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국회=서다빈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으로 불려 온 호남 민심이 흔들리고 있다. 전북지사 경선을 둘러싼 공천 갈등이 격화되면서 민주당을 향한 호남 민심 균열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실제 여론 흐름도 심상치 않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14~15일 호남(광주·전북·전남) 지역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유권자 1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호남 지역 민주당 지지율은 57.2%로 집계됐다. 직전 조사(71.5%)보다 일주일 만에 14.3%포인트 급락한 수치다. 호남 응답자 가운데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답한 무당층은 9.1%로, 지난주(2.1%)보다 크게 늘었다.
여론에 영향을 끼친 핵심 배경으로는 전북지사 경선 갈등이 꼽힌다. 김관영 무소속 후보는 대리비 지급 논란으로 민주당에서 제명됐지만, 식사비 대납 의혹을 받은 이원택 후보는 당 윤리감찰에서 '혐의없음' 판단을 받으며 경선에 참여했고 결국 민주당 후보로 선출됐다. 경선 후보였던 안호영 민주당 의원도 이 후보에 대한 재감찰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에 나서는 등 당내 반발도 거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친청(친정청래)계 봐주기 아니냐"는 불만이 확산되기도 했다.
무소속으로 출마를 선언한 김 후보는 연일 민주당과 정 대표를 정조준하고 있다. 김 후보는 19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자신의 제명 과정이 부당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이어갔다. 김 후보는 "제가 잘했다는 게 아니다. 불찰이었던 것을 인정한다"면서도 "12시간 만에 직접 소명을 듣지 않고 제명처리를 한 반면에 이 후보는 하루 만에 도민의 혈세로 식비대납 의혹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혐의로 결정을 내려서 경선 절차에 불공정한 이미지를 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불공정한 사심이 개입된 공천 업무를 한 정청래 지도부 아래서 복당을 구걸하거나 서두를 생각은 전혀 없다"며 "정 대표의 연임 저지를 위해서 제가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민주당이 무소속 후보를 돕는 일부 당원들의 움직임을 '해당 행위'로 규정한 이후 발생한 '개·돼지' 발언 공방도 거세지고 있다. 김 후보 캠프는 지난 16일 논평을 통해 "(당이) 김관영을 돕는 당원들의 해당 행위를 엄단하겠다며 (당이) 암행감찰단을 파견했다"며 "유독 김관영을 죽이기 위해 전북을 겨냥해 표적 감찰을 벌이는 것은 전북도민 알기를 개·돼지로 취급한다는 방증"이라고 힐난했다.
이와 관련해 강준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9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 후보가 도민을 개·돼지 취급한다는 발언 이후 문제가 상당히 커지고 있다"며 "이것을 두고 계속 민주당을 나무라고 있는데, 민주당을 핑계 삼아 도민을 개·돼지에 빗댄 건 김관영 본인이다. 의도로 보나 결과로 보나 이 문제로 도민께 사과해야 할 사람은 김관영"이라고 지적했다.
하락한 여론조사에 대해서도 강 수석대변인은 "전남·전북을 갔다 왔는데 분위기가 괜찮았다"며 "조금 부족한 건 저희가 찾아서 시도민들에게 정책적으로 잘 말씀드려서 시도민들 마음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종횡부진하겠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당 내부에서는 이번 사태의 본질이 공천 과정 전반으로 비롯된 정청래 지도부를 향한 당원들의 누적된 불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더팩트>에 "정 대표가 보여준 공천 과정이 공정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도민들의 감정이 누적된 결과"라며 "김 후보는 제명됐는데, 반대로 이 후보는 식사비 대납 의혹이 있었음에도 친청계라는 이유로 공천을 받았다는 인식이 강하게 퍼져있는 것 같다. 기준이 누구에겐 엄격하고 누구에겐 느슨했다는 불만이 큰 것 같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통화에서 "안호영 의원 단식 사태까지 겹치면서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은 상황에서 친청계를 앞세워 친명계를 정리하려 한다는 인식이 호남에 퍼지고 있다"며 "이재명 정부에 반하지 말고 민심과 원칙을 다시 돌아보라는 경고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전북도당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을 맡은 안호영 의원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도민이 원하는 것은 공정과 상식의 회복"이라며 "발대식 현장에서 정 대표에게 당이 도민의 비판하는 목소리를 듣고 성찰하고 잘못을 고쳐야 도민들의 마음을 얻고 더 큰 민주당이 될 수 있다 말씀드렸다"고 적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에는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범여권 관계자는 "호남은 민주당에 우호적이지만, 동시에 공정성과 명분 문제에는 누구보다 민감하게 반응해 왔던 지역"이라며 "정청래 지도부가 이를 단순한 내부 잡음이나 일시적 반발 정도로 치부하면 오히려 호남 내 균열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무선 ARS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3.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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