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국회=이하린 기자] 오는 6월 3일 예정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일부 여론조사에서 군소정당 후보가 선택지에 제외되면서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군소정당이 '그 외 인물'로 묶이는 방식이 양당 구도를 강화해 선거 구도를 왜곡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김정철 개혁신당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같은달 28일 자신의 이름이 제외된 서울시장 후보 여론조사와 관련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공식 이의신청했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현재 선관위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문항 자체에 후보 이름이 없는 것이 문제"라면서 "지지율이 1%든 0.5%든 그것은 유권자 선택의 문제지만, 이름을 빼버리면 존재 자체를 지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후보가 문제를 제기한 여론조사는 CBS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지난달 22~23일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울조사 가상대결이다. 이 조사는 서울시장 선거 여야 대진표가 확정된 후 진행된 첫 조사였다.
설문조사 질문지에는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한다고 가정한다면 선생님께서는 누구를 지지하겠느냐. 인물은 순환하여 불러드리겠다"고 적혀있다. 선택지는 △더불어민주당 정원오면 1번 △국민의힘 오세훈이면 2번 △그 외 인물이면 3번 △없으면 4번 △잘 모르겠다면 5번으로 구성됐다. 그중 양당 후보인 1, 2번만 로테이션 돼 반복 노출됐다.

김 후보는 여론조사 문항 구성이 양강 구도에 대한 유권자의 인식을 강화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문항은 (유권자에게) 양당 후보만 의미 있는 후보이고, 다른 후보는 이름을 알 필요도 없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며 "여론을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구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주의는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돼야 하는데, 정상적으로 등록된 후보를 설문에서 배제하는 것은 양당 구조를 고착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실제 일부 여론조사 질문을 확인한 결과 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만 선택지에 포함되거나 군소정당 후보가 포함되거나 빠지기도 하면서, 조사마다 기준이 제각각인 사례들도 파악됐다.
정치권에서는 기존의 거대 양당 중심의 여론조사 방식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군소정당 후보를 배제해 온 기존 관행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보면서도, 정당 난립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 마련도 필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면 지지율 1% 이상이거나 원내 정당인 경우에 한해 조사 대상에 포함하는 방식이다.
여론조사 전문가이자 정치평론가인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통화에서 "그동안 후보 수가 많은 경우, 여론조사 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오랫동안 유지된 관행적인 부분이 있다"면서도 "선관위가 후보가 확정된 후에는 군소정당도 후보로 포함될 수 있는 방식을 전향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여러 후보가 난립할 경우 원내 정당 여부나 일정 수준 이상의 지지율 등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설문조사는 통신사 제공 휴대전화 가상번호 무선 ARS 자동응답조사(무선 100%)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