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부산 북구=김시형 기자] "외지인이 당선되면 이사 가고 싶다." "진정한 우파를 넓혀야 한다." "큰 인물을 띄워야 하지 않겠나."
6·3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사전투표 첫날이었던 29일 북구 덕천동·구포시장·만덕사거리 일대 민심은 뜨겁게 갈리고 있었다.
이날 오후 만덕사거리에서는 신호등이 바뀔 때마다 "무소속 한동훈!", "기호 2번 박민식!", "하정우입니다!"라는 외침이 교차했다.
흰 옷과 흰 모자를 쓴 무소속 한동훈 후보 지지자들이 피켓을 흔드는 바로 옆에서는 빨간 옷을 입은 박민식 국민의힘 후보 지지자들이 경쟁하듯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하정우 후보 선거운동원들도 연신 고개를 숙이며 시민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선거판 개판 만들어놔"…외지인 논란에 갈라진 민심
북구에서 40년 넘게 거주 중인 송지영(56) 씨는 최근 선거 분위기를 두고 불편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원래 북구가 이런 곳이 아니었는데 한동훈을 지지하는 외지 사람들이 와서 선거판을 개판으로 만들어놨다"며 "외지인들은 떠나면 끝이지만 남는 건 주민들인데, 진흙탕을 만들어놓고 오히려 북구 주민들을 분열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선거를 이렇게 뒤흔든 게 처음이라 앞으로 선례가 될까 봐 너무 두렵다"며 "만약 한동훈이 당선되면 처음으로 이사를 가고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날 덕천동·구포동 일대에서는 흰 옷과 흰 모자를 착용한 한 후보 지지자들이 골목과 사거리 곳곳에서 자발적 유세를 벌이고 있었다.
덕천동 골목에서 만난 55세 강정민 씨는 "지하상가부터 골목마다 다 깔려 있어서 어디서 왔냐고 물으니, 만덕에 산다고 하는데 말투는 다 서울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동원아파트'에 산다고 하는데 북구에 동원아파트가 몇 개인데 어디냐고 하면 재대로 말을 못한다"며 "관광버스 여러 대가 와서 흰옷 입은 사람들이 우르르 내려 두세 명씩 짝을 지어 흩어지는 것도 직접 봤는데 무슨 '사이비 종교' 집단 같다"고 말했다.

◆"흰옷 어디서 파냐"…한동훈 열성 지지층도
덕천역 안에서 만난 70대 하모 씨는 보라색 '6번' 번호를 직접 붙인 흰 모자를 쓰고 피켓 두 개를 겹쳐든 채 자발적 유세를 하고 있었다.
김해에서 왔다고 밝힌 그는 "새벽 6시에 나와 저녁 6시쯤 들어간다"며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해 봉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민들이 '흰옷을 어디서 파냐'고 묻기도 한다"며 "같이 서 있으면 든든하지 않겠냐고 하더라"고 웃었다.
덕천사거리에서 만난 70대 최모 씨도 "원래는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였는데, 윤석열이 한동훈을 자기 마음대로 주무르려 했는데 안 휘둘리지 않았느냐"며 "약속 안 지키면 스스로 못 사는 사람 같다. 나라를 위한 마음이 큰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투표소 앞에서 만난 60대 김모 씨는 "북구로 오기 전 법무부 장관일 때부터 한동훈을 눈여겨봤다"며 "적어도 자기 말에는 책임을 지는 사람 같아서 신뢰가 간다"고 했다.
사전투표 둘째 날 투표한다는 50대 택시기사 전모 씨는 "한동훈이 워낙 큰 인물 아니냐"며 "이번 선거가 투표지가 워낙 많다 보니 특히 나이 많은 분들은 잘 아는 인물인 한동훈을 찍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각편대 구축해야"…전재수 효과 기대하는 하정우 지지층
이날 오전 11시께 덕천2동 주민센터에서는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와 하 후보가 나란히 사전투표를 마친 뒤 주민들과 악수를 나누며 인사했다. 한 20대 남성은 자신을 팬이라고 소개하며 사진 촬영을 요청했고, 지나가던 차량에서는 "하정우 화이팅"이라는 외침도 들렸다.
