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김해인 기자] 정부가 이란 다야니 일가가 제기한 2차 국제투자분쟁(ISDS)에서 전부 승소했다. 다야니 측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청구한 약 7700억 원 규모의 배상 요구가 모두 기각됐다.
30일 법무부에 따르면 국제투자분쟁 중재판정부는 지난 28일 오후 10시께(한국시간) 이란 국적 다야니 일가 6명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2차 ISDS 사건에서 만장일치로 정부 승소 판정을 내렸다.
중재판정부는 다야니 측의 약 7700억 원(5억171만1697유로) 규모 배상청구를 전부 기각했다. 아울러 다야니 측이 한국 정부가 지출한 소송비용 가운데 약 40억 원(75%)과 중재 행정비용 약 8억 원을 부담하도록 했다.
이번 사건은 다야니 일가가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 과정에서 몰취당한 계약보증금과 관련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1차 ISDS에서 승소한 뒤 이어진 후속 분쟁이다.
다야니 일가는 이란 최대 가전·석유화학 기업 엔텍합의 창업주이자 지배주주 가문으로, 2010년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 과정에서 계약보증금 약 578억 원을 지급했다. 이후 채권단이 엔텍합의 투자확약서 미제출 등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면서 보증금을 몰취하자 2015년 1차 ISDS를 제기했다.
1차 ISDS 중재판정부는 2018년 한국 정부가 다야니 측에 약 730억 원과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정부가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2019년 패소가 확정됐다.
정부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배상금 지급에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의 승인이 필요해지면서 지급 절차가 지연됐다. 정부는 2022년 1월 OFAC 승인을 받은 뒤 같은 해 4월 약 622억 원을 다야니 측에 지급했다. 나머지 약 236억 원은 국내 법원의 압류·추심명령에 따라 공탁했다.
그러나 다야니 측은 정부가 1차 ISDS 배상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아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2021년 10월 18일 2차 ISDS를 제기했다. 이후 청구액을 조정해 최종적으로 약 7700억 원의 배상을 요구했다.
이번 사건에서 중재판정부는 한국 정부의 관할권 이의를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1차 ISDS 배상금이 투자협정상 '투자'에 해당한다는 다야니 측 주장을 인정해 사건을 심리할 관할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본안에서는 다야니 측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야니 측은 한국 정부가 이란 국적이라는 이유로 OFAC 승인을 받아야 배상금을 지급하는 등 차별했고, 1차 ISDS 판정 취소소송과 국내 법원의 압류·추심명령에 따른 공탁 등이 투자협정상 공정·공평대우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한국 정부가 OFAC 승인을 받은 것은 미국의 대이란 경제 제재와 국제경제 질서를 고려한 정당한 조치로 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정부가 1차 ISDS 판정에 대해 취소소송을 제기한 것과 국내 법원의 적법한 명령을 따른 것도 청구인에 대한 자의적·부당한 대우가 아니라고 봤다.
다야니 측이 주장한 투자자의 자유로운 송금 보장 의무 위반도 인정되지 않았다. 판정부는 해당 의무가 투자자가 직접 투자자산을 국외로 반출하는 것을 정부가 부당하게 막지 말라는 취지라며, 정부가 외화를 송금하는 배상금 지급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배상금 지급 지연 역시 미국의 대이란 경제 제재를 준수하기 위한 합리적이고 불가피한 행위라고 봤다.
'중재판정을 준수할 의무' 위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판정부는 판정 준수 의무는 기존 판정 자체의 효력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판정 불이행을 이유로 새로운 ISDS를 허용하면 투자협정의 목적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배상금을 받지 못한 투자자는 집행지 법원에서 강제집행을 신청해 구제받아야 한다고도 판단했다.
정부는 이번 판정으로 약 7700억 원 규모의 추가 국고 유출 위험을 막게 됐다고 밝혔다. 또 소송비용의 75%인 약 40억 원과 중재 행정비용 약 8억 원을 환수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사건은 2021년 10월 중재신청서가 접수된 뒤 약 5년간 진행됐다. 2023년 5월부터 2024년 9월까지 서면 공방이 이어졌고, 2024년 9월 30일부터 10월 5일까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구술심리가 열렸다. 이후 심리 후속 서면 공방을 거쳐 지난 28일 최종 판정이 내려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정부는 향후 판정 정정, 해석, 보충신청이나 다야니 측의 판정 취소소송 등 발생 가능한 후속 절차에 철저히 대비하고 소송비용 환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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