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헌법재판소가 대법관 제청권을 둘러싼 청와대와 대법원의 갈등에 말을 아꼈다. 다만 7개월 넘게 이어진 대법관 공석 사태를 두고는 "헌법적으로 바람직한 상태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손익현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은 13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두 기관의 갈등을 두고 "헌법 제104조 2항의 해석론 문제"라면서도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이 청구돼 있어 재판부 의견이 나오기 전에 개인적 의견이나 공적 기관의 의견을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날 박균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의 대법관 임명 거부는 제청권 침해라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주장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헌법에 규정돼 있지만 최종 판단권은 대통령의 임명권에 있다"며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으면 그만인데 제청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질의했다.
이어 이성윤 민주당 의원도 대법관 제청권과 대통령 임명권의 우선순위를 물었다.
손 처장은 "문언을 중요하게 생각하느냐, 목적을 중요하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면서도 "사건이 헌재에 계류 중"이라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다만 이 의원이 노태악 전 대법관 퇴임 이후 223일째 후임 인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을 지적하자 손 처장은 "헌법적으로 바람직한 상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한규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이 청구한 권한쟁의심판의 청구인 적격을 문제 삼았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21일 이재명 대통령이 손봉기 대법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재제청을 요구한 것이 국회의 임명동의권과 국회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며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김 의원은 "특정 정당 소속 국회의원이 국회를 대신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것은 명확한 각하 사유"라며 "선례가 명확한 만큼 정치적 판단이 아닌 법에 따라 판단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손 처장은 "권한쟁의심판은 필요적으로 변론을 거쳐야 한다"며 "현재 사건이 접수돼 처리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청구인 적격이 없어 각하해야 한다는 지적에는 "선례 등을 보면 그런 판단이 가능하기도 하지만 사건마다 다르다"고 답했다.
청와대와 조 대법원장의 갈등은 지난 8월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노 전 대법관 후임으로 서면 제청하면서 불거졌다. 청와대는 대통령과의 사전 협의 없이 후보자를 제청한 것은 기존 관행에 어긋난다며 재제청을 요구했다. 대법관 임명권이 대통령에게 있는 만큼 인선 과정에서 대통령과 대법원장 간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조 대법원장은 헌법이 대법원장에게 부여한 제청권에 대통령이 관여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6일 대법원 국감에서 "대법원장이 국회의 동의 절차, 대통령의 임명 절차에 전혀 관여할 수 없듯 국회와 대통령도 대법원의 제청에 전혀 관여할 수 없다"고 밝혔다.
헌법 제104조 2항은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한다. 조 대법원장은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사전 협의는 원활한 인선을 위한 관행일 뿐 헌법상 의무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사유와 헌법적 근거가 제시되지 않았다며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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