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국회=서다빈 기자] 6·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본격화되면서 여야 후보 간 네거티브 공방도 거세지고 있다. 정책과 비전 경쟁보다는 상대 후보를 겨냥한 의혹 제기와 감정적 충돌이 부각되면서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책 선거가 실종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광역단체장 선거에서는 '아니면 말고' 식의 네거티브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인천시장 선거에서는 박찬대 민주당 후보 측이 유정복 국민의힘 후보의 예비후보 공보물을 선거공보물로 착각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가 이를 취하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박 후보 측은 20일 언론 공지를 통해 "공직선거법 위반 고발 사안은 시민 제보를 바탕으로 한 것이었으나 사실관계 확인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경찰 고발 접수를 취하하고 관련 영상은 비공개 처리했다"고 밝혔다.
이에 유 후보 측은 논평을 내고 "선거법의 기본조차 무시한 채 상대 후보 흠집 내기 흑색선전에만 혈안이 돼 있는 모습. 이것이 박찬대 후보 캠프가 보여주는 가짜 진정성의 민낯"이라며 "근거 없는 악성 흑색선전으로 선거판을 흐리는 구태정치는 더 이상 인천에 발붙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전북도지사 선거에서도 김관영 무소속 후보를 둘러싼 '내란 동조' 의혹 공방이 이어졌다. 조국혁신당 전북도당은 지난 2월부터 기자회견을 열고 김 후보를 내란 동조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혀왔고, 이원택 민주당 후보 역시 여러 차례 기자회견을 열고 김 후보가 내란을 방조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다만 이후 내란 특검은 김 후보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이에 정도상 조국혁신당 전북도당위원장은 지난 1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관영 예비후보가 2차 종합특검에서 내란동조 혐의에 대해 최종 무혐의 판정을 받았다"며 "해당 의혹으로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은 김 후보에게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글은 현재 삭제된 상황이다.
김상욱 울산시장 후보를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는 김 후보를 두고 "2023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성 접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 후보 측은 "필리핀에 다녀온 것은 맞지만 성매매 주장은 '아니면 말고' 식의 3류 막장 드라마 같은 네거티브 공세"라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도 같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하정우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한동훈 무소속 후보 간 공방도 격화되는 분위기다.
한 후보 측 인사인 홍종기 법무법인 다함 대표변호사는 19일 하 후보가 청와대 AI 수석 임명 직후인 지난해 8월 11일 보유 중이던 업스테이지 주식 4444주를 주당 100원에 개인에게 매도했다며 이른바 '주식 파킹(차명 보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하 후보는 한 후보를 향해 "정치 검사들이 검사복을 벗은 다음에도 못되고 고약한 버릇을 좀처럼 버리지 못한다"고 비판했고. 한 후보 역시 곧바로 "이해충돌을 팩트로 지적하니 답은 못 하고 '정치검사' 타령하는 하 후보. 누가 대신 써줬는지 모르지만 민주당식 구태정치를 참 속성으로 배웠다"고 맞받았다.
논란이 커지자 업스테이지 측은 20일 입장문을 내고 "사적 유용이나 파킹거래 주장은 애초에 성립되지 않는다"며 "잘못된 정보가 자칫 한국 AI 발전을 저해하는 이슈로 이용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일축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같은 네거티브 공방이 반복되면서 정작 유권자들이 판단해야 할 정책과 비전 경쟁은 실종되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후보 검증이라는 명분 아래 의혹 제기와 감정적 충돌만 부각되면서 선거가 사실상 진영 대결 구도로 흘러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더팩트>에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정책 경쟁보다 상대 후보를 겨냥한 공세가 훨씬 부각되는 분위기"라며 "정작 유권자들이 봐야 할 정책과 비전은 잘 보이지 않는 상황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검증 보도가 필요한 건 맞지만, 정책과 행정 능력을 검증하는 게 아닌 의혹성 기사가 매일 쏟아지면서 피로감만 커지고 있다"며 "이번 선거는 유독 동네 인플루언서를 뽑는 기분"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지지층은 더 결집하고 반대지지층은 더 공격적으로 반응하면서 정작 문제 해결보다는 진영 싸움만 남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통화에서 "정책 대결이 아니라 프레임 전쟁이 돼버렸다. 여야 간 싸움에 정책은 밀려나고 있다"며 "유권자들은 결국 단체장이 어떤 정책과 비전을 갖고 있는지를 보고 투표해야 하는데, 지금 같은 (네거티브) 선거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상대 후보의 실언이나 논란 장면을 짧게 편집해 확산시키는 이른바 '쇼츠형 네거티브'가 온라인상에서 높은 파급력을 보이면서 후보들도 이를 외면하기 어려운 현실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부 캠프에서는 상대 후보와 관련한 네거티브 콘텐츠를 별도로 관리하는 인력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후보들 입장에서도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해서 자극적인 공방에 의존하게 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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