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지 없는 마을-끝] '민주주의 위기' 손 놓은 정치권…한국형 해법은
  • 이태훈, 김수민 기자
  • 입력: 2026.06.03 06:00 / 수정: 2026.06.03 06:00
기성 정당 기득권 된 무투표 당선…해결 논의 無
'중선거구제 도입' 및 '지역 정당 허용' 해법 거론
무투표 당선의 팽배가 민주주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에도 해결책을 찾으려는 정치권의 노력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해결의 열쇠를 쥔 입법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가운데, 학계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중선거구제 확대와 지역 정당 허용 등의 해법이 거론되고 있다. /더팩트 DB
무투표 당선의 팽배가 민주주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에도 해결책을 찾으려는 정치권의 노력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해결의 열쇠를 쥔 입법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가운데, 학계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중선거구제 확대와 지역 정당 허용 등의 해법이 거론되고 있다. /더팩트 DB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513명이라는 역대 최다 무투표 당선자가 쏟아졌다.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낡은 지역 구도 속에서 수백만 유권자는 후보를 검증할 기회를 잃었고, 천문학적 예산을 다룰 지역 일꾼들은 아무런 평가 없이 선출됐다. <더팩트>는 총 5편에 걸쳐 '선거 없는 당선'이 초래한 지역 민주주의의 위기를 진단한다. 무투표 당선의 실태부터 해외 주요국의 대응, 그리고 선거법에 묶인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현행 제도의 모순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김수민·이태훈 기자] 무투표 당선의 팽배가 민주주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에도 해결책을 찾으려는 정치권의 노력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학계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더는 무투표 당선 문제를 방치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가운데, 한국형 해법을 찾기 위한 논의 개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방선거(지선) 무투표 당선자 규모는 1988년 738명으로 최고점을 찍은 후 2006년 48명까지 감소했다가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2022년 지선에서는 490명의 무투표 당선자가 나왔고, 올해 6·3 지선에서도 504명의 무투표 당선자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역대 3번째로 큰 규모다.

무투표 당선 문제점은 단순히 경쟁의 소멸이 아닌, 민주주의를 형해화하는 데 있다. 학계와 시민사회에서는 무투표 당선이 △모든 국민에게 투표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보통선거의 원칙 △모든 유권자가 후보자를 직접 선택해 당선자를 결정해야 하는 직접선거의 원칙 △투표를 통해 국민의 권한을 선출직 공직자에게 위임하는 국민주권 원리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무투표 당선의 문제점은 단순 경쟁의 소멸이 아닌, 민주주의를 형해화하는 데 있다. 학계와 시민사회에서는 무투표 당선이 △모든 국민에게 투표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보통선거의 원칙 △모든 유권자가 후보자를 직접 선택하여 당선자를 결정해야 하는 직접선거의 원칙 △투표를 통해 국민의 권한을 선출직 공직자에게 위임하는 국민주권 원리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사진은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오전 인천 계양구 작전서운동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이 투표권을 행사하고 있는 모습. /서예원 기자
무투표 당선의 문제점은 단순 경쟁의 소멸이 아닌, 민주주의를 형해화하는 데 있다. 학계와 시민사회에서는 무투표 당선이 △모든 국민에게 투표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보통선거의 원칙 △모든 유권자가 후보자를 직접 선택하여 당선자를 결정해야 하는 직접선거의 원칙 △투표를 통해 국민의 권한을 선출직 공직자에게 위임하는 국민주권 원리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사진은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오전 인천 계양구 작전서운동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이 투표권을 행사하고 있는 모습. /서예원 기자

하지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주체인 입법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원내 소수 정당을 중심으로 산발적 법안 발의만이 있을 뿐, 논의를 주도할 수 있는 거대 양당은 침묵하는 상황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통화에서 "지금까지 무투표로 편하게 당선된 이들은 대부분 거대 양당 소속이었다"며 "무투표 당선이 기득권화된 것인데, 거대 양당이 이것을 포기할 수 있어야 해결책 논의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투표 당선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 가장 많이 거론되는 방법으로는 최다 득표자만 당선되는 소선거구제 및 거대 양당 후보의 선출 가능성이 높은 2인 선거구의 축소다. 무투표 당선자가 속출하는 광역의원과 기초의원 선거에서 3~5인을 선출하는 중선거구제를 채택해 정당들이 자신들의 약세 지역에도 후보를 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군소 정당 후보의 출마 확대도 유도해 유권자의 선택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지선에서만큼은 지역 정당을 허용해 정당 간 경쟁을 촉진하는 방안도 언급된다. 윤왕희 한국지방의회학회 회장은 <더팩트>에 "영호남을 사실상 장악한 정당이 있는 상황에서 이외의 정당들은 실제적 선택지가 되지 못하고 있다"며 "무투표 당선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선에 한해 그 지역에서만 활동할 수 있는 로컬 파티(지역 정당)가 허용돼야 된다고 본다"고 제언했다. 현행 정당법은 지역 정당을 사실상 불허하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나 지역 밀착 행보에 강점이 있는 지역 정당이 허용될 경우, 유권자의 선택지가 넓어지면서 경쟁이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학계는 기대하고 있다.

한창민(왼쪽부터) 사회민주당 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가 지난 2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무투표 당선 방지법, 비례대표 봉쇄조항 삭제법을 제출하고 있다. /뉴시스
한창민(왼쪽부터) 사회민주당 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가 지난 2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무투표 당선 방지법, 비례대표 봉쇄조항 삭제법'을 제출하고 있다. /뉴시스

일각에서는 입법을 통한 무투표 당선 억제를 주장하기도 한다. 실제로 조국혁신당과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개혁진보 4당은 지난 2월 입후보자 수가 정원 이하일 경우 찬반투표를 실시하도록 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다만 박상철 전 국회입법조사처장은 통화에서 "무투표 당선은 우리 정당 제도와 정치 문화의 산물이기 때문에 불가피한 부분도 있다"며 입법을 통해 무투표 당선 자체를 금지하는 등의 인위적 해결책 제시를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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