 말라는 울림의 공식 입장에 충격." 서지수와 사귀었던 사실을 공개할 생각이 없었던 D 씨가 사람들 앞에 나타난 건 성소수자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은 울림 측의 첫 번째 공식 입장 때문이었다. /임영무 기자

- 본인은 고소를 당하지 않았는데 계속 '지수러브' 곁을 지킨 이유가 있나.

'지수러브'가 고소를 당한 뒤 '무서워서 이런 거 못 하겠다. 자신이 없다. 나한테도 보복이 올까 무섭다. 나도 고소당하면 어떡하냐'면서 자취를 감춘 분들이 있었다. '지수러브'는 자신이 혼자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라도 곁에서 뭔가 도움이 되고 싶었다.

- 그럼 현재 다른 피해자들과 연락이 되지 않는 상태인지.

그렇진 않다. 몇몇 분들은 연락이 계속 되고 있다.

- 이렇게 인터뷰하고 있는 사실을 '지수러브'도 아나?

모른다. '지수러브'는 정말 지친 상태다. ('지수러브'는) 학교도 휴학했다. 다시 전처럼 생활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긴 하지만 본인도 어느 정도 노출이 됐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이 일이 알려져 생각만큼 쉽진 않은 것 같더라.

- 사건 발생 후 '지수러브'의 상태는 어땠는지.

너무 힘들어 했다. 응급실 가는 것도 몇 차례 봤다. 너무 많이 울어서 탈수 증세로 쓰러진 적도 있고 나랑 연락을 하던 도중에 병원에 간 적도 있다. 특히 내가 어떻게 해줄 수 없던 게 악플이다. 악플에 많이 시달렸고 그걸 보면서 '이 사람이 이렇게 고군분투하는데 어떻게 도와줄 방법이 없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 '지수러브'를 비롯해서 서지수에게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여럿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서지수에게 부당한 일을 당한 게 맞다면 왜 그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나.

솔직히 이런 사실(동성애)을 누구한테 말하거나 공유하기 힘들다. 우리나라 정서에 안 맞기도 하고. 나도 큰 사건을 겪고 있는 '지수러브'를 보며 답답한 게 너무 많았다. 힘들었고 무서웠고 어떻게 흘러갈 지 예측도 못 했다. 그러다 보니 더 말을 못 하게 됐다. 서지수와 사귈 당시 나도 내 의도와 상관 없이 성적 취향이 알려졌다. 그 일로 부모님하고도 많이 멀어지게 되고. 그런 일들이 떠오르니 무섭더라.

◆ "서지수와 2010년 교제, '아웃팅' 협박 당했다"

D 씨가 서지수로부터 받은 편지들. D 씨는 두 사람이 지난 2010년 교제했다고 고백했다. /임영무 기자
D 씨가 서지수로부터 받은 편지들. D 씨는 두 사람이 지난 2010년 교제했다고 고백했다. /임영무 기자

- 서지수와 사귀었다는 건가.

그렇다. 지난 2010년 교제했다.

- 사귈 당시 서지수로부터 부당한 일을 당한 적이 있나.

아웃팅(타인의 성적 취향을 강제로 공개함) 협박을 당했다. '내가 너희집 근처로 찾아가서 네가 어느 학교인지 다 말하고 나랑 사귀었던 것도 다 말할 거다'고 했다. 또 내가 자신을 강간할 것처럼 했다는 거짓말을 자기 동창들에게 얘기를 해서 그런 애로 낙인이 찍혔던 적이 있다. 안 좋은 일로 싸울 때 종종 아웃팅을 하겠다는 협박을 했다.

- 그럼 이제 와서 성적 취향이 드러날 위험을 무릅쓰고 나온 이유가 있나.

울림 공식 트위터에 작년 11월 10일에 올라온 글을 보고 화가 나서 나왔다. 사실 우리가 만났던 시간이 서지수에게도 주홍글씨고 나한테도 주홍글씨라고 생각한다. 그런 걸 굳이 사람들이 다 아는 곳에 알리고 싶지 않아서 처음엔 가만히 있었다. 그런데 '지수러브' 혼자 욕을 먹는 걸 보니 뭐라도 해야겠다 싶더라. 적어도 서지수가 여자를 만났다는 건 나 하나로도 명백하잖나. 그래서 고민하다 연락을 했다. 나한테도 좋을 게 없고 서지수에게도 좋을 거 없는 일 같았지만 '지수러브'가 너무 불쌍하고 안쓰러워 보였다.

