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은 벤치, 수비는 자멸...시메오네의 '빗나간 계산' [박순규의 창]

  • 박순규 기자
  • 입력: 2026.11.04 08:36 / 수정: 2026.11.04 11:25
쇠를로트 선발 카드 무위·르 노르망 치명적 실수…실점 뒤 교체도 역부족
로메로 부상 공백 속 하프타임에 놓친 변화의 기회
이강인이 후반 교체멤버로 투입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4일 바이에른 뮌헨과 2026~27 UCL 리그 페이즈 4차전 홈경기에서 수비 실수와 전술 실패로 0-2 패배를 안았다./마드리드=AP.뉴시스
이강인이 후반 교체멤버로 투입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4일 바이에른 뮌헨과 2026~27 UCL 리그 페이즈 4차전 홈경기에서 수비 실수와 전술 실패로 0-2 패배를 안았다./마드리드=AP.뉴시스

[더팩트 | 박순규 기자] 앞에서는 해법을 찾지 못했고, 뒤에서는 스스로 문을 열어줬다. 벤치가 움직인 것은 그다음이었다. 이강인을 아끼고 쇠를로트의 체격을 택한 공격 구상도, 크리스티안 로메로의 부상 공백을 르 노르망으로 메우려던 수비 구상도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디에고 시메오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감독에게 뼈아픈 밤이었다.

아틀레티코는 4일 오전 5시(한국시간) 마드리드의 리야드 에어 메트로폴리타노에서 열린 바이에른 뮌헨과 2026~2027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리그 페이즈 4차전에서 0-2로 패했다. 후반 9분 레나르트 카를에게 선제골을 내준 뒤 후반 29분 콘라트 라이머에게 추가골을 허용했다.

경기 전 스페인 ‘문도 데포르티보’와 ‘에스타디오 데포르티보’ 등은 이강인의 선발 출전을 예상했다. 그러나 시메오네는 알렉산데르 쇠를로트를 훌리안 알바레스의 파트너로 내세웠다. 요나탄 타와 다요 우파메카노를 상대로 전방에서 버티고, 긴 패스로 뮌헨의 압박을 건너뛰겠다는 선택으로 읽혔다.

바이에른 뮌헨의 레나르트 칼이 4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2026~27 UCL 리그 페이즈 4차전에서 후반 9분 선제골을 기록한 뒤 기뻐하고 있다./마드리드=AP.뉴시스
바이에른 뮌헨의 레나르트 칼이 4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2026~27 UCL 리그 페이즈 4차전에서 후반 9분 선제골을 기록한 뒤 기뻐하고 있다./마드리드=AP.뉴시스

의도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체격 좋은 수비수를 상대한다고 공격수의 체격부터 키우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긴 공을 받아도 동료에게 연결하지 못하면 공격은 그 자리에서 끊긴다. 상대 수비수와 부딪치는 힘에 더해, 그들을 제자리에서 움직이게 할 기술과 연계가 필요했다. 쇠를로트의 시즌 첫 선발은 그 해법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다.

수비의 사정도 복잡했다. 로메로가 부상으로 명단에서 빠진 가운데 모르텐 율만은 징계, 조니 카르도소는 부상으로 결장했다. 시메오네는 마르코스 요렌테를 중원에 배치하고 마르크 푸빌을 오른쪽 풀백으로, 르 노르망을 다비드 한츠코의 중앙수비 파트너로 기용했다. 중앙수비수 한 명의 공백이 여러 자리의 조정으로 이어진 셈이다.

그 조합의 균열은 가장 위험한 곳에서 드러났다. 후반 9분 르 노르망은 페널티지역 안에서 푸빌과 동선이 엉킨 상황에서도 공을 몰고 빠져나가려다 카를에게 빼앗겼다. 걷어내야 할 순간의 판단 착오가 선제 실점으로 이어졌다.

이는 단순히 상대 공격수가 잘해서 내준 골로 정리하기 어렵다. 골문 앞에서는 소유권을 지키려는 욕심보다 위험을 제거하는 판단이 우선이다. 누가 공을 처리할지 정리되지 않은 수비수들의 혼선까지 겹쳤다. 로메로의 공백은 이름 하나가 빠진 자리가 아니라, 위기에서 결정을 내릴 수비의 안정감이 빠진 자리로 드러났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4일 바이에른 뮌헨전 스타팅11./아틀레티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4일 바이에른 뮌헨전 스타팅11./아틀레티코

그렇다고 르 노르망의 기용 자체를 처음부터 잘못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부상과 징계 속 대체 선수의 출전은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 다만 새로운 수비 조합이 버텨야 하는 경기였다면, 공격에서 공을 지키며 수비의 부담을 덜어주는 장치도 함께 필요했다.

이강인의 선발 제외가 아쉬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의 탈압박과 방향 전환, 짧은 패스 연결은 득점 기회를 만드는 기술이면서 동시에 상대의 연속 공격을 끊는 수단이다. 전방에서 공이 머무는 시간이 짧아질수록 수비수는 더 자주, 더 어려운 판단을 요구받는다. 공격의 단절과 수비의 불안은 서로 떨어진 문제가 아니었다.

더 큰 아쉬움은 하프타임이었다. 전반을 0-0으로 마쳤다고 경기 내용까지 균형을 이룬 것은 아니었다. 시메오네는 교체 없이 후반을 시작했고, 실점한 뒤에야 후반 14분 이강인과 코케, 루크먼을 동시에 투입했다. ‘인투 더 칼데론’도 전반의 열세에도 대응하지 않은 벤치를 비판하며 시메오네에게 10점 만점에 2점을 부여했다.

두 번째 실점에서도 공을 잃은 뒤의 대응과 문전 수비가 흔들렸다. 라이머의 침투를 통제하지 못했고, 한츠코는 슈팅 동작에 먼저 반응해 저지 기회를 놓쳤다. 반격을 위해 투입한 선수들까지 수비의 균형을 지켜내지 못하면서 추격의 여지는 더 좁아졌다.

이강인도 경기 흐름을 뒤집지는 못했다. 그에게만 책임을 면제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0-0에서 공격을 설계하는 역할과 0-1에서 다급해진 팀을 구하는 역할은 다르다. 이강인은 흐름을 만들 시간보다 무너진 흐름을 되돌릴 책임부터 받았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다. 이번 패배는 이강인 한 명의 선발 여부로 설명되지 않는다. 쇠를로트를 택한 공격의 계산, 로메로 없이 버텨야 했던 수비의 불안, 르 노르망의 치명적 판단 착오, 실점 뒤에야 이뤄진 수정이 겹쳤다. 선수의 실수는 순간에 발생한다. 감독의 역할은 그 순간이 찾아오기 전에 위험을 읽고 줄이는 것이다. 시메오네의 계산은 그 대목에서 늦었다.


skp2002@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