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오픈 챔피언 꺾고 곧장 일본행…김주형의 승부는 끝나지 않았다 [박호윤의 IN&OUT]
  • 박호윤 기자
  • 입력: 2026.09.28 08:52 / 수정: 2026.09.28 08:52
우승컵은 미국에, 존재감은 한국에...메디나에서 빛난 3총사
미국 11회 연속 우승
김주형 곧바로 일본행, 아시안게임 금빛 도전
김주형(오른쪽)이 최종일 싱글매치를 승리로 따낸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김주형은 이번 대회서 4승1패를 기록, 양팀 통틀어 가장 많은 승수를 올린 선수가 됐다./AP.뉴시스
김주형(오른쪽)이 최종일 싱글매치를 승리로 따낸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김주형은 이번 대회서 4승1패를 기록, 양팀 통틀어 가장 많은 승수를 올린 선수가 됐다./AP.뉴시스

[더팩트 | 박호윤 전문기자] 28년 만의 정상 탈환을 노렸던 인터내셔널팀의 꿈은 끝내 이루지 못했지만 막내 김주형(24)을 필두로 한 한국선수들의 활약상은 실로 눈부셨다. ‘메디나의 기적 재현’을 꿈꾸며 미국 원정에 나섰던 인터내셔널팀은 사흘 동안 미국을 몰아붙이며 10.5-7.5, 3점 차 리드를 안고 마지막 싱글 매치에 들어갔지만 미국의 거센 반격을 막지 못했다.

#미국 싱글에서 대역전극...통산 14승1무1패

28일 새벽(한국시간) 미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메디나CC에서 끝난 2026 프레지던츠컵 최종일 싱글 매치에서 미국은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를 비롯, 올시즌 플레이어스챔피언십 챔피언 캐머런 영 등 간판급 선수들의 분전으로 9.5-2.5로 압승, 최종 스코어 17-13으로 역전에 성공하며 타이틀을 지켰다. 미국은 2003년 무승부 이후 11회 연속 승리이자 역대 14승1무1패의 압도적 우위를 이어갔다.

반면 한국의 김주형, 임성재 단 2명만 승리하는데 그친 인터내셔널팀은1998년 호주 로열 멜버른 이후 28년 만의 우승 및 프레지던츠컵 사상 첫 미국 원정 우승도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아쉬움은 크다. 2019년에도 인터내셔널팀은 10-8로 앞선 채 마지막 날을 맞았다가 싱글에서 4-8로 밀려 역전패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그때보다 한 점 더 많은 3점 차 리드를 갖고 있었다. 미국에서 열린 프레지던츠컵에서 인터내셔널팀이 마지막 날을 선두로 출발한 것도 처음이었다.

미국팀 캡틴 브랜드 스네데커(왼쪽)가 트럼프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우승컵을 치켜 들고 환호하고 있다./AP.뉴시스
미국팀 캡틴 브랜드 스네데커(왼쪽)가 트럼프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우승컵을 치켜 들고 환호하고 있다./AP.뉴시스

#메디나의 중심에 선 김주형 김시우 임성재

그러나 이번 대회를 또 한 번의 미국 우승, 또 한 번의 인터내셔널팀 패배로만 정리하기에는 한국 선수들의 활약이 너무 강렬했다. 김주형과 김시우(31), 임성재(28)는 이번 대회에서 조연이 아니었다. 인터내셔널팀의 승부를 책임진 핵심 전력이었다.

가장 빛난 선수는 김주형이었다. 김주형은 김시우와 짝을 이뤄 사흘 동안 포볼과 포섬 네 경기에 모두 출전해 3승1패를 기록했다. 첫날 크리스 고터럽-패트릭 캔틀레이를 꺾은 데 이어 금요일 포섬에서는 미국의 대표적인 팀 매치 조합인 캔틀레이-잰더 쇼플리를 4&3으로 완파했다. 토요일 오전에도 콜린 모리카와-윈덤 클라크를 잡았다. 사흘 동안 3승을 거둔 선수는 양 팀을 통틀어 김주형과 김시우뿐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싱글에서도 김주형은 멈추지 않았다. 상대는 윈덤 클라크. 올해 US오픈 챔피언이다. 공교롭게도 지난 6월 시네콕힐스에서 열린 US오픈에서 클라크가 우승할 때 김주형은 3위였다. 메이저 무대에서 자신보다 앞섰던 선수를 석 달 뒤 국가대항전의 일대일 승부에서 꺾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김주형, 양팀 유일 4승...US오픈챔피언십 윈덤 클라크까지 제압

이 승리로 김주형은 이번 프레지던츠컵을 4승1패로 마쳤다. 이번 대회를 통해 4승을 올린 선수는 양팀을 통틀어 김주형 단 1명일 만큼 김주형의 활약은 단연 돋보였다. 하지만 이는 대회 최다승을 올린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제 24세에 불과하지만 김주형은 벌써 세 번째 프레지던츠컵을 치렀다. 올해 US오픈 3위에 이어 제네시스 스코티시오픈에서 우승하며 부활했고, 플레이오프 최종전까지 진출했다. 그리고 메디나에서는 인터내셔널팀 최고의 승부사 가운데 한 명으로 또 한 번 자신의 존재를 증명했다.