인근 미용실 직원 두 명이 가게 밖으로 뛰어나와 "후보님 응원합니다"라고 외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반면 빨간 셔츠를 입은 50대 남성은 전 후보와 악수하며 "잘 해라"라고 호통치기도 했다.
투표소 앞에서 만난 50대 강모 씨는 "멀리 볼 필요가 없이 전재수를 기반으로 한 삼각편대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동훈이 대통령이 되길 기대할 필요가 없다"며 "민주당 전재수 시장, 하정우 국회의원, 정명희 북구청장이 함께 가야 낙후된 북구와 부산에 제대로 시너지가 난다"고 주장했다.
덕천동에서 11년째 가게를 운영 중인 한 70대 여성은 "전재수가 예전 새카맣게 타면서 골목마다 다니며 인사하던 모습이 하 후보와 겹쳐 보인다"며 "하정우는 잘 모르지만 전재수를 믿고 뽑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하 후보의 '전재수 의존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60대 자영업자 이모 씨는 "전재수가 하정우를 너무 업고 가는 느낌"이라며 "좀 더 자기 색깔과 독립성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진정한 우파 넓혀야" 박민식 지지층…"태극기 이미지는 부담"
오후 4시께 덕천사거리에서는 박 후보가 홀로 유세차에 올라 "진짜 북구 사람"을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만덕사거리에서 만난 60대 여성은 "보수 재건을 하려면 한동훈보다 박민식"이라며 "박민식 같은 사람이 국회에 들어가 국민의힘에 진정한 우파 목소리를 더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구포시장 앞에서 박 후보 피켓을 들고 있던 60대 여성은 "생전 이런 자원봉사는 안 해봤는데 너무 화가 나서 나왔다"며 "보수에 힘을 실으려면 박민식을 지지해야 하는데 답답하다"고 말했다.
반면 30대 김모 씨는 "동네에서 '이재명을 처단하라', '이재명을 감옥에 쳐 넣어야 한다'는 말을 스피커로 해대서 지역 주민으로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태극기 부대 이미지가 결국 박민식에게도 마이너스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토론 보고 마음 굳혀"…공약·여론조사 놓고도 엇갈린 평가
북구 화명동에 거주한다는 한 아파트 관리소장 편모 씨는 "하정우가 평소 이미지는 순둥한데 토론에서는 '부산 상남자'처럼 사납게 하더라"며 "토론을 보고 하정우로 마음을 더 굳혔다"고 말했다.
이어 "박민식이 하정우를 두고 북구 토박이가 아니라고 공격하는데 예전 행정구역상 같은 생활권이었기 때문에 사상중과 구덕고를 나온 것"이라며 "할 말이 그리 없나 싶었다"고 했다.
한편 한 후보의 상승세가 굳어진 여론조사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60대 강모 씨는 "며칠 전부터 나오는 여론조사를 보면 의아한 부분이 있다"며 "오늘도 주민들끼리 실제 분위기와 다르다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송 씨도 "전입신고 후 14일이 지나면 여론조사 대상 번호가 등록된다는 이야기를 한 후보 지지자들이 직접 하는 것을 들었다"며 "늦게 전입한 이들은 실제 투표를 할 수 없으니 결국 본투표 결과까지 나와봐야 알 것"이라고 말했다.

후보들의 공약을 둘러싼 시민들의 평가도 엇갈렸다. 북구에서 30년 넘게 거주 중이라는 50대 강모 씨는 한동훈 후보의 K-복합아레나 건설 공약에 대해 "북구는 강남이 아니다"라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북구청 하나 이전하는 것도 10년 넘게 걸렸는데 잘 모르는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북구는 다 고만고만한 서민 동네인데 거창한 시설보다 노인들이 원하는 수영장 같은 작은 것부터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구포시장에서는 한 후보 효과로 유동인구가 늘면서 지역 상권이 활기를 띨 것이라는 기대감도 감지됐다. 시장 초입에서 만난 70대 상인 최모 씨는 "한동훈 때문에 우리 시장이 전국적으로 떴다"며 "안 오는 시간이 없을 정도로 전국에서 사람이 몰린다"고 웃었다.
반면 덕천동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70대 송모 씨 부부는 "시장 사람들은 한동훈 밀어주자는 분위기일 텐데 동네 민심과는 좀 다를 수 있다"며 "다니면서 물건도 사고 하니 좀 휩쓸리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