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보현·김가연기자] "다시 청소년 드라마가 방송된 것은 반가워요. 블록버스터 드라마와 경쟁해 얻은 결과라 의미가 있죠. 하지만 반쪽자리 부활이죠. 언제 다시 방송될지 알 수 없거든요. 지금은 청소년 드라마가 설 자리가 없습니다."
청소년에 의한, 청소년을 위한, 청소년의 드라마가 다시 등장했다. 10대를 위한 드라마, KBS-2TV '정글피쉬2'가 방송되고 있다. 이에 방송 3사의 드라마국은 반가움을 감추지 않고 있는 중이다. 청소년 드라마 부활에 대한 기대가 크다.
시도는 좋았다. 하지만 미래가 희망적이지는 않다. 청소년 드라마는 기획 및 편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글피쉬2' 역시 8회로 한정됐다. 앞으로 방송 예정인 청소년 드라마는 없는 상태다.
시청자의 반응도 기대 이하다. 청소년 드라마 부활에는 관심이 쏟아졌지만 실제 시청률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시청률 논리로 움직이는 방송국의 생리상 또 다시 청소년 드라마를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야심차게 시작한 청소년 드라마가 다시 전성기를 이룰 수 있을까. 청소년 드라마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 "반갑다! 청드 부활"
청소년 드라마가 부활했다. 지난 4일부터 KBS-2TV '정글피쉬2'가 방송 중이다. '정글피쉬2'는 10대를 위해 만든 본격 청소년 드라마. 이렇게 청소년 드라마라는 타이틀을 단 작품은 지난 2007년 KBS-2TV '반올림 3' 이후 3년 만이다.
'정글피쉬2'가 주목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정통 청소년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방송 3사는 청소년 드라마 부활로 장르의 다양성이 이뤄졌다는 평이다. 장르 드라마가 사라지고 있는 요즘 안방극장에 신선한 시도라는 설명이다.
KBS 측은 "장르 드라마는 시청자에게는 신선함을, 제작진에게는 모험심을 준다"며 "안방극장이 활성화된 미국과 일본은 이미 학원물을 장르 드라마로 인정,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청소년 드라마의 또 다른 장점, 신인 육성에도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청소년 드라마는 신인 발굴의 산실이라는 별명이 나올 만큼 새 얼굴을 많이 쓰는 것이 특징. 신선함을 주기 위해서다. 배우 쏠림 현상이 심한 요즘, 단비같은 존재일 수 밖에 없다.
드라마 관계자는 "청소년 드라마는 신인들의 등용문이었다. 과거 '학교' 시리즈가 인기 있었던 이유도 새 얼굴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덕분에 10~20대 스타를 많이 배출할 수 있었다. 타 드라마에 비해 새로운 얼굴을 볼 수 있는 공간이다"라고 말했다.

◆ "청드, 기대 속 우려"
주사위는 던져졌다. 관건은 앞으로 청소년 드라마가 안착할 수 있을지 여부다. 일단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단 트렌드에 강해졌다. 성장 드라마에 초점을 맞췄던 과거와 달리 리얼리티를 강조해 시청자의 입맛을 고려했다.
예를 들어 '정글피쉬2'는 요즘 10대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다루고 있다. 자살, 원조교제, 성추행 등 자극적인 소재도 다루고 있다. '정글피쉬2' 김정환 PD는 "이전 청소년 드라마는 판타지적 성향이 강했다. 이제는 현실 문제에 최대한 접근할 때다"라며 "청소년들의 생각을 공유하기 위해 리얼리티를 최대한 많이 반영했다. 현실을 인지해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려도 크다. 무엇보다 청소년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 호감도가 낮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마니아 드라마라는 인식이 강해 대중성을 갖기 힘들어졌다. 게다가 리얼리티 강화로 선정성 논란이 이는 것도 문제거리다. 시청자의 공감을 사지 못한 변화라는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드라마 평론가는 "물론 드라마에서 현실 자체를 외면할 수는 없다. 청소년들의 특징과 현실을 반영하는 것은 긍정적이다"라면서도 "다만 드라마에서 현실을 보여줄 때는 방송 자체적으로 자정 작용을 거칠 필요가 있다. 스스로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 "청드, 장수 위한 과제"
앞으 청소년 드라마를 볼 수 있는 시간은 단 2개월 뿐이다. '정글피쉬2' 이후 기획된 학원물이 없다. 시청률 지상주의로 빚어진 일이었다. 방송 3사가 시청률이 보장되는 드라마에 공들이면서 청소년 드라마는 외면받기 시작했다.
김정환 PD는 "청소년 드라마가 중요하다는 방송사의 입장은 말 뿐이다. 편성에 대한 배려와 자원 리소스가 부족하다. 보충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이전에 청소년 드라마가 인기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시청자의 애정 때문이었다"고 꼬집었다.
10대를 겨냥한 소재와 스토리를 찾을 필요가 있다. 시청자 타깃을 분명히 하기 위한 선택이다. 오락성이 강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중문화평론가 이문원 씨는 "일단 10대 시청자의 관심을 끌어야 한다"며 "공익성과 오락성의 조화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때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방송사의 지원이 뒷받침해야 한다. 드라마국 관계자들은 "청소년 드라마는 중박은 가능하다"며 "방송사는 대박 드라마만 쫓을 것이 아니라 중박 드라마 여러 편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청소년층이 미래의 시청자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글=서보현·김가연기자, 사진제공=KBS, MBC,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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