임성재가 3번홀에서 볼을 튕기며 홀아웃하고 있다. 임성재는 샘 번스를 3홀차로 제치고 승리, 김주형과 함께 이날 단 2명의 인터내셔널팀 승자 중 한명이 됐다./AP.뉴시스
임성재가 3번홀에서 볼을 튕기며 홀아웃하고 있다. 임성재는 샘 번스를 3홀차로 제치고 승리, 김주형과 함께 이날 단 2명의 인터내셔널팀 승자 중 한명이 됐다./AP.뉴시스

임성재도 마지막 날 힘을 보탰다. 샘 번스를 꺾으며 자신의 싱글 매치를 책임졌다. 앞선 팀 경기에서는 다소 기복이 있었지만, 가장 부담이 큰 마지막 날 일대일 승부에서 1점을 가져왔다는 점이 중요하다. 네 번째 프레지던츠컵을 치른 ‘베테랑’답게 팀이 흔들리는 순간 자신의 몫을 해냈다.

김시우 역시 이번 대회의 또 다른 중심이었다. 이날 비록 미국의 신예 잭슨 코이븐에게 역전패 했지만 싱글에 앞선 네 차례 팀 매치에서 김주형과 함께 3승1패로 선전했다. 인터내셔널팀 포인트 랭킹 1위로 이번 대회에 들어온 선수다운 경기력이었다. 특히 김주형과의 조합은 이번 프레지던츠컵을 대표하는 카드였다. 제프 오길비 인터내셔널팀 캡틴은 김주형-김시우를 네 세션 연속 내보낼 정도였다.

한국 선수들의 위상이 달라졌다는 사실도 다시 한번 확인됐다. 과거에는 한국 선수가 프레지던츠컵에 몇 명 출전하느냐 자체가 뉴스였다. 이제는 다르다. 김시우는 인터내셔널팀 포인트 1위로 자동 출전했고, 김주형은 PGA투어 시즌 우승자로 메디나에 등장했다. 임성재는 어느덧 프레지던츠컵을 네번째나 치렀다.

이제 한국 선수들은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한 무대에 서는 것으로 만족하는 단계가 아니다. 누구와 짝을 이루느냐, 몇 점을 따내느냐가 팀 전체의 승패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전력이다. 특히 김주형은 이번 대회에서 그 사실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줬다.

18번홀에 모여 있던 미국팀 선수들이 자신들의 11연속 우승이 확정되자 양손을 치켜 올리며 환호하고 있다. 전날까지 3점 뒤져 있던 미국은 이날 9.5을 따내며 압승,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AP.뉴시스
18번홀에 모여 있던 미국팀 선수들이 자신들의 11연속 우승이 확정되자 양손을 치켜 올리며 환호하고 있다. 전날까지 3점 뒤져 있던 미국은 이날 9.5을 따내며 압승,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AP.뉴시스

#숨돌릴 틈 없이 일본행 김주형, 이번엔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다

그리고 그에게는 메디나의 여운을 곱씹을 시간조차 없다. 싱글매치 두번째 조로 출발했던 김주형은 대회가 최종 종료되기도 전, 경기장을 떠나 곧바로 일본행 비행기에 올랐다. 오는 30일부터 시작되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골프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하기 위해서다.

미국 중부에서 나흘 동안 세계 최고 선수들과 치열한 매치플레이를 치른 뒤 13시간 이상의 장거리 이동과 14시간의 시차를 극복하고 곧바로 다시 72홀 승부에 들어가야 한다. 24살의 김주형에게도 체력적으로 결코 만만한 일정이 아니다.

그러나 흐름만 놓고 보면 기대를 품게 한다. US오픈 3위, 스코틀랜드오픈 우승으로 되살아난 상승세가 메디나에서도 이어졌다. 특히 이번 프레지던츠컵에서 4승1패를 거뒀고, 특히 마지막 날에는 올해 US오픈 챔피언까지 꺾었다. 매치플레이와 스트로크플레이라는 차이는 있지만 자신감만큼은 최고조일 수밖에 없다. 메디나에서는 인터내셔널팀을 위해 뛰었지만 이제는 유니폼을 바꿔 입고 대한민국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다.

인터내셔널팀의 우승컵은 놓쳤지만 김주형과 김시우, 임성재가 메디나에서 보여준 경기력까지 빛이 바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번 프레지던츠컵은 한국 남자골프가 더 이상 세계무대의 손님이 아니라 가장 치열한 승부의 중심에 서 있음을 확인시킨 대회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가장 뜨거웠던 김주형은 곧바로 일본으로 향했다. 메디나에서 만든 4승1패의 기세가 이번에는 태극마크와 함께 아시안게임까지 이어질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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