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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화CEO성과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非LG' 출신 CEO의 과감한 결단
입력: 2019.12.09 05:00 / 수정: 2019.12.09 05:00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취임 첫 해 연이은 악재에도 신사업 부문 투자를 늘려가는 데 주력했다. /더팩트 DB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취임 첫 해 연이은 악재에도 신사업 부문 투자를 늘려가는 데 주력했다. /더팩트 DB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다운사이클에 시름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소비 심리 위축으로 주력 제품의 스프레드가 둔화되며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까닭인데요.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올해 석유화학업계는 그간 불황에 대비하기 위해 착실히 준비했던 신사업들이 하나둘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시기이기도 했는데요. 이에 국내 석유화학업체 CEO들의 리더십이 여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결국 적자생존입니다. 각 자의 방법으로 내년을 준비하고 있는 석유화학업계 CEO의 올 한해 성과를 다뤄봅니다. <편집자 주>

연이은 악재에도 전지 사업 흑자전환 등 성과 두각

[더팩트 | 이한림 기자] 올해 석유화학업계의 이슈 중 하나는 신학철 전 한국3M 수석부회장이 LG화학 CEO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엔지니어 출신인 그의 이력서에는 'LG'와 '화학' 두 키워드가 전무했기 때문에 당초 재계의 반응은 엇갈렸다.

그러나 취임 1년이 지난 후 평가는 우려를 기대로 바꾸고 있다. 일찍이 그룹 차원에서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많은 투자를 감행했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흑자전환 했고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여수산단 대기오염물질 조작 사건, SK이노베이션과 전기차 배터리 영업침해 소송 등 악재에도 발 빠르게 대응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부진한 실적 회복과 장기화된 배러티 소송전 등 과제는 남아있으나 과감하게 사업 보폭을 넓혀가며 내년을 더욱 기대하게 하는 모습이다.

1957년생인 신학철 부회장의 경력은 화학업종에서 잔뼈가 굵은 다른 석유화학업체 CEO와 대조적이다.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풍산금속공업 엔지니어로 입사해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 한국3M 평사원으로 이직해 필리핀지사장, 해외사업부문 수석부회장, 글로벌 연구개발 총괄부회장 등을 맡으며 줄곧 한 회사에서 30년 넘게 일했다.

신학철 부회장의 LG화학 CEO 선임은 파격적인 인사로 손꼽혔다. 그의 경험이 그간 보수적인 색채가 짙던 LG와 화학업종과는 연관이 멀어 보였던 이유였다. 글로벌 혁신기업으로 손꼽히는 한국GM에서 한국인 최초로 미국 본사 해외 사업을 총괄하는 수석부회장에 오르는 등 혁신가의 면모를 드러내며 이름을 알렸으나 국내 화학업계에서는 다소 생소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는 구광모 LG그룹 회장 체재에서 그룹 핵심 계열사의 미래 먹거리를 도모할 수장에 적임자라는 평가도 나왔다. 1947년 LG화학 창사 이후 처음으로 순혈주의를 깨고 외부 CEO가 선임된 배경이다.

올해 LG화학 CEO로 취임한 신학철 부회장은 일단 업무파악에 나섰다.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기보다는 LG화학의 국내외 현지 공정을 살피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검토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CEO 취임 후 6개월 만인 지난 7월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LG화학의 미래 비전을 공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LG화학 제공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CEO 취임 후 6개월 만인 지난 7월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LG화학의 미래 비전을 공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LG화학 제공

이후 취임 6개월 만인 지난 7월이 돼서야 처음으로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7월 9일 CEO 기자간담회에서 신학철 부회장의 모습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혁신'이라는 지속해 단어를 반복하며 자신이 그리는 LG화학의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석유화학사업의 의존도를 줄여 2024년까지 석유화학사업 의존도를 30%로 낮추고 전기차 배터리 등 전지사업의 매출 비중을 50%까지 늘린다는 게 주된 골자다. 5년 뒤 배터리 사업에서만 매출 30조 원대를 기록하겠다는 포부도 드러내며 기대를 모으게 했다.

다만 기대보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ESS 화재로 일회성 손실비용 1000억 원이 발생했고 여수산단 대기오염물질 조작 사건에 휘말리며 연 매출 1000억 원대 공장을 폐쇄 결정하는 등 손실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석유화학업황이 꺾이며 전년 대비 실적이 급락하고 SK이노베이션과 배터리 소송전이 장기화되는 등 악재가 연이어 겹쳤다.

LG화학의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9232억 원으로 지난해 3분기 누적 대비 52.8%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21조1638억 원으로 전년 대비 1.6% 증가했으나 다른 석유화학업체와 마찬가지로 불황을 쉽게 극복하지 못했다.

그가 부임 직후 신설했던 첨단소재사업본부도 이렇다할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신학철 부회장은 올해 4월 조직개편을 통해 첨단소재사업본부를 신설했으나 소재사업 강화를 위해 추진했던 기능성플라스틱 화학사 솔베이 EP사업부 인수 추진 건이 최종 무산된 데 이어 경영 효율성 측면에서 매각이 유력했던 편광판과 유리기판 사업을 지속하는 등 사실상 변화가 없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지속된 우려와 달리 하반기 들어 구체적인 성과를 드러내며 책임론을 불식하는 모습이다. 취임 후 1분기와 2분기에서 적자를 기록했던 전지 사업 부문이 3분기 들어 흑자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소형 IT전지 출하 확대와 신규 전기차 배터리 출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게 원인이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오른쪽) 메리 바라 GM 회장이 5일(현지 시간) 미국 미시간주에 위치한 GM글로벌테크센터에서 총 2조7000억 원대 전기차 배터리셀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계약을 체결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LG화학 제공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오른쪽) 메리 바라 GM 회장이 5일(현지 시간) 미국 미시간주에 위치한 GM글로벌테크센터에서 총 2조7000억 원대 전기차 배터리셀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계약을 체결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LG화학 제공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기세는 4분기에도 이어가고 있다. 이미 올해 6월 중국 지리자동차와 전기차 배터리 합작 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지난 5일에는 미국 자동차 1위 업체 제너럴모터스(GM)와 배터리 셀 조인트벤처 합작 법인 설립 협약식을 갖고 전기차 배터리 수요를 확보해나가고 있다.

특히 이번 GM과 협약은 신학철 부회장의 일성이 결실을 본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3M에서 쌓았던 해외사업 경험이 올해 LG화학의 핵심 수주 배경으로 녹아내렸다는 해석이다.

이번 수주를 통해 신학철 부회장은 LG화학의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생산 능력을 현재 약 70GWh 수준에서 내년까지 약 100GWh로 확대하고, 공언했던 5년 뒤 배터리 사업 매출 30조 원 목표를 이루겠다는 방침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악재가 이어졌던 상반기와 달리 하반기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중심으로 시장 존재감을 드러내며 내년을 기대하게 하고 있다"며 "내년 업황을 장담할 수 없으나 그간 보여 왔던 과감한 결단이 그가 공언한 LG화학의 미래 비전에 뿌리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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