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지연기자] "소녀시대·카라·슈퍼주니어·비스트·JYJ·포미닛·샤이니·이효리·비·에프엑스·씨엔블루·엠블랙·티아라·브라운아이드걸스·손담비는…없다"
모두 한국을 대표하는 가수들이다. 하지만 이들 중 국내 최대 음악 시상식인 '2010 Mnet 아시안 뮤직 어워드(이하 MAMA)'에 참석하는 팀은 단 하나도 없다. 이미 3분의 2는 엠넷 측에 불참을 통보한 상태고, 나머지는 시상식 참석 자체를 보류한 상황이다.
올해 'MAMA'는 국내 음악 시상식 최초로 해외 개최를 시도했다. 이를 통해 아시아 최고 음악 축제가 되겠다는 포부를 알렸다. 하지만 대다수 가요 기획사와 가수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초대를 수락한 JYP와 YG엔터테인먼트, 슈퍼스타K 멤버들의 반쪽잔치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졌다.
가수들의 'MAMA' 불참 이유는 세 가지다. 우선 지상파 3사와의 관계가 최대의 걸림돌이 됐다. 'MAMA' 시상일이 공중파 음악 프로그램과 날짜가 겹쳐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었다. 두번째론 새 앨범 활동이 꼽혔다. 예정된 스케줄로 인해 불참을 선택하기도 했다.
한류스타의 연이은 불참으로 명분을 잃고 있는 엠넷 아시아 뮤직 어워드. 2010 MAMA 위기론을 되짚었다.

◆ "지상파 3사 눈치보기…가기 힘들어"
'MAMA'는 오는 28일 중국 마카오에서 열린다. 일요일이다. 이 날은 SBS-TV '인기가요'가 방송된다. 공중파와 케이블 음악 방송이 처음으로 정면대결을 펼치게 된 셈. 리허설과 무대 준비 일정을 따지면 KBS-2TV '뮤직뱅크', MBC-TV '쇼 음악중심'과도 겹친다.
가수와 음악 프로그램은 불가분의 관계다. 하지만 지상파 음악 방송과 'MAMA'가 겹치면서 가요 기획사들은 난감한 상황이 됐다. '엠넷'을 생각하니 '지상파'가 울고, '지상파'를 따르자니 '엠넷'이 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인 것이다.
결국 대다수 가요 기획사들은 '불참'으로 가닥을 잡았다. 케이블 프로그램인 '엠넷'보다는 지상파 방송이 더 홍보 효과가 클 것이라 계산했다. 또한 3개 공중파 프로그램과 껄끄러운 관계가 되느니 '엠넷' 하나에만 양해를 구하는 게 낫다는 판단도 했다.
한 가요 기획사 고위 관계자는 "'MAMA'에 섭외를 받고, 고심을 거듭한 끝에 결국 불참을 통보했다"면서 "향후 활동을 고려했을 때 지상파 3사와 대립할 이유가 없다. 공중파 관계자들이 주는 눈치도 상당한데 이를 무시하고 참석하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 "새 앨범 홍보 활동…주말 투자? 글쎄"
새 앨범 활동을 이유로 불참을 선택한 사례도 많다. 연말을 앞두고 많은 가수들이 새 앨범을 발매했거나 혹은 발매를 예정에 두고 있다. 신곡이 나온만큼 홍보 활동에 주력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시기에 해외에서 열리는 'MAMA' 참석이 다소 무리라는 입장.
실제 카라와 소녀시대, JYJ는 새 앨범 활동 때문에 'MAMA' 참석을 포기했다. 카라와 소녀시대는 각각 '점핑'과 '훗'으로 활발하게 활동해야 한다. 최근 영어 앨범을 발매한 JYJ의 경우 27~28일 이를 기념한 국내 콘서트를 앞둔 탓에 'MAMA' 참석이 힘들어졌다.
카라 소속사인 DSP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이제 새 앨범이 나왔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신곡 홍보다. 그렇기 때문에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을 택했다"면서 "홍보에 사활은 건 시점에서 'MAMA'를 위해 3일을 소요하는 것이 부담이 된 게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티아라'와 '엠블랙'도 앨범을 이유로 불참을 결정했다. '티아라'와 '엠블랙'은 모두 12월 초 새 앨범을 발매하고 본격적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이렇듯 활동을 앞둔 시점에서 음반 마무리 작업을 하려면 'MAMA'의 해외 스케줄은 무리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티아라' 소속사인 코어콘텐츠미디어 측은 "12월 첫 주 컴백이라 요청은 받았지만 참석하기 어렵다고 미리 양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엠블랙' 소속사인 제이튠 엔터테인먼트 측도 "앨범 마무리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시상식 참석이 어렵다"고 밝혔다.

