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의회가 화학물질 안전관리에 대한 조례를 제정했다. 향후 OCI 군산공장이 취급하는 화학물질 및 취급시설 설치현황에 대한 정보가 공개가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팩트 DB |
전북 지자체, 화학사고 예방·대응 위해 '직접 나선다'
[더팩트 | 권오철 기자] 전라북도의회는 화학물질 안전관리에 대한 조례를 만들어 제2, 제3의 OCI 화학사고 방지를 위한 첫 걸음을 뗐다. 조례 제정에 따라 화학사고 예방과 대응을 위한 체계적인 계획이 수립될 전망이다. 하지만 환경부의 화학물질 조사결과에 대한 의무 공개를 바랐던 원안의 내용은 삭제돼 앞으로의 숙제를 남겼다는 평가다.
23일 전북도의회가 개최한 325회 임시회 제4차 본의회에서 박재만·최인정 도의원이 제안한 '전라북도 화학물질 안전관리 조례안'이 최종 가결됐다.
이 조례안은 지난 6월 22일 OCI 군산공장에서 인체에 치명적인 사염화규소(SiCl4)누출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비롯해 화학사고에 대한 주민의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유사 시에 대응할 수 있는 역할과 권한이 부재한 사실에 착한해 지난 2일 발의됐다.
현재 국가산업단지에 대한 안전관리 업무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환경부 등 중앙정부에만 권한이 부여돼 있다. 하지만 환경부가 각 지역에서 발생하는 화학사고를 즉각적으로 관리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예로 지난 화학사고가 발생한 OCI 군산공장과 이를 관리해야 할 새만금지방환경청, 익산화학재난합동방제센터 등 환경부 산하 당국은 차량으로 약 50분의 거리에 있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된 상황이다. 사고 당시 환경부 관계자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유해화학가스가 그 일대를 휩쓸고 지나간 뒤였다.
이 같은 현실을 감안해 전북도의회는 화학사고 발생 시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골든타임'에서 지자체가 발 빠르게 대응하고 화학물질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제도적인 여건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뒀다.
의결된 조례안은 ▲전라북도 화학물질 안전관리위원회 신설 ▲5년마다 전라북도 화학물질 관리계획 수립 및 시행 ▲화학물질 사고에 대한 비상계획 수립 ▲화학물질 배출량 조사결과 및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설치현황(공개자료 기준) 주민 공개 ▲유해화학물질 안전교육 실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화학물질 안전관리에 대한 조례는 원안에서 국민의 안전을 위할 경우 화학물질 조사결과에 대한 '예외 없는' 공개를 명시한 내용을 포함했지만 최종 심사에서는 이를 삭제한 수정안이 가결됐다. 사진은 이번 조례안을 제안한 박재만 전북도의원 /전북도의회의사무처 제공 |
◆ 환경부 비공개 자료 요청 불가 '왜?'
조례안을 제안한 박재만 도의원은 "국민안전처가 신설되면서 안전에 관한 문제는 정부나 공무원도 구분을 헷갈려하는 상황이었다"면서 "이번 조례안 의결로 화학사고 대응 대한 전라북도 지차체가 첫 발걸음을 뗀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조례안이 원안에서 수정돼 가결된 것을 지적하며 주민의 안전을 위한 원안의 내용이 최대한 반영되지 못한 것에 유감을 표시했다.
화학물질 조사결과 등을 공개하는 것에 관한 제14조 3항에서 원안은 '화학물질 취급에 의하여 발생하는 위해(危害)로부터 사람의 생명·신체 또는 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와 '법·부당한 화학물질 취급으로부터 국민의 재산 또는 생활을 보호하기 위하여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에 대한 '예외 없는 공개'를 명시했다. 하지만 수정안에서는 '환경부장관이 통보한 자료 중에는 비공개 자료가 있을 수 있어 이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해당 내용을 삭제했다.
일부 화학물질 정보에 대해서는 환경부장관이 비공개를 요구할 경우 주민 공개가 불가한 것. 일각에서는 지차제가 주민의 안전을 위하는 목적이라 할지라도 '핵심적인 자료'에 대해서는 접근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전북도의회의 한 관계자는 이번 조례안의 수정가결에 대해 "약 3개월 동안 입법 고문 변호사의 자문을 수차례 받는 등 법 테두리 안에서 최대한 담으려고 했지만 뜻대로 안 된 것으로 안다"면서 "화학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자체는 여전히 불안하다"고 말했다. 또 "화학사고에 대한 지역 주민의 안전을 위해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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