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사전투표율 '동상이몽'…여야, 엇갈린 승패 셈법
  • 정채영·김수민 기자
  • 입력: 2026.06.02 06:00 / 수정: 2026.06.02 06:00
"정부·여당 힘 싣기" vs "2030 결집 결과"
역대 선거 보면 '특정 진영 유불리' 무관
"막판 지지층 결집 총력 다해야"
6·3 지방선거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자 여야는 저마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신호라며 상반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6.3지방선거 사전투표 현황이 나와있는 모습. /뉴시스
6·3 지방선거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자 여야는 저마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신호라며 상반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6.3지방선거 사전투표 현황이 나와있는 모습. /뉴시스

[더팩트ㅣ국회=김수민·정채영 기자] 6·3 지방선거 사전투표율이 23.51%로 역대 지방선거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여야가 일제히 "우리 당에 유리한 결과"라며 아전인수격 해석을 내놓고 있다. 과거 '높은 사전투표율=진보 정당 유리'라는 공식이 최근 선거에서 깨진 만큼, 투표율 제고를 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셈법이 복잡하게 얽히는 모양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29~30일 이틀간 실시된 사전투표에는 전체 유권자 4465만여 명 가운데 1049만8411명이 참여해 투표율 23.51%를 기록했다. 이는 전국동시지방선거 기준 역대 최고치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정권 교체 이후 열린 첫 전국 단위 선거인 만큼, 정부와 여당에 힘을 실어주려는 유권자들이 적극적으로 투표에 나선 결과로 보고 있다. 젊은 층과 적극 투표층의 참여가 두드러졌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더팩트>에 "사전투표는 전통적으로 젊은 층 참여 비중이 높고, 과거 선거에서도 민주당 계열 후보들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여온 경우가 많았다"며 "이번 사전투표율 상승도 당 입장에서는 고무적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선거가 '정권 심판'보다는 '지방권력 교체'에 대한 요구가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직전 지방선거에서는 국민의힘이 광역·기초단체장을 대거 차지하며 압승했다"며 "이번 선거에서 높은 투표율이 나타난 것은 현직 지방권력에 대한 평가와 변화 요구가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재명 정부에 대한 심판이라기보다 지역을 바꿔보자는 유권자들의 의지가 투표 참여로 이어진 측면이 크다"고 덧붙였다.

특히 전국 최고 투표율을 기록한 전북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정 정당 우세 구도가 뚜렷해 경쟁이 덜했던 과거와 달리, 이번 선거에서는 민주당 공천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관영 후보와 민주당 이원택 후보가 박빙 대결을 벌이며 양측 지지층이 사전 투표장으로 총결집했다는 시각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높은 사전투표율이 곧 민주당의 승리로 직결하지 않는다며 확대 해석에 선을 긋고 나섰다. 제도가 안착하며 나타난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이라는 것이다. 국민의힘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최근 우리 당 지지세가 강한 2030 세대가 사전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향이 있어 민주당 지지층만의 결집 효과로 단정 짓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국민의힘은 전통적인 보수 텃밭의 사전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점을 지목하며 본투표에서의 역전을 기대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대구나 서울 강남 3구 등 보수 핵심 지지층 밀집 지역의 사전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며 "이는 아직 우리 당의 핵심 지지층이 온전히 투표에 나서지 않았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수도권 캠프 관계자 역시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층의 사전투표 참여는 이미 굳어져 추가 상승 여력이 크지 않다"며 "반면 이번에 늘어난 사전투표세는 과거 보수층 일각의 '부정선거 프레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2030 세대가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역대 최고 사전투표율을 두고 여야는 막판 지지층 결집과 본투표 참여 독려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은 정청래(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025년 11월8일 서울 여의도 국회운동장에서 한국사진기자협회 주최로 열린 2025 사진기자가족 체육대회를 방문해 사진기자들의 요청에 포즈를 취하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역대 최고 사전투표율을 두고 여야는 막판 지지층 결집과 본투표 참여 독려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은 정청래(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025년 11월8일 서울 여의도 국회운동장에서 한국사진기자협회 주최로 열린 '2025 사진기자가족 체육대회'를 방문해 사진기자들의 요청에 포즈를 취하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남은 선거 기간 '이재명 정부 심판론'을 고리로 보수층의 본투표 참여를 극대화하는 데 화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당 관계자는 "당에 다소 실망해 투표를 유보하고 계신 핵심 지지층을 최대한 투표장으로 나오도록 독려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선거일까지 이재명 정부에 대한 비판 수위를 끌어올리며 지지층 결집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정치권에서는 사전투표율의 높낮이가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가르지 않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과거에는 젊은 층과 진보 성향 유권자의 참여율이 높아 진보 정당에 호재로 작용하는 경향이 짙었지만 최근 치러진 총선과 대선, 지방선거를 거치며 보수층의 사전투표 참여 역시 유의미하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역대 전국 단위 선거 최고 사전투표율(36.93%)을 기록했던 2022년 제20대 대통령 선거다. 당시 높은 사전투표율을 두고 민주당의 우세를 점치는 시각이 적지 않았지만, 결과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승리로 이어졌다.

지방선거 사례를 봐도 양상은 비슷하다. 종전 지선 최고 사전투표율(20.62%)을 기록했던 2022년 제8회 지방선거의 경우, 최종 투표율은 50.9%로 다소 저조했던 반면 국민의힘이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중 12곳을 차지하며 압승했다. 반대로 가장 최근 치러진 2024년 제22대 총선에서는 사전투표율이 31.28%를 기록한 가운데 민주당이 압도적인 과반 의석으로 압승을 거뒀다. 사전투표율만으로 특정 정당의 유불리를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선거 전문가들 역시 수치 자체에 매몰된 단편적인 해석을 경계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사전투표율이 높다고 해서 반드시 최종 투표율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고, 두 수치 간의 직접적인 상관관계는 없다"며 "민주당 지지층의 사전투표 참여 성향이 강한 것은 사실이나, 현재로선 양당이 이를 각자 유리하게 해석하며 막판 '진영 결집'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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