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OCI 화학가스 누출 사고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은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질병 등의 고통 가운데 처해 있다. 사진은 지난 6월 22일 오후 4시 OCI 공장에서 누출된 사염화규소 연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는 모습. /독자 제공 |
군산, OCI 화학가스 누출사고로 상당수 주민들 '고통 호소'…3개월 지나도 조치 전무
전북 군산에 위치한 OCI 공장(공장장 이종우)에서 화학가스 누출사고가 발생한 지 3개월이 훨씬 지났지만 사고 원인 규명 및 피해자 보상등에 대한 정부당국의 행정절차가 지지부진해 지역 주민들 원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지역 환경단체는 물론 일부 전북도 의원들도 당국 및 OCI를 상대로 항의 시위를 전개하는등 파장이 확산되는 국면이다.
화학산업 글로벌 리더, 그린 에너지 전문기업을 지향하는 OCI와 환경부는 화학가스누출 사고가 발생한 3개월이 지난 현 시점에도 조사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어 당국의 '대기업 감싸기'의혹마저 일고 있다.
지난 6월 22일 오후 4시 3분 전북 군산시 소룡동의 하늘은 뿌연 연기로 뒤덮혔다.
OCI 공장에서 누출된 사염화규소(SiCl4)가 수분과 반응해 실리카(SiO2)와 염화수소(HCl) 형태로 형성된 대규모 연기였다. 사염화규소의 백색 연기는 바람을 타고 인근 주민들의 호흡기로 체내에 흡입됐으며 짧게는 직후, 길게는 며칠 후 여러 질병의 증상으로 나타났다. 또 사고지점 인근 가로수 및 농작물에서 갈색 반점·잎마름 현상이 확인됐다.
환경부는 같은 달 25일 사고수습본부를 새만금지방환경청에 설치하고 화학사고조사단을 구성해 ▲사고원인 ▲환경영향 ▲주민건강영향 ▲농작물피해 등을 정밀히 조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 후 약 100여 일이 지났다. 3개월을 훌쩍 넘긴 시간이다. 그동안 사고수습지원본부인 화학물질안전원은 주민들에게 사후 조사결과에 대해 "7월 중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가 무슨 이유 때문인지 8월로, 9월로 계속 발표를 미뤘다.
박재만 전북도의원은 환경부가 환경영향조사 결과를 공개할 때까지 1인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환경부는 10월에는 조사 결과를 발표할 방침이다. /박재만 전북도의원 |
◆ 박재만 도의원 "환경부는 조사결과 거짓 없이 공개하라"
조사결과가 발표돼야 이를 근거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의 건강 및 농지, 농작물에 대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어 주민들은 조사 결과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막바지까지 환경부의 반응이 없자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대로 묻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급기야 일각에서는 "환경부가 대기업의 편드는 것이냐"는 의혹과 불만이 터져 나왔다.
박재만 전북도의원은 지난 1일부터 홀로 시위에 나섰다. 주말까지 반납하고 벌써 5일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박 의원은 " 7일에 있을 새만금지방환경청과 환경부에 대한 국정감사장 앞에서도 시위할 것"이라면서 "조사결과가 공개될 때까지 시위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사결과 발표가 늦춰지는 것에 대해 환경부 화학안전과 관계자는 "각 자료를 취합해 보고서를 작성 중이다"면서 "10월 중에는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 화학안전과에 따르면 사염화규소 노출 지역의 주민의 건강검진은 500여 건이다. 최초 사고 당시 7명이 입원했고 이후 16명으로 입원자가 늘어났다가 인근 주민이 건강검진을 받은 사례가 500여 건으로 늘어난 것이다.
5일 <더팩트>의 취재 결과 이 중에는 최근까지 병원 진료를 받으며 심각한 질환에 걸려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지난 6월 23일 사고 다음 날 농경지 및 가로수 피해 상황. 사염화규소는 생명체에 치명적인 유독물질이라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은수미 의원 제공 |
◆ 군산 시민, OCI 공장 화학 물질 '공개 촉구' 조짐
자신의 병명을 밝히기 꺼려한 A씨는 "사고 당시 OCI 공장에서 100미터 떨어진 사무실에 있었다"면서 "오후 4시 전부터 염산 냄새가 났지만 화학사고 대비훈련 중인 줄 알고 오후 5시 40분까지 창문을 열어 놓은 채 가스를 흡입했다"고 말했다. 당시 주민들이 당국으로부터 화학가스 누출 및 외출 자제 문자 등의 정보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오후 6시께였다.
또 "대부분의 군산시민들이 이번 사고 피해자들의 상태에 대해 모른다"면서 "사염화규소는 폐, 간 등 인체에 치명적이다"고 설명했다. A씨가 마신 실리카의 미세한 가루는 발암물질로 분류되며 염화수소는 물에 섞으면 염산이 되는 유독한 기체다.
유재임 참여자치군산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사고난 지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아직도 조사보고서가 나오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조사가 미흡한 것은 아닐 텐데 보고가 없다는 것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문제가 더 있다는 것인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 외에도 일각에서는 이번 군산 OCI 화학사고를 기점으로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OCI에서 다뤄지는 화학물질들이 명백히 밝혀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군산 시민들은 이번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야 OCI 공장에서 사염화규소가 사용되고 있는지 알게 된 만큼 또 어떤 위험 물질이 OCI 공장에서 다뤄지고 있는지 아는 것은 시민으로서의 당연한 권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화학가스 누출의 1차적 책임을 지고 있는 OCI는 물론 관련 당국조차도 아직까지 입을 다물고 있어 지역 주민들 불만과 불안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팩트 | 권오철 기자 kondor@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