- 지난 2월 '지수러브'가 울림 관계자와 처음 만났을 때도 동석한 걸로 알고 있다.

그렇다. 그 자리에서 울림 관계자가 사과를 했다면 일이 어떻게 달라졌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 그 분은 나를 비롯해 서지수에게 입은 피해를 주장하며 그 자리에 나온 이들을 이해시키려고만 했다. 꼭 우리가 가진 증거가 얼마나 더 있는 지를 확인하러 나온 사람 같았다. 첫 번째 공식 입장에서 울림은 우리가 입은 피해가 사실이면 법적 책임을 지겠다는 말을 했다. 그런데 책임은 고사하고 사과 한 번도 제대로 한 적이 없다. 그 자리에서 우리를 '타진요'와 비교하더라. 그것도 싫었다.

◆ "울림과 여러 차례 만나, 작은 사과라도 받았다면…"

D 씨가 지난 2월 울림 엔터테인먼트 관계자와 만났을 당시의 녹음 파일. 지수러브와 D 씨 등 서지수의 과거 지인들은 지난 2월 12일 울림 엔터테인먼트 관계자와 만나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임영무 기자
D 씨가 지난 2월 울림 엔터테인먼트 관계자와 만났을 당시의 녹음 파일. '지수러브'와 D 씨 등 서지수의 과거 지인들은 지난 2월 12일 울림 엔터테인먼트 관계자와 만나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임영무 기자

- 울림 관계자로부터 사과를 받길 원했던 건가.

일정 부분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길 바랐다. 그리고 솔직히 난 서지수를 만나게 해줄 줄 알았다. 우리가 처음에 요구한 것도 서지수를 만나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너무 답답하니까 걔를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고 싶더라. 걔가 미안하다고 했으면 우리도 사과했을 거다.

- 서지수를 만나고 싶었던 이유가 있나.

(서지수가) 자꾸 거짓말을 하니까. 그래서 그 자리에서도 물어봤다. 그렇게 거짓말 하는 애를 왜 데리고 있는 거냐고. 언론이 뭐라고 하든 상관 없었다. 그냥 걔(서지수)한테만은 진실을 듣고 싶었다.

- 울림이 서지수 합류를 공식화했는데.

보면서 너무 웃기고 화가 난다. 저렇게 합류시킬 거면 왜 우리들을 모아서 얘기를 했는지… 그냥 그 사람들은 합류를 결정하고 우릴 만난 건지도, 그냥 우릴 떠봤던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 "서지수만 피해자? '루머 유포자'-'가해자'로 낙인찍힌 상황 억울해"

서지수와 만났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공개한 메신저 대화 내용. 데뷔, 우리 회사 등의 단어가 눈에 띈다. /임영무 기자
서지수와 만났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공개한 메신저 대화 내용. '데뷔', '우리 회사' 등의 단어가 눈에 띈다. /임영무 기자

- 이 일이 발생하고 서지수도 힘들어하지 않았겠나.

솔직히 업보라고 생각한다. 자기가 기획사 연습생 신분이고 곧 사람들 앞에 얼굴이 알려질 사람이었으면 그런 행동을 해선 안 됐다고 본다. 나 혼자라면 나 혼자 입 다물면 될 일이지만 나 혼자도 아니잖나. 지금 그렇게 모인 피해자들이 몇 명인가. 우린 서지수가 아니었다면 서로 얼굴도 몰랐을 사이다.

- 울림이나 서지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서지수가 입은 피해도 크겠지만 우리가 입은 피해도 크다. 걔는 우리에게 상처를 줬고 우리도 이번 일로 전처럼 살지 못 하게 됐다. 서지수의 인생이 망했다면 우리 인생도 망한 것이다. TV에 나오는 사람이 입은 피해가 더 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역시 걔(서지수) 때문에 학교도 못 갔고, 경찰 조사에 합의까지 불려 다니느라 일상 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 했다. 내가 이 정도인데 '지수러브'는 어떻겠나.

울림과 같은 큰 회사가 여러 피해자들을 기만했다는 게 화가 난다.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서지수가 피해를 입은 것처럼 '지수러브'도 피해를 입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지수러브'는 유포자이지만 과거 서지수로 인해 상처를 받은 사람이기도 하다. 우리도 힘들었고 말하기 힘든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털어놨는데 결국 우리만 '루머 유포자', '가해자'가 됐다. 그게 억울하다.

[더팩트ㅣ정진영 기자 afreeca@tf.co.kr]
[연예팀ㅣ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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