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선거법 당선무효형 가른 2건의 '이재명 판례'

  • 선은양 기자
  • 입력: 2026.11.05 18:31 / 수정: 2026.11.05 18:31
윤 측, 후보자 간 TV토론 다룬 2020년 판례로 무죄 주장
2심 "윤 발언 상황, 후보자 토론회와는 전혀 다른 성격"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선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 발언을 다룬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례 2건이 판단을 갈랐다. 윤 전 대통령이 지난해 7월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선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 발언을 다룬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례 2건이 판단을 갈랐다. 윤 전 대통령이 지난해 7월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팩트ㅣ선은양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선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 발언을 다룬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례 2건이 판단을 갈랐다. 윤 전 대통령 측은 후보자 간 TV토론에서 나온 발언을 폭넓게 보호한 2020년 판례를 무죄 근거로 들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발언 전체를 유권자가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살펴야 한다고 본 2025년 판례를 적용해 유죄를 선고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2-1부(백승엽 황승태 김영현 고법판사)는 전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윤 전 대통령에게 당선무효형인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윤 전 대통령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한 적이 없다고 한 발언을 허위사실 공표로 인정했다.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당 관계자의 소개로 알게 됐고, 김건희 여사와 함께 만난 적도 없다고 한 발언 역시 유죄로 판단했다.

58쪽 분량의 판결문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 측은 이 대통령이 경기지사 후보 시절 TV토론에서 친형의 정신병원 강제입원 시도 의혹을 부인한 발언을 두고 허위사실 공표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2020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무죄 근거로 들었다.

당시 대법원은 후보자들이 제한된 시간에 질문과 반박을 주고받는 토론의 특성을 고려해 "토론의 주제나 맥락과 무관하게 허위사실을 일방적으로 알리려는 의도로 적극적으로 발언한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처벌할 수 있다"고 봤다.

토론에서 나온 발언에 일률적으로 엄격한 법적 책임을 물으면 후보자들이 처벌을 우려해 논쟁을 피하고, 유권자도 후보자들의 자질과 견해를 비교하기 어려워진다는 취지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자신도 선거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을 해명한 만큼 같은 법리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심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 문답을 주고받았는지에 주목했다.

윤 전 대통령이 변호사 소개 의혹을 부인한 2021년 12월 관훈클럽 초청토론회를 두고는 "후보자로는 윤 전 대통령만 참석했고 언론인 패널이 질문하면 윤 전 대통령이 답하는 방식이었다"며 "윤 전 대통령은 특별한 시간적·형식적 제한 없이 발언했다"고 짚었다.

이듬해 1월 불교리더스포럼 직후 전 씨를 두고 한 발언을 두고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며 "두 발언 모두 후보자 토론회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기자들과의 문답 내지 인터뷰"라고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의 발언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만큼, 후보자 간 즉흥적인 공방을 전제로 한 2020년 판례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3월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환호하는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3월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환호하는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반면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며 지난해 5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 대통령의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과 백현동 개발 관련 발언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밝힌 법리를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해당 판례를 인용하며 "표현의 의미는 후보자 개인이나 법원이 아닌 선거인의 관점에서 해석해야 하고, 어느 정도의 허위사실이 후보자의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 아래 용인될 수 있는지를 허위사실이 선거인의 공정한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 주제에 대한 발언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면 그 연결된 발언 전부의 내용이 일반 선거인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공표된 발언의 의미를 해석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윤 전 대통령이 어떤 뜻으로 해명하려 했는지보다 문답 전체를 들은 유권자가 그 답변을 어떤 의미로 이해했을지를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앞서 1심도 이 판례를 근거로 윤 전 대통령의 발언을 허위사실 공표로 인정했는데, 이같은 1심의 법리 적용에 문제가 없다고도 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해 5월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를 준비하며 입술을 다물고 있다. /남윤호 기자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해 5월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를 준비하며 입술을 다물고 있다. /남윤호 기자

대법원에서도 두 판례 적용 범위를 둘러싼 법리 다툼은 이어질 전망이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선고 직후 "정치적 의혹에 대한 해명과 방어적 발언까지 형사처벌한다면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대법원에서 원심의 증거 판단과 법리 적용의 위법성을 끝까지 다투겠다"고 밝혔다.

ye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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