◆ "국내외 예정 스케줄…힘들어"
예정된 스케줄로 인해 불참을 결정하기도 했다. 대부분 예능 프로그램이나 각종 행사로 인해 'MAMA'에 참석하기 어려웠단 입장. '한류돌'들은 아시아권내 인기로 각종 해외 스케줄도 많다. 외국 활동이 겹친 경우 먼저 스케줄이 잡힌 해외 일정을 선택했다.
씨엔블루, 비, 손담비, 브아걸, 애프터스쿨은 국내 스케줄로 인해 'MAMA'에 불참할 수 밖에 없었다. '씨엔블루'의 경우 보컬 정용화가 '인기가요' MC로 생방송을 소화해야 한다. 비는 드라마 '도망자' 촬영 일정이 빡빡하다. 나머지도 예능 등 각종 행사가 많다.
'씨엔블루' 소속사인 FNC 뮤직 관계자는 "씨엔블루도 'MAMA'에 초청을 받았다"라면서 "하지만 정용화가 같은 날 '인기가요' 방송 MC로 활동 중이다. 생방송인만큼 당일 'MAMA'에 참석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엠넷 측에 불참을 통보해놓은 상태다"라고 말했다.
예정된 해외 스케줄 소화로 가닥을 잡기도 했다. 슈퍼주니어와 샤이니는 연말 해외 콘서트 및 방송 일정을 계속해서 소화한다. 자연스레 'MAMA' 참석도 불가능해졌다. '비스트'와 '포미닛'의 경우 28일 일본 쇼케이스가 예정돼 스케줄을 조율 중에 있다.
비스트와 포미닛 소속사인 '큐브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당일 일본 쇼케이스가 미리 잡혀 'MAMA' 참석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라며 "만약 참석하려면 쇼케이스를 끝내고 비행기를 타고 급하게 넘어가야 하는데 스케줄 조정에 애를 먹고 있다"고 설명했다.

◆ 엠넷의 대처와 우려의 시선
가수들의 'MAMA' 불참에 '엠넷' 관계자는 "출연 명단은 최종 확정된 상태가 아니다. 지금도 계속 섭외를 진행 중이다"라며 "일본 걸그룹 '퍼퓸'과 R&B 듀오 '케미스트리'도 참석한다. 시상자 역시 다양한 분야의 스타를 섭외하겠다"며 여전히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시상식의 권위와 심사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대표적이다. 대다수의 한류가수가 빠진 상태에서 상의 권위는 담보할 수 없다는 것. 이에 특정 기획사의 잔치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중화권에서 큰 규모의 스폰서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가요계 관례를 깨고 마카오 현지에서 시상식을 강행하는 것 같다"면서 "시상식의 권위보다 수익에 신경을 쓰다보니 진정성이 사라졌다. 결국 엠넷이 제 발등을 찍은 꼴이다"고 말했다.
경쟁사에 대한 무배려도 비난의 대상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MBC 음악중심, SBS 인기가요 등은 벌써 몇 년째 주말 방송을 하고 있다. 이를 포기하고 'MAMA' 참석을 유도하는 건 상도의가 아니다"며 "케이블과 공중파라는 고래싸움에 등 터지는 건 가수 아니냐"고 비난했다.
해마다 'MAMA'의 발목을 잡는 것은 공정성 논란이다. 親 기획사에게 상을 몰아주는 시상이 스스로의 권위를 떨어뜨렸다. 범아시아 음악 시상식을 표방한 올해도 마찬가지. '제 식구 챙기기'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최종 피해는 '그들만의 잔치'를 구경해야 할 시청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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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기자들이 풀어 놓는 취재후기 = http://press.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